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Feb 11. 2021

흙 없는 마을에 웬 딸기?

#6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지난 여정(흙 없는 마을의 매력 찾아 나서기) 끄트머리



예전과 달리 인터넷에는 우리가 원하는 키워드를 누르기만 하면 고급 정보가 와르르 쏟아진다. 코로나 시대에도 대한민국이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근저에는 초고속 통신망은 물론 인터넷 네트워크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런 일은 '도장 문화'에 익숙한 일본 아이들이 흉내 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 
코로니 시대, 세계인들이 앞다투어 K-방역에 열광하는 것도 좁은 땅덩어리 속에서 쉬지 않고 두뇌운동을 한 결과일 것으로 판단된다. 부정적인 방법에서 진일보한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돼 시민들이 초일류 국가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사방 둘러봐도 기댈 언덕도 없어 보인 대한민국이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된 배경에는 남들이 다 버린 99% 중 단 1%에 몰두한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내가 본 여행지의 매력과 대한민국의 매력이 겹쳐 보이는 기분 좋은 날이다. 




흙 없는 마을에 웬 딸기?


   서기 2021년 2월 11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는 밤사이 보슬비가 추적거렸다. 아침에는 하늘이 찌뿌듯 하고 과일 가게로 가는 인도는 촉촉이 젖어있었다. 이틀 전에 화창하던 날씨가 오락가락 변덕을 부리는 것이다. 이곳에 살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이런 자연의 현상은 겨울로부터 봄으로 이어지는 환절기의 한 현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현상을 24절기로 나누어 부르며 계절의 순환을 농사에 이용하기도 했다. 입춘이 지나면 곧 우수가 다가오고 우수가 지나면 동면하던 개구리가 깨어난다고 하는 경칩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봄은 춘분 청명 등으로 이어지며 한 해를 보내는 사이클로 이어지는 것. 이미 학교에서 다 배운 내용이다. 


이 마을의 지붕에 솟아있는 굴뚝의 수는 공간(방)의 수를 의미한다. 언덕 끝까지 이어지고 있는 나무로 만든 도로는 소통의 길이자 사람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길이기도 했다. 동네 한 바퀴만 돌면 기진맥진..ㅜ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이런 절기는 잊힌 지 꽤 오래된 것 같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다가 어느덧 4차 산업 혁명을 말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이란 한마디로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는 생산 방식의 혁신을 말한다. 지금 내가 사용하는 노트북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인류는 향후 4차 산업 혁명을 통해 보다 진일보된 사회를 살아갈 것이다. 


흙 없는 마을에서는 배수로와 하수관도 나무로 만들어져 있다. 이런 걸 친환경 공법(?)이라 말하나.. ^^


사정이 이러한 때 어느 날 아침 사진첩을 열어 놓고 '흙 없는 마을에 웬 딸기?' 같은 제목으로 글을 쓰고 있자면 현대인들에게 씨알이나 먹힐까.. 마는, 흙이 없는 마을에서 딸기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재밌는 일이었다. 



흙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 주변, 그러니까 피오르드 기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흙이 너무도 귀하여 일어난 희귀한 현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아무튼 깔레타 토르텔은 4차혁명 산업이 극도로 발달된다고 해도 그들은 그들만의 생활방식을 고수할 게 뻔해 보였다. 


이 마을 곳곳은 나무로 만든 도로로 이어지고 있다. 이미 다녀온 곳들이며 숙소에서 가까운 곳아다.


교통수단이라고는 작은 보트가 전부이고 외지로 이어주는 교통편은 마을 한쪽으로 이어지는 기다란 나무 통로를 이용해 버스를 탈 수 있을 뿐이다. 그 마저도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만 가능한 일이므로, 그들은 주야장천 바다만 바라보고 살아야 할 것이며, 피오르드를 덮고 있는 숲을 위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바닷가에서 수초가 자라고 있는 참 특별한 풍경.. 리오 코크랑 강이 동태평양과 만나면서 염도가 낮아졌을까..


