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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18. 2021

흙 없는 마을의 낮과 밤

#7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지난 여정(흙 없는 마을에 웬 딸기?) 끄트머리 



설날을 앞둔 연말연시는 마음에 고향에 가 있었는데 이곳 흙 없는 마을은 곧 다가올 새해를 앞두고 인적이 뚝 끊긴 듯 조용하기만 했다. 가끔씩 이곳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오고 갈 뿐 사람들은 주로 집안 난로 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또 딸기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며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설날처럼 굵직한 세시풍속이 있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우리는 숙소에서 점점 더 멀어지며 흙 없는 마을의 중심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멀리 숙소 뒤편으로 언덕이 보이고 그 너머 거대한 바위산 아래로 리오 코크랑(Rio Cochrane) 강이 도도하게 흐르는 곳. 그 흐름은 곧 삼각주에 멈추어 서며 이 마을을 휘감게 될 것이다. 


동태평양의 기운을 듬뿍 머금은 남반구의 피오르드는 여행자의 발길을 자꾸만 끌어당기고 있었다



흙 없는 마을의 낮과 밤




   위 자료사진을 설명하도록 한다. 지금부터 기억력을 되살려 보거나 상상력을 동원해 보시기 바란다. 사진 좌측 하단 바닷가에 있는 집 한 채가 우리가 머물렀던 민박집이다. 민박집 뒤로 전주 세 개가 보인다. 바닷가를 따라 길게 나무로 만든 도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하늘색 칠을 한 집 옆으로 길게 계단 길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 포스트에서 만난 풍경들은 그 길 꼭대기에서 깔레타 또르텔을 내려다본 풍경이었다. 꼭대기에는 버스 종점이 있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계단 길을 따라 이 마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을 뒤편으로 보이는 거대한 바위산 아래는 리오 코크랑 강이 흐르고 있고, 그 산에는 수직의 강이 폭포처럼 내리 꽂히는 것이다. 

우리는 태우고 온 버스는 그곳에서 짐을 하역하여 작은 보트에 실어 보냈다. 강 하구를 돌아 마을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 마을의 구조가 그렇게 만들었다. 모든 물품들은 계단 길을 따라 운반할 수 없거나 힘이 들므로 보트로 실어 나르는 것이다. 우리가 발길을 옮기는 곳은 마을 중심으로 가는 나무로 만든 길이다. 숙소에서 멀어지면서 우리가 묵고 있던 숙소 주변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다.



카메라 각도를 좌측으로 이동해 보니 민박집이 뚜렷이 모습을 드러낸다. 위 자료사진 중간쯤 하늘색 집은 슈퍼마켓이고 바로 곁 오른쪽으로 민박집(2층 구조)이 위치해 있다. 민박집 바로 앞 바닷가에 작은 선착장이 있다. 민박집 뒤로 대각선 방향으로 전주가 서 있고 버스 종점으로 이어지는 계단 길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숙소에서 출발하여 피오르드 바닷가에 만들어 둔 나무로 만든 도로로 이동 중인 것이다. 



우리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도로는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를 뜯어내고 새 널빤지와 교체를 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 맨날 흙을 밟고 살던 여행자에게 이런 모습은 매우 낯설었지만 기분 좋은 둘레길로 기억되고 있었다. 새로 교체되고 있는 나무의 향기가 도로 위에 풍기며 바다 내음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나무로 만든 도로는 걸음을 옮길 때마다 적당한 탄력을 느끼게 만들었으며 어떤 곳은 발을 옮길 때마다 가늘고 묘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그런가 하면 도로 아래는 바다가 보였으므로 하늘 위로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무엇이든 그 어떤 것이든 낯선 것은 호기심을 끄는 것이랄까..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한 대도시에 살다가 어느 날 파타고니아에 발을 들여놓은 여행자에게 나무로 만든 도로는 호기심 이상으로 재밌는 풍경이자 대상이었다. 뷰파인더는 이럴 때 행복해하는 것이다. 



서기 2021년 2월 18일 새벽에 일어나 열어본 사진첩 속에는 그때 느꼈던 바닷가 냄새가 코를 찌르는 듯하다. 순간의 기록이 시간여행을 하는 타임머신(time machine)처럼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인류문화사가 시작된 이래 사람들은 똑똑한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등 과학자들에 의해 별천지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가 세상에 등장하면서부터 사람들의 상상력은 과거 혹은 미래로 떠나는 기계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 정도가 보다 심화되기 시작하면서 소설도 쓰고 SF영화까지 등장하게 됐다. 그러면 그렇지.. 소설이나 공상과학 영화가 전부였을까.. 



