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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r 30. 20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길

#5 긴 잠에서 깨어난 파타고니아의 사진첩

아름답다고 다 황홀한 건 아니지.. 비현실적 풍경 앞에서..!!


지난 여정(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에서



비포장 도로가 길게 이어지고 있는 이곳은 북부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운 도시 꼬자이께(Coyhaique) 근교의 모습이다. 도시는 2017년 기준 6만 명(57,818)이 채 안 되는 곳이며, 칠레의 아이센 주(regione di Aysén)에 속하는 곳이다. 이미 관련 포스트에서 언급했지만 내가 이 도시에 오랫동안 머물게 된 이유는 뜻밖의 허리병 때문이었다. 거의 한 달 동안 숙소에서 꼼짝 못 하고 갇혀 지내는 동안 두 천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숙소 주인 나디에와 그녀의 친구 마리아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어떻게 돌변했을지 쉽게 가늠이 안 되는 것이다. 내가 숙소에 머물며 노심초사하고 있는 동안 어느 날 마리아가 내게 제안을 한 것이다. 나의 사정을 잘 아는 그녀가 내 친구 툴리오(그녀 남편)에게 도시 근교로 드라이브를 떠나자는 것이었다. 참 고마운 제안이었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섰는데 낯익은 도시로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다. 그런 한순간 나는 버스에서 내릴 때 카메라를 두고 내린 것이다. 버스는 멀리 떠나고 낯선 도시에 홀로 남게 됐다. 카메라는 고사하고 그곳에 남아있던 외장하드(External hard disk drives) 때문에 속상해 죽을 지경이었다. 
그때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카메라도 곁에 있었으며 사진첩 속에는 북부 파타고니아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게 아닌가. 휴우.. 잠에서 깨어난 나는 내가 만난 두 천사와 가슴에서 지우지 못할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니와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음결을 가진 천사들을 따라 비현실적 풍경이 펼쳐진 심프슨 계곡에 도착했다. 곧 천상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귀차니즘을 위한 영상,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길



*영상을 확대해서 감상하시면 감동이 배가 된다. 마치 현장에 가 있는 듯한 느낌이 물씬 풍겨올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길


   서기 2021년 3월 29일 저녁답에(현지시각) 노트북을 켜고 사진첩을 열었다. 그곳에는 다시 봐도 아름답고 황홀한 길이 펼쳐지고 있었다. 돌이켜 보나 마나 생애 통틀어 이런 풍경은 처음 마주친 장면이었다. 내 친구 툴리오와 마리아가 우리 내외를 위해 준비한 드라이브의 목적지가 눈 앞에 펼쳐진 것이다. 꿈같은 풍경이란 이런 것일까.. 



그곳에는 보랏빛 초초(Lupinus, 현지인들은 'Chocho'라 부른다)가 심프슨 강(Rio Sympson)의 강변을 따라 무리 지어 빼곡히 피어있었다. 친구는 자동차 속도룰 줄이고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거동이 불편했던 내 가슴에 갑자기 환한 등불을 켠 듯 감동이 몰려들었다. 창밖은 온통 비현실적 풍경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걸음걸이도 불편했던 나는 그 순간 소리를 질렀다.


"툴리오, 이곳에 잠시 주차해 주시게나..!!"



자동차는 멈추어 섰고, 나는 조수석에서 내려 다리를 절뚝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치 평원처럼 생긴 이곳은 심프슨 계곡(Valle de los Simpson)으로 불렀다. 이 강의 발원지는 안데스 산맥이었으며, 강은 굽이 굽이돌아 꼬자이께(Coyhaique)를 휘감고 아이센 강(Rio Aysén)과 합류한 후 동태평양의 피오르드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브런치 이웃분들이나 독자님들은 당시 나의 몸상태를 기억해 낼 것이다. 우리가 툴리오와 마리아의 배려로 드라이브를 나선 이유는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만난 허리의 중병 때문이었다. 나중에 기적적으로 부활하긴 했지만, 당시 나의 표정은 거의 사색이었다. 



핏기가 사라진 얼굴에 표정까지 어두웠으므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송장 같은 몰골이었던 것이다. 그런 내가 심프슨 계곡에 다가서자마자 조수석에서 내려 초초 군락을 향해 셔터음을 날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때 건진 비현실적 풍경이 포스트에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나의 몸상태를 모르시는 분들은 엄살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건진 장면들이었다. 세상에 이런 곳도 다 있었다.



파타고니아 여행 중에 만난 비현실적 풍경 앞에서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바라본 심프슨 강의 풍경이다. 한 사람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이곳에 송어(trucha)가 무리 지어 산다. 강 상류에서 꼬자이께로 이어지는 강에는 송어가 흔했다. 오염원 하나 없는 청정지역이다.



