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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10. 2021

마냥 걷고 싶은 흙 없는 마을

#9 파타고니아 깊숙이 숨겨진 작은 마을 깔레타 토르텔

우리도 이런 명소 하나쯤 가졌으면 좋겠다..!!


지난 여정(흙 없는 마을의 기상천외한 놀이터) 끄트머리



최소한 2021년은 다 보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니와 통화를 시작하면 노트북을 열고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물론 세계의 코로나 성적표를 펴 놓고 장황하게 브리핑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자(현지시각)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에 따르면 2월 중순부터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감염자 수는 1만 7천 명을 넘어섰으며 사망자 수 또한 343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비할 것도 없지만 대한민국은 코로나 청정국이나 다름없지만 사람들의 체감 열기는 여전히 답답한 것.



전화기 너머에서 하니의 한숨 소리가 배어 나온다. 이탈리아행 비행기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청춘이면 모를까 안 청춘들의 하루는 1년을 맞먹는다. 아무리 빨라도 4월은 지나야 하늘길이 열릴 수 있을까.. 그런 기대감 속에 사진첩을 열고 흙 없는 마을의 중계(?)에 나선 것이다. 그리고 깔레타 또르텔이 위치한 흙 없는 마을의 코로나 성적표를 보니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마을에는 코로나도 없는 청정지역인 것이다. 생전 처음 부러움을 느낀 이유였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막내 녀석이 자꾸만 생각난다.



마냥 걷고 싶은 흙 없는 마을




   서기 2021년 3월 9일 저녁나절(현지시각),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봄비에 젖었다. 이틀 전부터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잠시 그치는가 싶더니 어둠이 짙게 드리운 밤중에도 도시를 촉촉이 적시고 있다. 현관에 나가 촉촉이 젖은 공기를 마시고 있는 멘타(Mentha)를 보니 짙은 초록빛 이파리를 내놓고 아우성이 아니다. 



녀석들은 현관문을 열고 나설 때마다 내게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네고 소리를 지른다. 나는 그때마다 녀석들을 일일이 쓰담쓰담.. 그들의 향기를 나의 코로 가져가고 향기는 폐부 깊숙이 전해지며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참 기특한 식물이자 친구이다. 하늘은 사람 사는 세상에 이런 요정들을 보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일까..


참 특이한 식물이다. 붉고 화려한 잎으로 벌 나비를 유혹해 꽃으로 불러 모으는 첨단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매일 녀석들의 동태를 살피며 관심을 주어서 그런지 간밤에는 숙면에 빠져들곤 했다. 그리고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직전에 기억에 뚜렷이 남는 꿈을 꾸게 되었다. 잠자리 곁에서 무수한 어린 새싹들이 땅 속에서 올라오며 하늘 거리는 것이다. 그중 한 무리는 내 곁에 있었으며 손으로 훑으며 쓰다듬자 간지럼을 타는 듯 좋아 죽는다. 

그런가 하면 경기도 여주의 상교리 즘골에 살고 있는 도예가 아우님이 나를 위해 그중 한 아이를 페트병에 담아 건네며 천막(꿈은 그런 것이다) 앞에 걸어두라고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상석에 앉아 사람들로부터 추앙을 받는 기분 좋은 일이 나타난 것이다. 



생시가 아니라 꿈이다. 이런 꿈은 나의 생각과 전혀 무관한 꿈이었다. 다만, 전자에 등장한 새싹들은 나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아 지면을 빌어 잊기 전에 공유토록 한다. 꿈이란 무의식의 활동이라고 말하지만 뇌의 활동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비로움 속에 갇혀 지내는 영역이다. 



불교나 기독교에서도 자주 인용되는 게 사람들이 날마다 꾸고 있는 꿈이며 그 꿈들은 예지몽이 되거나 전생 혹은 장차 다가올 미래의 생까지 비치는 신비로운 꿈이다. 예컨대 해몽(解夢)이란 당신이 꾼 꿈을 통해 길흉(吉凶)을 미리 점쳐보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보편화된 궁금증 해결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꿈보다 해몽이 좋다'라며 마음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평범한 시민 1인도 그럴 수밖에 없다. 간밤에 꾼 나의 꿈도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나름 해몽을 해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 생동감 넘치는 봄기운이 나를 흔들어 깨우며 하루의 삶(내일은 내일의 몫)을 보다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 흙 없는 마을로 떠나는 것이다. 