잠시 따지고 넘어가 보자. 지금 내 앞에 나타난 풍경들은 과거의 모습이다. 얼마나 또렷하고 생생한지 현장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이다. 비록 냄새는 맡지 못할 망정 당시에 담았던 사진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이런 풍경을 가능하게 만든 건 인터넷의 발명이다. 3차원의 세상을 4차원으로 끌어올린 인류의 위대한 산물.. 



내가 다른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새벽에 일어나 달님을 보던지 별님을 보던지 아니면 꼬랑지 흔들어대는 누렁이기 전부였을 것이다. 그곳도 아니면 삽자루나 괭이 혹은 낫을 들고 논밭으로 나섰을 시간이다. 겨울이었으면 이불속에서 곁에 누운 사람을 귀찮게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암튼 벌건 대낮에 마을 중심으로 옮기는 풍경을 브런치에 담고 있으려니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하다. 그러니까 노트북 바깥에서 키보드를 매만지고 있는 나는 미래에 와 있는 것이다. 이게 사람들의 입에 오른 타임머신의 실체나 다름없는 것. 사람들이 때때로 '말이 씨가 된다'라고 한 말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랄까..



흙이 귀한 이 마을에서 흙과 화초는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이 이 마을 곳곳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모두 친환경 재활용품들이다. 도시에서는 거저 준다고 해도 손사래를 흔들 것들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본 풍경들은 주로 낮에 볼 수 있는 것들이며 밤이 되면 도로 위에서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촉수 낮은 가로등 불빛이 희미한 가운데 정적이 흐르는 것이다.



마을 중심으로 이동하던 중에 장차 만나게 될 풍경이 눈에 띄었다. 선착장에서 바위산 위로 길게 이어지고 있는 계단 길은 이 마을을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나 다름없는 곳이다. 저 길을 따라 숲 속 오솔길을 따라가면 이 마을의 식수원이 있는 곳이다. 식수원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천혜의 작은 호수였다. 이때만 해도 호수가 그곳에 있었는지 새까맣게 모를 때였다. 우리가 이 마을에 머무는 동안 발품을 얼마나 팔았는지 보여주는 한 풍경이랄까.. 


숙소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며 바라본 흙 없는 마을이 정겹다. 우리는 하루 종일 싸돌아 다니다가 숙소로 돌아오면 급히 허기를 때운다. 배낭여행자의 살림살이는 단출하다. 파타고니아 어디를 가나 민박집에는 취사가 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었다. 우리의 짐보따리 속에는 버너와 코펠은 물론 수저와 양념 몇 가지가 늘 따라다녔다.(기회가 닿으면 여행자의 식단을 만들어 보도록 한다.) 주로 쌀밥에 쇠고기 볶음 등이 밥상에 올랐다. 마실을 다닐 때는 커피포트와 생수를 함께 가지고 다녔다. 



관련 브런치 연재 글에 민박집 내부의 모습을 잠시 언급해 두었다. 우리 방에서 욕실이나 화장실로 이동하거나 주방으로 발을 옮길 때마다 삐거덕거린다고 했다. 촘촘히 공사를 잘해 두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틈새가 벌어지고, 그 위로 적당한 무게가 올라서니 묘한 울림이 생기는 것이다. 나무로 만든 도로 위를 걸을 때와 전혀 다른 소음이 집안 곳곳에서 묻어나는 것이다. 



누군가 욕실에서 샤워를 하면 샤워 동작까지 상상될 정도로 나무로 만든 집은 옆 칸의 소음까지 잘 전달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민박집주인 내외는 거실에서 대화를 나눌 때도 소곤소곤 말소리를 알아듣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밤이 오시면 딴 나라 신세대가 묵고 있었던 2층에는 아래층과 다른 층간 소음이 쉰세대를 괴롭혔다. 가끔씩 뚜벅뚜벅하는 소리가 들리다가 어떤 때는 삐거덕 거리는 소음이 매우 거칠게 폭풍처럼 지나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하니와 나는 눈을 맞추고 씩 웃으며 묘한 상상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흙 없는 마을의 밤 풍경은 특별하다. 아니 매우 특별했다. <계속>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18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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