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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08. 2021

그가 내민 빼꼼한 얼굴

#19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지난 여정(달님과 나) 끄트머리




달님과 별님은 너무도 신기했었지.. 지구와 달의 유기적 맞물림과 함께 나를 둘러싼 우주는 나로부터 발현되고 있었던 것일까.. 하니가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을 향해 저만치 앞서 걷는 가운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곳에 달님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더 푸를 수도 없는 새파란 하늘 드높은 곳에 떠있는 달님은 유년기 때 본 달님을 쏙 빼닮았다. 우리나라에만 있어야 할 달님이 파타고니아에도 있었던 것이다.(욱껴!ㅋ)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울퉁불퉁 돌무더기 속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조물주가 뾰족한 세 봉우리를 만들면서 깎아 버린 돌무더기가 가득 쌓인 곳. 그 하늘 위에서 달님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세상만사 마음먹기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나의 우주는 내 마음속에서 언제나 달님처럼 은빛 가루를 흩뿌리며 저만치 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고도를 높이며 장차 만나게 될 비경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할머니가 너무 그립다.



그가 내민 빼꼼한 얼굴




파타고니아의 비경을 간직한 또레스 델 빠이네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길고 길었다. 한국에서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까지 이동하는 비행거리만도 1박 2일이 소요됐다. 산티아고에 도착하여 시차극복을 하며 빠블로 네루다(Pablo Neruda)가 사랑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 발파라이소(Valparaíso)를 둘러보고 다시 배낭을 챙겼다. 



파타고니아를 일주하는 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남반구는 봄이 오시고 있었으므로 우리의 행보는 빨랐다. 남미 일주 여행을 통해 간만 본 파타고니의 봄이 그리움을 재촉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덧 20년을 향해 가고 있는 남미 일주에서 만난 북부 파타고니아는 꿈을 꾸는 곳이었다. 



맨 먼저 가 보고 싶었던 곳은 뿌에르또 몬뜨(Puerto Montt)였다. 그곳에 가면 라고 장끼우에(Lago Llanquihue) 호수 곁으로 하니와 나의 추억을 묻어놓은 곳이었다. 북부 파타고니아가 위치한 로스 라고스 주(Regione di Los Lagos) 곳곳은 발을 디디는 곳마다 마치 다른 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묻어난 곳이었다. 매 순간 호기심이 카메라를 따라다닌 곳이다. 



장끼우에 호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마음은 정중동에 자리 잡고 호수는 커다란 면경처럼 변했다. 새하얀 눈을 머리에 인 오소르노 화산(Vulcano Osorno)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지.. 어떤 때는 구름에 얼굴을 묻고 빼꼼히 우리를 내려다 보기도 했다. 그땐 그저 그르려니 하고 지나쳤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이 누군가 싶어 몰래 살피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남미 일주 여행에서 만난 분위기 넘치는 도시 뿌에르또 몬뜨 항구에는 우리가 묵었던 숙소의 퀴퀴한 목재 냄새를 기억해내곤 했다. 다시 가 본 그 숙소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서면, 쪽빛 바다 너머로 장차 우리가 가 보고 싶었던 아름다운 마을 오르노삐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유람선이 들락거리는 항구 앞에는 이슬라 탱글로(Isla Tenglo) 섬이 여행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그 언덕에 서면 앙꾸드 만(Golfo di Ancud) 너머로 가물가물 수평선 너머에 숨겨둔 명소 우알라우에(Hualaihué)가 인디오의 향기를 풍기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또한 탱글로 섬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빼꼼히 바라보며 이제나 저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아.. 그때가 언제였던가.. 아직 본격적인 파타고니아 투어가 시작되기도 전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파타고니아 여행은 그냥 버스만 타고 지나친 게 아니었다. 숙소에 배낭과 짐보따리를 내려놓고 주변을 탐색하며 허기진 호기심을 충족시키며 다닌 것이다. 어떤 때는 두 번 세 번 연거푸 한 장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남미까지 이어지는 장거리행 이후부터 어린 녀석의 눈에 비친 소풍 장소와 다름없는 곳이 파타고니아였다고나 할까.. 



시간을 거꾸로 돌려 보니 소풍이 재밌는 것은 처음 보는 낯선 풍경 때문이었다. 맨날 보던 풍경은 너무 낯익어 재미가 없는 것이다. 어머니쎄서 잘 가꾼 달리아와 접시꽃과 채송화 등이 빼곡히 피어있던 꽃밭을 지나 뒷마당에 나서면.. 그곳에는 누렁이가 시도 때도 없이 꼬리를 흔들며 반겨주는 정겨운 곳이었다. 그러나 소풍만큼 마음을 설레게 한 풍경은 아니었다. 



국민학교(초등학교) 저학년의 어린이들의 소풍 장소는 주로 학교에서 가까운 뒷산이었는데 그곳도 뒷마당만큼 재미없는 곳이었다. 그곳은 이미 동무(친구)들과 여러 차례 이상 다녀온 곳이므로 나무 밑이나 바위 밑에 숨겨둔 보물 찾기는 너무 싱거웠다. 아마도 이런 사정은 나뿐만 아니라 여러분들도 같은 느낌이 아닐까.. 



그런데 남미의 파타고니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사정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습관은 유년기와 소년기 때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부산 서면에서 낙동강 하류까지 동무들과 걸어서 다녀오면 파김치가 되곤 했다. 아이들의 걸음걸이로는 너무도 먼 곳이자 도시락도 챙기지 않았으므로, 귀갓길에 만난 우물 물로 배를 채우곤 했다. 



아침에 출발한 녀석들은 뭐하고 놀았던지 해가 뉘엿거리는 저녁나절에나 집에 도착하곤 했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엄마만 봤는데 눈물을 글썽이며 금방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다. 어느덧 그 당시의 고생이 감동으로 변하며 오래된 습관을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뿌에르또 몬뜨에서 배낭을 챙기고 오르노삐렌으로 떠날 때는 집에서 소풍을 떠나는 듯했다. 이미 정이 흠뻑 들었던 것이다. 지금도 스케치북에 도시를 그려보라면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스케치할 것이다. 장끼우에 호수 주변은 물론 뿌에르또 바라스(Puerto Varas) 주변의 명소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억해 내는 것이다. 요즘 나의 브런치에 자주 인용하는 어린 왕자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는 여행이 파타고니아 여행이었다고나 할까.. 


마음으로 보고 느끼는 다른 별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잠시 파타고니아 여행의 흔적을 조금만 돌아봤다. 이렇게 시작된 여행이 어느덧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조물주가 빚아둔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인 이 봉우리들은 우리가 달팽이처럼 그은 기나긴 동선을 물끄러미 바라봤을 것이다.


그리고 뿐따 아레나스(Punta Arenas)에서부터 뿌에르또 나탈레스(Puerto Natales)로 이어진 동선까지 빼꼼히 얼굴을 내밀어 봤을 게 아닌가.. 하니와 나는 마침내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에 오르고 있었다. 꿈에 그리던 현장을 가슴에 품게 된 것이다. 그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바라봤다. <계속>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Torres del Paine, Patagonia CILE
Scritto_il 08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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