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긴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의 사진첩
우리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지난 여정(길_꿈과 환상(還上)) 끄트머리
하인리히 법칙과 음덕의 관계를 알아보는 것은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며 그 과정은 높은 탑을 쌓는 과정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가깝게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과 부모님을 낳아주신 조부모님과 선조님들이.. 천지신명께 기도하듯 삶을 살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명이 길고 짧은 것조차 하늘이 결정할 일이며, 부활과 윤회의 사이클 속에 놓인 인생들의 모습은 생명의 길이가 반드시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일도 아니었다. 모두 당신이 지은 업보에 따른 결과일 뿐인 것이다. 그렇게 나의 운명을 거듭되는 사이클에 비교해 보니 아직은 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 듯 보인다. 내게 임한 음덕이 마리아로부터 실행되고 있었다면, 나는 다시 마리아의 선행을 거울 삼아 이웃에게 선한 업보를 쌓아야 할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사진첩을 열어보니 나의 모습이 초초가 흐드러진 길 위에 오롯이 놓여있다.
영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심프슨 계곡을 향하여)
비포장 도로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이곳은 북부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운 도시 꼬자이께(Coyhaique) 근교의 모습이다. 도시는 2017년 기준 6만 명(57,818)이 채 안 되는 곳이며, 칠레의 아이센 주(regione di Aysén)에 속하는 곳이다. 이미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내가 이 도시에 오랫동안 머물게 된 이유는 뜻밖의 허리병 때문이었다. 거의 한 달 동안 숙소에서 꼼짝 못 하고 갇혀 지내는 동안 두 천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숙소 주인 나디에와 그녀의 친구 마리아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돌변했을지 쉽게 가늠이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숙소에 머물며 노심초사하고 있는 동안 어느 날 마리아가 내게 제안을 한 것이다. 나의 사정을 잘 아는 그녀가 내 친구 툴리오(그녀 남편)에게 도시 근교로 드라이브를 떠나자는 것이었다. 참 고마운 제안이었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의 목적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심프슨 계곡이었는데 도시 중심에서부터 그곳까지 한 바퀴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나는 툴리오가 운전하는 조수석에 앉아 일그러진 표정으로 창밖을 주시하며 셔터를 눌러댓다.
비포장 도로라 할지라도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된 도로는 작은 충격에도 허리의 통증이 재연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온몸에 힘을 가하여 통증을 완화시키려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견디고 있었다. 이때 찍은 사진이 100여 장의 기록을 남겼다. 독자님들과 이웃을 위해 영상과 사진으로 편집했다. 심프슨 계곡까지 이어지는 기록은 전부 세 편이다. 이 기록을 내 친구 툴리오와 마리아에게 바친다.
서기 2021년 3월 22일 저녁(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는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사친첩을 펴 놓고 칠레의 파타고니아에 펼쳐진 풍경을 편집하고 있자니 당시의 느낌이 그대로 풍경사진에 묻어났다. 나는 이 길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길의 종류를 살펴보니 실로 방대했다. 어디든지 이름만 붙이면 길이 됐다. 길의 종류는 이랬다.
