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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8. 2021

사이다 같은 풍경 앞에서

-파타고니아, 일주일간의 천국 여행

   서기 2021년 2월 7일(현지시각), 코로나를 피해 잠시 한국에 가 있는 하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는 가까운 산에서 운동 겸 산책을 나갔다가 전화를 한 것이다. 거의 매일 통화를 주고받는데 무슨 특별한 일이 생긴 것일까 싶은 생각은 통화를 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아니나 다를까 잔설이 남아있는 솔밭 근처에서 걸려온 전화 너머의 음색에 답답함이 묻어있다. 



산책을 나서면 기분이 좋아지던 그녀는 뭔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나는 그 답답함의 원천이 어딘지 단박에 알아차린다. 그녀는 새삼스럽게 돌로미티(Dolomiti)를 들먹였다. 돌로미티에서 살고 싶은 구체적인 대안을 스스로 마련해 놓고 이러쿵 저렇쿵 통화를 이어나가는 것이다. 평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주로 다 들어주는 편이다. 하지만 오늘은 나의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이 섞었다. 



지금 당신의 답답한 형편이 비롯된 곳은 코로나 때문이며 집콕이 길어지면서 생긴 게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은 그녀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일 것이다. 어딘가 채기가 있는 듯한 답답한 일상이 이어지면서 탈출구를 찾아보려는 것이랄까..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1만 명이 넘는 감염자 수와 수 백명의 사망자를 내고 있는 형편이다. 나는 매일 이곳 현지의 코로나 상태를 점검하고 있으므로 그녀와 통화가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현재 상황을 나누곤 한다. 



최근의 현황에 따르면 하니가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갈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하향 곡선을 그릴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비행기가 자유롭게 왕래를 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나의 판단은 최소한 두어 달은 더 지나야 될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빨라도 3월은 지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히고 있는 것이다. 하니에게 이렇게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그동안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라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이곳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이탈리아어 어휘를 늘리는 단어장이 쥐어져 있었다.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오는 즉시 그림 수업을 계속해야 할 텐데.. 이번에는 동시통역 없이 그림 선생님 루이지와 단둘이서 수업을 진행해 보고 싶어 한 것이다. 그녀는 잘못 쓰인 동사(動詞, Verbo)가 궁금해 내게 묻곤 했다. 그런 한편 단어장을 쥐고 산행을 한 것에 대해 칭찬을 하자 금방 아이들처럼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그러면서 당신이 그림 수업을 할 때 행복해했던 시간을 들려주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릴 때(정밀 소묘)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 따윈 안중에도 없었는지..ㅜ) 나 또한 그런 그녀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게 행복했다. 그런 시간이 어느덧 100일을 넘기고 있는 것인데 그 시간이 얼마나 지겨웠을까.. 그녀의 마음은 일찌감치 이탈리아에 가 있는 것이다. 



그런 잠시 후 기분 좋게 통화를 마치고 돌아섰는데 이번에는 그녀로부터 전해져 온 빌어먹을 코로나 현상이 내게 감염(?)된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려던 주제를 갑자기 바꾸게 된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내 뱉은 코로나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사진첩을 뒤적거렸다. 그곳에 채기를 내려줄 사이다 같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코 앞에 닥친 황당한 일을 당하면 그 순간 모든 것을 잊게 되는 것일까.. 


사진첩 속에는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이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명소 뿌에르또 리오 뜨랑퀼로(Puerto Río Tranquilo)의 드높은 하늘과 쪽빛 호수와 야생화가 지천에 널린 풍경을 잠시 잊고 산 것이다. 그동안 일부는 브런치에 담아두었지만 다시 봐도 가슴이 뻥 뚫리는 아름다운 우리 행성의 모습이었다. 코로나를 한 방에 훅 날려 보내는 처방전이 이런 것인지.. 



코로나 시대가 계속되면서 나도 모르게 입에 밴 습관이 '빌어~먹을'이라는 감탄사였다. 빌어먹을 이란 말은 어떤 대상이나 일이 몹시 못마땅하거나 그로 인해 화가 났을 때 욕으로 하는 말로 정의해 놓고 있다. 그런 욕지거리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이 되어있는 것이다. 이틀 전 그리움을 변한 풍경들 편에서 슬쩍 언급해둔 이 감탄사는 이웃분들에게 의외의 카타르시스를 전해주었다. 그녀에게 엉겨 붙은 답답함이나 이웃분들의 답답함은 물론 내게도 필요한 사이다급의 감탄사였을까.. 


그렇다고 글 제목에 '빌어먹을 코로나'라고 쓰는 건 어울리지 않아 돌려막았다. 코로나 시대에 적당히 필요한 감탄사 대신 '사이다 같은 풍경'을 앞에 두고 마음을 정화시키는 것이다. 코로나가 막을 내릴 때까지 사이다 마시듯 가끔씩, 파타고니아의 하늘과 호수와 지천에 널린 야생화 초초(Chocho_Lupinus)를 만나고 싶다.


Il Nostro viaggio di una settimana in paradiso_Puerto Río Tranquilo
il 07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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