그곳에는 얼마간의 흙과 이끼가 덮여있는 곳이다. 하니와 내가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마을을 새롭게 단장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을의 나무로 만든 도로를 증개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도시에서 봐 왔던 도로공사와 너무 다른 낯선 풍경이 여행자 앞에 나타난 것이다. 


흙 없는 마을에서 자라고 열매를 멪은 딸기.. 이곳에서는 참 귀한 풍경이다.


그리고 숙소를 떠나 천천히 마을을 둘러보고 있는데 재밌는 광경이 발견됐다. 그곳에는 흙 없는 마을의 형편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피오르드의 바닷가에.. 나무로 만든 도로변에 나무로 만든 화분 여러 곳에 화초와 딸기를 심어둔 것이다. 어딘가에서 흙을 구해 나무로 만든 화분에 채워놓고 그곳에 딸기를 재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흔한 풍경들이 이곳에서는 너무 귀한 것이다. 



우리가 이 마을을 방문 한 때는 절기상 동지와 소한 사이로 남반구의 12월 말에 해당하는 때였다. 깔레타 토르텔의 경위도( 47°47′S 73°32′W)를 참조하면 우리나라와 비교해 볼 때 엄동설한의 추위가 이어져야 했다. 하지만 새해를 코 앞에 둔 이 마을의 도로 한쪽에서는 딸기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 마을을 둘러싼 피오르드가 바람막이가 되어준 것인지 생각보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참고로 글을 쓰는 지금 이곳의 날씨는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 보다 기온이 5°C 정도 더 높았다. 바를레타의 현재 기온은 11°C인 것. 흙이 없는 마을에 딸기를 심어둔 것도 재밌는 일이지만 한 겨울에 열매를 맺은 딸기는 또 얼마나 기특한가.. 하니는 그 모습이 너무도 신기했던지 "이것 봐"라며 화초를 손으로 가리켰다. 


숙소로부터 멀어지며 카메라에 담은 풍경 너머로 버스 종점이 있는 곳이다.


오늘날 우리는 마법 같은 세상에 살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도깨비방망이 같은 휴대폰을 통해 세상 만물을 손바닥 위에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어도 어플 하나면 무엇이든 주문할 수도 있다. 가고 싶은 곳을 대리만족하려면 손가락으로 문자판 몇 개만 누르면 우리 행성 곳곳을 눈팅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 마을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보트의 엔진이 포구에 놓여있다.


글을 쓰는 지금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하니와 새끼들과 형제자매와 이웃들이 눈에 선하다. 설 연휴를 맞이해 도로 위를 질주하고 있는 귀성객들 속에는 나의 추억까지 묻어나고 있는 것. 바쁘게 살고 있던 생활을 잠시 접고 경부선 위를 달리면 곧 만나게 될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이 눈에 선했지..


위 자료사진 좌측의 보라빛 건물 오른쪽 2층집이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이다. 참 아스라한 풍경..


설날을 앞둔 연말연시는 마음에 고향에 가 있었는데 이곳 흙 없는 마을은 곧 다가올 새해를 앞두고 인적이 뚝 끊긴 듯 조용하기만 했다. 가끔씩 이곳을 방문한 여행자들이 오고 갈 뿐 사람들은 주로 집안 난로 곁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또 딸기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며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에게 설날처럼 굵직한 세시풍속이 있다는 사실은 또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우리는 숙소에서 점점 더 멀어지며 흙 없는 마을의 중심지로 이동하고 있었다. 멀리 숙소 뒤편으로 언덕이 보이고 그 너머 거대한 바위산 아래로 리오 코크랑(Rio Cochrane) 강이 도도하게 흐르는 곳. 그 흐름은 곧 삼각주에 멈추어 서며 이 마을을 휘감게 될 것이다. 



동태평양의 기운을 듬뿍 머금은 남반구의 피오르드는 여행자의 발길을 자꾸만 끌어당기고 있었다. <계속>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11 Febbra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바람이 그린 풍경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