꽃길, 진창길, 갈림길, 흙탕길, 지름길, 눈길, 자갈길, 비탈길, 산길, 빗길, 모랫길, 바른길, 에움길, 돌길, 돌림 길, 뒤안길, 오솔길, 고샅길(마을의 좁은 골목길), 숲길, 큰길, 갓길, 밤길, 언덕길, 둑길, 샛길, 잿길, 논길, 외딴길, 외통 길, 벼룻길, 곁길, 꼬부랑길, 곧은길, 덤불 길, 두렁길, 황톳길, 올레길, 오름길 , 내리막길, 오르막길, 내리막길, 가시밭길, 에움길(빙 둘러서 가는 길), 지름길, 두름길(북조선 은어 빙 둘러서 가는 길), 등굽이길, 거님길(산책길의 옛말) 푸서릿길(물이 자란 정리 안된길), 사잇길(샛길), 잿길(언덕배기로 난 길), 하룻길(강가나 바닷가 낭떠러지로 통하는 비탈길), 나뭇길(나뭇꾼의 길), 바닷길(배가 다니는 길), 꼬부랑 길(굽이굽이 서로서로 이어져 난 길), 두렁길(두렁위로 난길), 무멧길(두메산골에 난 길), 밭구길(북조선 용어, 발구가 지나다닐만한 길, 짐 썰매나 우마의 짐이 다닐만한 길), 하늘길 등
우리가 드라이브를 즐기는 이 길은 비포장길이었다. 그리고 이 포스트의 제목처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에서 인생길을 뒤돌아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낯익은 불교에 따르면 이런 길들은 인연법에 따라 만들어지고 소멸되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고 한다. 전생에 복을 짓고 선업과 공덕을 쌓으면 금생에 그 복락을 누리게 된다는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학교에서 생활기록부를 작성하기 위해 나누어준 문답지 '종교란'에는 으레 '불교'라고 썼다. 어른들이 어쩌다 초파일에 가까운 사찰에 들를 정도로 사찰 방문은 잦지 않았지만 생활 속 깊이 불교가 자리 잡은 것이라고 할까.. 이런 인연법에 따르면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떤 악업을 지었길래 세계인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그저 궁금할 따름이다. 박테리아와 세균과 인간계가 서로 다를지라도 업보의 굴레를 대입시켜 보면 그냥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지은 업보에 해당하는 일인 것이다. 우리가 지은 죄를 우리가 되돌려 받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혹자들은 코로나의 출현을 두고 현대문명을 일굴 때까지 파괴한 생태계가 그 업보라 말하는 것이다.
중세에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주거 형태가 열악했을 때 쥐를 통한 전염 속도가 빨랐으며, 현대에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 여기는 비행기가 코로나를 빠르게 전염시켰다. 그리고 잘 발달한 도로망이 순식간에 전염의 속도를 가중시켰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밀집할 수밖에 없는 시설물들이 걷잡을 수 없는 전염속도를 이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제저녁에 포스트를 대략 편집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가 한국의 새벽 시간이었으므로 평소 포스트를 발행하는 시간이 늦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한밤중에 다시 일어났다. 너무 개운했다. 한국시간 오전 9시가 막 지나고 있다.(8시간 차이) 코로나 시대의 생활습성은 이렇게 뒤죽박죽인 것이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나면서 생시와 똑같은 생생한 꿈이 남아있었다.
꿈은 세 가지 형태로 남아있었다. 꿈에서 죽은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다. 두 분 다 내가 잘 알고 있었던 분이며 한 분은 대략 20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며, 한 분은 두 달 전에 돌아가신 분이며 평소 매우 가깝게 지내던 분이었다.
첫 번째 상황은 내가 어느 계곡의 맑은 물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동안 후자의 형님이 큰스님의 복장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꿈이 그러하다. 당신의 얼굴을 형태가 불분명하지만 그가 누구란 걸 안다. 당신은 붉은색 장삼을 걸치셨는데 매우 화려하며 빛나게 보였다. 나는 평소에 하던 행동으로 사찰을 나서는 당신께 손바닥을 마주쳤다. 기분이 매우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나의 곁에 언제 왔는지 전자의 오래전에 돌아가신 분이 나타났다. 꿈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분은 조금 전 마주친 스님을 바라보며 나와 함께 계곡에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떠나려던 참이었는데 계곡물 한가운데 광천수가 솟아오르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분에게 "마셔도 되느냐"라고 물었더니 긴가민가 했다.
나는 잠시 후 광천수가 솟아나는 계곡의 소(沼)로 다가가 손을 깊이 담그고 그 물을 마셨다. 미네랄 향기가 진동했다. 그리고 다시 어느 골짜기를 찾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온천을 찾게 되었다. 그곳은 굵은 향나무를 빙 둘러진 곳으로 나는 사람들이 즐기는 온천욕을 함께하며 참 희한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낯익은 도시로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다. 그런 한순간 나는 버스에서 내릴 때 카메라를 두고 내린 것이다. 버스는 멀리 떠나고 낯선 도시에 홀로 남게 됐다. 카메라는 고사하고 그곳에 남아있던 외장하드(External hard disk drives) 때문에 속상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때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카메라도 곁에 있었으며 사진첩 속에는 북부 파타고니아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게 아닌가. 휴우.. 잠에서 깨어난 나는 내가 만난 두 천사와 가슴에서 지우지 못할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니와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결을 가진 천사들을 따라 비현실적 풍경이 펼쳐진 심프슨 계곡에 도착했다. 곧 천상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계속>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COYHAIQUE CILE
Scritto_il 23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