심프슨 계곡에 준설작업을 한 흔적이 보이는 가운데 미루나무가 비스듬히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매서운 바람이 만든 이색적인 풍경이자 강변에 무리 지어 핀 초초가 그야말로 비현실적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꿈같은 풍경이 아닌가.. 일부러 가꾼 것도 아닌 초초 군락지 사이로 두 사람이 길을 걷고 있다.  이곳이 천국이 아니라면 천국은 그 어디메뇨.. 



나는 강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잠시 황홀경에 빠져들었다. 하니와 마리아도 잠시 자동차에서 내려 강변을 바라보았다. 초초는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묘한 실루엣을 연출하며 적당히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넘실 거리고 있었다. 유구무언((有口無言)..! 조물주가 지은 대자연의 신비를 천천히 감상해 보시기 바란다.












   나는 짬짬이 나의 브런치를 통해 아름다움은 신의 그림자라고 말했다. 남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의 <예술가의 십계명_Decálogo del artista>의 첫째 계명을 자주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더 계명을 돌아본다.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명언이자 행동을 실천하게 만드는 가르침이다.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신은 때 묻지 않은 자연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서기 2021년 3월 29일 저녁답에 열어본 사진첩 속 풍경은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어디에 강림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 두 번 다시 파타고니아로 갈 계획도 기회도 없을 듯 하지만, 시간을 지내놓고 보니 이곳에 좀 더 오랫동안 머물었으면 싶은 생각 간절하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지구촌은 중병을 앓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물론, 이탈리아 전역과 지구촌 대부분이 코로나 19에 감염된 채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이틀 전, 주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교민들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에 따른 안전공지를 한 것이다. 안전공지는 이러하다.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보내온 안전공지



  주재국 정부는 2021.3.27(토) 칼라브리아, 토스카나, 발레다오스타 3개 주를 Zona Rossa(Red Zone)로, 라치오주를  Zona Arancione(Orange Zone)*로 추가 지정하는 신규 보건부령을 발표했습니다. 동 조치는 3.29(월)부터 유효하며
* 단, 라치오주는 3.30(화)부터 Zona Arancione(Orange Zone) 적용
● Zona Bianca (White Zone) : 해당 지역 없음
● Zona Gialla (Yellow Zone) :  해당 지역 없음
● Zona Arancione (Orange Zone) : 사르데냐(Sardegna), 몰리세(Molise), 아브루초(Abruzzo), 리구리아(Liguria), 시칠리아(Sicilia), 움브리아(Umbria), 바실리카타(Basilicata), 볼차노(Provincia Autonoma di Bolzano), 라치오(Lazio) 
● Zona Rossa (Red Zone) : 칼라브리아(Calabria), 토스카나(Toscana), 발레다오스타(Valle d'Aosta), 캄파니아(Campania), 마르케(Marche), 풀리아(Puglia), 롬바르디아(Lombardia), 에밀리아 로마냐(Emilia Romagna), 베네토(Veneto),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Friuli Venezia Giulia), 피에몬테(Piemonte), 트렌토(Provincia Autonoma di Trento)



▣ 코로나 지역별 방역등급(Zona Bianca, Zona Gialla, Zona Arancione, Zona Rossa)에 따른 세부 조치 사항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코로나 19 심각도에 따른 지역별 4단계 세부내용 바로가기
▣ 이동 관련 주요 사항
부활절 연휴(4.3~5) 기간 전국 Zona Rossa 지정
 - 단, 같은 주(Regione) 내 1일 1회 타 가정 방문은 허용
ㅇ 부활절 연휴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3.15~4.2 및 4.6)은 Zona Gialla와 Zona Arancione 지역에 한해 같은 도시(Comune) 내 타 가정 방문 가능(3.12. 자 신규 행정명령)
- 단, 1일 1회(5:00~22:00)에 한하며 인원은 최대 2명으로 제한(14세 미만 아동 및 장애인·거동 불편자는 추가 동반 가능)
ㅇ Zona Gialla, Arancione, Rossa 지역 야간시간대(22:00~05:00) 이동제한
 - 단, 업무·건강·거주지 복귀·기타 필수적 사유로는 이동이 가능(자술서 지참 의무)
- Zona Bianca(White Zone) 내 이동제한 시간대는 별도 지정
▶ 주재국 보건부 홈페이지 바로가기



   위 링크된 자료와 안전공지를 살펴보면 이탈리아 전역은 적색과 황색경보(1,2등급)로 얼룩져 있다. 매일 1만 명 이상이 코로나에 감염되고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게 일상이 된 것이다. 현재의 코로나 추이를 면밀히 살펴보면 우려했던 3차 팬데믹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 이탈리아 한국대사관은 3월 30일 자(현지시각) 대사관을 잠정 폐쇄한다고 밝혔다. 감염 우려 때문이란다. 사정이 이러한 때 열어본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은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내게 큰 위안과 함께, 잃어버린 때 묻지 않은 대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이다. 그나마 브런치(인터넷)가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나..!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con mia moglie_COYHAIQUE CILE
Scritto_il 29 Marz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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