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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15. 2021

하늘과 땅 그리고 나

#2 파타고니아, 일주일간의 천국 여행

내가 발을 디딘 이곳이 곧 하늘나라..!!



지난 여정(사이다 같은 풍경 앞에서) 끄트머리



코로나 시대가 계속되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 밴 습관이 '빌어~먹을'이라는 감탄사였다. 빌어먹을 이란 말은 어떤 대상이나 일이 몹시 못마땅하거나 그로 인해 화가 났을 때 욕으로 하는 말로 정의해 놓고 있다. 그런 욕지거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틀 전 그리움을 변한 풍경들 편에서 슬쩍 언급해둔 이 감탄사는 이웃분들에게 의외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주었다. 그녀에게 엉겨 붙은 답답함이나 이웃분들의 답답함은 물론 내게도 필요한 사이다급의 감탄사였을까.. 
그렇다고 글 제목에 '빌어먹을 코로나'라고 쓰는 건 어울리지 않아 돌려막았다. 코로나 시대에 적당히 필요한 감탄사 대신 '사이다 같은 풍경'을 앞에 두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다. 코로나가 막을 내릴 때까지 사이다 마시듯 가끔씩, 파타고니아의 하늘과 호수와 지천에 널린 야생화 초초(Chocho_Lupinus)를 만나고 싶다.






하늘과 땅 그리고 나


   서기 2021년 2월 15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혹한의 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곳의 혹한은 우리나라와 달리 영하의 기온이 아니다. 영상 5°C에 바람이 부는 것뿐인데 영하의 체감온도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사는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과 함께 두텁게 입은 옷들이 이불을 두른 듯하다. 가뜩에나 코로나 때문에 얼어붙은 마음이 추위 때문에 꽁꽁 얼어붙은 것. 



오늘 아침 나는 사진첩을 열어 코로나에 대응하는 한편, 코로나 때문에 집콕이 길어지는 등 답답한 일상을 벗어날 수 있는 훈훈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다. 사진첩에 등장한 풍경은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만난 최고의 풍경 가운데 한 장면으로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Puerto Río Tranquilo)라는 곳이다. 


남미 칠레의 까를레떼라 오스뜨랄(La Carretera Austral (ufficialmente ruta CH-7)을 따라가면, 바다 같은 호수 헤네랄 까르레라(Lago Buenos Aires/General Carrera)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호수 한쪽은 까르레떼라 오스뜨랄의 길 옆에 위치해 있으며, 그곳에는 까떼드랄 데 마르몰(Catedral de Mármol)이 비경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관련 포스트에 그 모습을 담아둔 바 있으며 아직도 못다 한 여정이 남아있는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게 됐다. 사람들이 늘 입에 담고 있던 하늘나라(천국)의 모습을 이곳에서 만난 것이자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다. 하늘빛은 호수의 물빛과 어우러져 나의 존재감을 무한 일깨우고 있는 곳. 


하늘과 땅 그리고 나.. 나의 청년기를 송두리째 뒤흔든 천지인(天地人)의 모습이 오롯이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외롭고 고독하여 종교에 기대고 있을 때 파타고니아의 하늘과 땅은 사람의 설 자리가 어딘지 넌지시 일러주고 있었다고나 할까.. 



커뮤니티를 통해 코로나 시대에 갇혀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시라도 빨리 탈출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했다. 집콕을 하고 있어도 마음은 따뜻해야 할 것이며 새로운 공간을 찾아 행복을 찾아 나서야 할 게 아닌가. 당신이 발을 디디고 있는 세상이 천국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즈음이면 세상은 살아갈 만 곳이 아니라 천금보다 더 귀히 여겨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여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라고 말한 성경의 기록이 새삼스럽다. 우리가 자주 읊조리는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그저 된 게 아니란 걸 브런치 이웃 한 분이 다시금 일깨워 주고 있었다. 


