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24. 2021

흙 없는 마을의 때 묻지 않은 자연

#10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깔레타토르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에서 만난 친구들..!!


지난 여정(마냥 걷고 싶은 흙 없는 마을) 끄트머리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에도 봄비는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다. 그리고 간밤에 잠자리에 나타난 요정들과 함께 두 가지 뉴스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코로나는 기본, 최근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쿠데타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에 등장한 코로나와 함께 변종 코로나로 변신한 미얀마 군부 세력이 국민들을 학살하고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의 1980년을 회상하게 만드는 끔찍한 일이 코로나 시대를 틈타 발생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코로나와 함께 이들을 퇴출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하며 인명을 살상하는 것도 모자라 인면수심 보다 더 못한 인면코로나심(?)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실로 끔찍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이곳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들은 두 가지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곳이자, 어느 작가님의 가슴에 평안을 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니와 나는 이곳에서 일주일 머무는 동안,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한 개구쟁이처럼 걷고 또 걸었다. 여행자가 길 위에서 행복한 것처럼, 인간세상에도 간밤에 꾼 꿈처럼 싱그러운 봄기운이 꼼지락꼼지락.. 밀물처럼 차오르고 희망이 들불처럼 뜨겁게 번졌으면 싶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하늘이시여.. 코로나로부터 자유롭게 하시며 지옥불에 던져진 미얀마 국민들을 보살피소서..!!





하니와 나는 숙소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며 깔레타 또르텔 마을 깊숙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무로 만든 길이 바닷가를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피오르드 하단 기슭 몇 안 되는 흙에 의지하여 숲이 조성되고 있었을 뿐 흙은 찾아볼 수 없는 마을이었다. 때가 묻을래야 묻을 수 없는 곳. 이번 포스트에서는 이 마을의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돌아보도록 한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전혀 느낄 수 없는 파타고니아의 일면이다.



흙 없는 마을의 때 묻지 않은 자연




지난 여정 끄트머리에 미얀마 사태를 잠시 언급했다. 그때가 3월 10일이었으므로 열흘이 더 지난 지금 미얀마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미얀마 군부는 계엄령을 내린 가운데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발포를 하며 20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라를 지켜야 할 군인과 군대가 자국민에게 무차별 발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광주민주화운동이 절로 겹쳐 보이며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국민들이 이처럼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그들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충분히 맛을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제사회가 여태까지 이 사태를 방관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이 주목받는 일이 생겨났다. 한국이 대미얀마 군사쿠데타 정부를 향해 대립각을 세우며 미얀마 민주시민들을 지지한 것이다. 한국은 미얀마에 군수물자 수출을 중단하는 등 미국과 함께 경제제재를 가했다. 



자료사진 좌측에 지어진 정자처럼 생긴 목조건축물은 흙 없는 마을의 광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의 태도는 여전히 미온적이고 중국은 쿠데타 군부를 지원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미얀마 민주시민들을 자극하고 니선 것이다. 따라서 현지의 중국 봉제공장 등이 불에 타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1980년 광주가 그랬듯이.. 인터넷과 SNS가 차단된 미얀마의 현실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라는 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생각이며, 나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미얀마는 현재 지옥에 던져진 참혹한 상태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가운데 오늘자(23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님 내외가 AZ 백신(AstraZeneca) 접종을 완료한 것이다. 그 현장을 지켜보면서 감개무량했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백신에 대한 불신을 한 방에 날려버렸으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이는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1호 접종자'로 알려졌다. 또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 역시 1호 백신 접종자로 알려졌고, 미국과 한국 대통령이 가세한 것이다. 


피오르드 하단부를 따라 길게 이어진 나무데크가 이 마을의 도로인 셈이다.


세계가 코로나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미얀마 군부는 무엇을 믿고 자국민 살해에 나선 것일까.. 다행인지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이틀 전(22일)부터 상승세가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였다. 그와 함께 한국에 가 있는 하니도 백신 접종 동의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여서 곧 접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바위덩어리에 서식하는 이끼에 달라붙은 작고 빨간 꽃이 보이시는지..


이틀 전 나의 브런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편에 불교의 인연법을 잠시 언급한 바 있다. 사람들의 인생은 인연법에 따라 만들어지고 소멸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고 했으며, 전생에 복을 짓고 선업과 공덕을 쌓으면 금생에 그 복락을 누리게 된다는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랬다.


바위 위에 있는 이끼에 서식하는 나무들이 기특하다. 바닷물은 옥빛이자 우윳빛이다.


이런 인연법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악업을 지었길래 세계인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박테리아와 세균과 인간계가 서로 다를지라도 업보의 굴레를 대입시켜 보면 그냥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조금 전 기다랗게 지은 목조 건물(광장)을 지나쳐 왔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지은 업보에 해당하는 일인 것이다. 우리가 지은 죄를 우리가 되돌려 받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코로나의 출현을 두고 현대문명을 일굴 때까지 파괴한 생태계가 그 업보라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숙소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 사진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저~기 저 넘어..^^


중세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주거 형태가 열악했을 때 쥐를 통한 전염 속도가 빨랐으며, 현대에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여기는 비행기가 코로나를 빠르게 전염시켰다. 그리고 잘 발달한 도로망이 순식간에 전염의 속도를 가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밀집할 수밖에 없는 시설물들이 걷잡을 수 없는 전염속도를 이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니와 함께 파타고니아 여행을 하면서 내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파타고니아의 자연 생태계였다. 이곳에서 만난 식물들은 먼지 한 톨 때 하나 묻지 않았다. 오염원이 없는 대자연 속에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참 특별한.. 흙 없는 마을의 나무로 만든 도로이자 길이다.


인지상정.. 사람들은 민주를 말하고 자유를 말하며 복락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욕심이 지나쳐 조물주가 내어준 자연 파괴를 일삼으려 인간의 도리까지 내팽개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선지자들과 그 보다 앞선 신화의 세상에서 조차 버림받을 짓을 서슴지 않게 된 것이다.



서기 2021년 3월 23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사진첩을 열어놓고 우리가 다녀온 여행지를 둘러보고 있으려니 세상은 여전히 혼탁한 가운데 자연은 오롯이 남아 평화로운 모습이다. 인류가 나름 진화를 거듭하며 인문학은 물론 각종 학문을 통해 먹이사슬 꼭대기에 있는 듯 보이지만, 대자연의 법칙에 한참이나 모자라 보이는 형국이다. 



아이들에게 날 선 칼을 쥐어주면 안 되는 것처럼, 민주와 자유를 모르는 인간들에게 총은 곧 독(毒)으로 변하는 모습을 숱하게 봐 왔다. 인간이 먹이사슬 운운하려면 자연을 본받아야 한다.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인간계는 인연법 등 권선징악의 굴레에 따라 머지않아 사람을 죽인 사람들은 지옥불에 반드시 던져질 것이다. 



사람들은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다. 그들의 눈이나 가슴에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불행한 삶의 한 단면일까.. 오늘따라 세상과 동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하니와 나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는 아름다운 친구들을 만나 점점 더 깊숙한 곳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이다. 때 하나 묻지 않은 대자연.. 그곳이 태초에 조물주가 인간에게 허락한 땅일 것이다. <계속>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23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