그곳은 도시에서 전혀 느낄 수 없는 대자연이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 있는 곳으로, 최초 우리가 이곳 깔레타 또르텔에 도착했을 당시 느끼지 못하던 풍광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피오르드 바다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이 마을에는.. 동태평양으로부터 먼 곳이어서 바닷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 흔한 파도 조차 만나기 힘들었다. 


먼지 한 톨 날리지 않는 마을이 피오르드를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도로(데크)는 옥빛 바닷물 위로 이어지며 천상의 길을 걷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 정도로 마냥 걷고 싶은 꿈같은 길이다. 이런 진풍경 때문에 이웃 작가 Sarahkang 님은 관련 연재 글에 이런 댓글을 남기셨다. 


"하늘 아래 천국이 있다면 흙 없는 마을일 것 같네요. 저 동네에도 이사 가고 이사 오고 하겠지요? 일 년만 그곳에서 살아 보고 싶네요. 한 달 만이라도요. 코로나 지나가면 그래야겠어요."



작가님은 서울이 고향이었고 현재는 캐나다에 살고 계신 참한 분이셨다. 당신의 삶을 기록해 둔 브런치의 글을 만나면, 어디 하나 부족해 보이지 않는 분이 불편하기 그지없고 문명으로부터 단절된 듯한 이곳에서 살고 싶어 한 것이다. 그런 직후 나는 댓글을 통해 이곳의 사정을 알리는 한편 이곳의 삶이 녹록지 않음을 알려드렸다.



요즘은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빠지지 않는 화두가 '코로나'란 괴물이 등장한다. 지구촌 사람들은 언제부터인가 코로나 때문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서 마스크를 빼놓을 수 없는 세상에서 이런 청정지역은 꿈과 같은 공간일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는 그 어떤 오염원이 없는 곳이자, 파타고니아 깊숙한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들이 여행자를 맞이하는 천국 같은 곳이다. 



코로나가 서식(?)할 수 없는 곳이므로 감염자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또 마을의 인구가 600 명도 채 안 되는 마을이 수천만 명에 이르는 나라의 사정과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위 작가님이 내려놓으신 댓글도 그런 이유 등이 포함되었을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에도 봄비는 추적거리며 내리고 있다. 그리고 간밤에 잠자리에 나타난 요정들과 함께 두 가지 뉴스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그중 코로나는 기본, 최근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쿠데타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촌에 등장한 코로나와 함께 변종 코로나로 변신한 미얀마 군부 세력이 국민들을 학살하고 나선 것이다. 대한민국의 1980년을 회상하게 만드는 끔찍한 일이 코로나 시대를 틈타 발생한 것이다. 



국제사회는 코로나와 함께 이들을 퇴출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인간을 공격하며 인명을 살상하는 것도 모자라 인면수심 보다 더 못한 인면코로나심(?)이 무고한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실로 끔찍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이곳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들은 두 가지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곳이자, 어느 작가님의 가슴에 평안을 주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니와 나는 이곳에서 일주일 동안 머무는 동안, 그동안 밀린 숙제를 한꺼번에 몰아서 하는 한 개구쟁이처럼 걷고 또 걸었다. 여행자가 길 위에서 행복한 것처럼, 인간세상에도 간밤에 꾼 꿈처럼 싱그러운 봄기운이 꼼지락꼼지락.. 밀물처럼 차오르고 희망이 들불처럼 뜨겁게 번졌으면 싶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하늘이시여.. 코로나로부터 자유롭게 하시며 지옥불에 던져진 미얀마 국민들을 보살피소서..!!


Non c'è terra nel villaggio_Caleta Tortel, Patagonia CILE
il 09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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