그분의 필명은 루씨로 이틀 전 당신의 브런치에 영화 <밥정>의 리뷰 글을 남겼다. 하늘과 땅 그리고 나.. 의 어울림을 잘 보여주는 아름다운 감동이 묻어나 나의 댓글에 화답한 그분의 글을 소개해 드리며 글을 맺는다. 코로나 시대에 작은 난로가 되어줄 줄 믿는다.



브런치 이웃 루씨 작가님의 영화 <밥정> 리뷰 글



리뷰에 제가 무엇 때문에 저렇게 울었는지는 기록을 하지 않았나 보네요. ㅎㅎㅎㅎ 제가 무엇 때문에 울었을까요? 임지호 선생님의 친 어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쫓겨났다고 해요. 뱃속에 아이가 있는지 모른 채로요. 그래서 아버지가 둘째 부인을 얻게 된 것이지요. 

그 후 어머니가 선생님이 3살 되던 해에 본집에 아이를 데려다줬다고 합니다. 아이가 조금 자라 언어를 익힌 후, 동네 친구들이 '주워 온 애'라고 놀리게 되면서부터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 것이지요. 동네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진 그의 출생의 비밀은 비밀이 아니었을 테니까요. 

그래서 어린 시절 집을 나와 방황을 하기 시작한 것이랍니다. 그런데 길러주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마음으로 자신을 키워 주신 어머니였음을 후일 깨우쳤다고 해요. 자신을 낳으신 어머니는 아이를 놓고 가시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음을 또 후일 알게 된 것이고요. 그래서 전국을 떠 돌 때마다 묘를 보면 어머니 묘 같이 느껴진다고 해요.

그 자신이 밥을 짓는 사람이 되었으나 정작 길러주신 어머니에게 밥 한번 지어드리지 못함을 안타까워합니다. 어린날 하염없이 시냇가에 앉아 외롭고 고독하게 있던 그.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아서 방황했던 그. 그러나 길러주신 어머니는 또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하염없이 애간장이 타들어갔다는 것을 후일 알게 되지요. 

이야기하다 보니 또 아침부터 눈물 나요. 그리고 또, 식재료를 구하러 방방곡곡 돌아다니는 그의 방랑하는 모습. "세상에 못 먹을 것은 없어"라는 그의 말은 자연에서 얻는 모든 것이 식재료로 가능함을 말하지요. 근래에 사람들은 지칭개가 효능이 좋다. 청각이 좋다. 등등 자연의 식재료에 눈을 떴지만 작가님 말씀처럼 우린 여전히 치맥에 단짠에 길들여져 있으니. 안타깝지요. 어떠한 밥상도 그냥 아무렇게나 짓지 않는 그의 상차림에 대한 방식에 깊은 울림이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작가님 생각이 조금 났어요. 한의사이신 아버지를 두신 점. 그리고 말년에 요리사가 되신 점.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시고 계신 점..(댓글창 5천 자 초과되어 다시 이어서) 더 이상 댓글을 쓸 수 없네요. ㅎㅎㅎ 그럼 울음은 멈추고 그의 진지함을 본받아 오늘도 소중한 나의 인생을 즐겁게 살겠습니다.^^



브런치 이웃의 리뷰 글에 묻어난 건 영화 <밥정>의 줄거리뿐만 아니라 주인공 임지호 셰프의 음식에 대한 철학이었다. 한 때 당신의 요리를 좋아했지만 한 동안 소식을 듣지 못하다가 어느 날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나는 즉시 그의 영화의 줄거리를 알 수 있는 영상을 열어봤다. 우리 시대에 찾아보기 쉽지 않은 셰프의 길을 가고 있었던 사람.. 그는 밥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요리하는 셰프이자 우리의 마음은 물로 생명을 다독거리는 진정한 의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본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아침이다.



Il Nostro viaggio di una settimana in paradiso_Puerto Río Tranquilo
il 15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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