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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08. 2021

너무 예쁘면 깨물게 된다

-보면 볼수록 기분 좋아지는 풍경

코로나 시대,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



   서기 2021년 4월 8일 목요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바를레타의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화창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 이런 날 어디론가 떠나면 얼마나 좋을까.. 견우 사정 직녀가 알아준다더니 혼자 잠자리에 들고 스스로 일어나야 하는 일이 밥 먹는 습관만큼 오래되었다. 코로나 시대가 가져다준 얄궂은 운명이다. 



이런 운명의 시간은 꽤 오래됐다. 지난해 10월 23일부터 지금까지.. 곧 6개월이 다가온다. 하니는 한국에 있고 나는 이탈리아 집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견우와 직녀'라고 표현했다. 견우와 직녀.. 그러니까 한시적으로 이별을 하고 있는 사람을 일컬어 '혼자 사는 사람'이라 불러도 별로 이상하지 않다. 나는 시방 혼자 살고 있는 사람.. 



혼자 살아도 할 건 다해야 한다. 밥도 지어야 하고 반찬도 만들어야 하고 장을 보러 가야 하고 빨래도 해야 하는 등 할게 부지기 수이다. 거기에 브런치에 일기를 쓰듯 세금 내듯 꼬박꼬박 글을 발행해야 한다. 하루 24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야 없지 않은가.. 



코로나 시대가 아니라도 해야 할 일이거나 하고 싶은 일이지만 요즘은 좀 더 특별해진 것 같다. 자칫 소홀하기 쉬운 '밥상'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다. 누가 지켜줄 수도 없는 당신의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다. 견우와 직녀도 서로 다른 별에 살면서 그러해야겠지.. 서방님 한입 마눌님 한입 해 감시롱 깨소금이 쏟아지던 때를 그리워하면서 오작교로 한 발 한 걸음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오작교가 요즘 공사 중이어서 통행이 매우 더디다는 소식을 은하수 근처에 살고 있는 어린 왕자의 전갈이다. 그의 전갈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갈수록 나아질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 귀연 녀석의 신통력은 대단하다. 그 멀리서 이탈리아의 속사정까지 헤아리고 있으니 말이다. 



그가 내민 성적표는 기대와 달리 다시 원상회복으로 돌입했다. 단 하룻만에 기대치가 와르르 무너진 것이다. 신규 확진자 수(13.708)와 사망자 수(627명)가 눈에 띄게 도드라지는 것이다.(Coronavirus in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7 aprile: 13.708 nuovi casi e 627 morti) 



사정이 이러한 시기에 나는 가끔씩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들러 장을 봐 온다. 요즘 장바구니 속에 든 건 제철 채소와 과일인데 오늘 포스트에 담은 건 이탈리아인들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라는 채소이다. 요 녀석을 잘 데쳐서 볼에 담고 조물조물 무쳐내면(이때 뿔리아산 올리브유를 주로 사용한다.) 잠시 직녀를 잊게 해주는 환상적인 맛을 낸다. 



나는 녀석을 집으로 데려와서 그중 하나의 꽃술을 따내어 유리 커피잔에 담아 두었다. 그랬더니 사흘이 지나면서 앙증맞은 꽃봉오리에서 앙증맞은 샛노란 꽃을 내놓았다. (ㅋ 아더찌 안넝하떼요. ^^) 녀석들은 나만 보면 좋아 죽는다. 나는 어린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녀석들을 볼에 담아 바람을 차단했다. 집안에서 바람이 일 리가 없지만 보다 더 안락하기를 바라는 나의 작은 배려였다. 



아무튼 혼자 살고 있으면 별일을 다 찾아 소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시간과 내 몸은 소중하니까.. 그건 봄나물도 마찬가지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면서 콕 혹은 꽉 깨물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경험이 있을랑가 모르겠다. 당신의 아들 딸이나 너무 귀여운 녀석이 자기 앞에 있으면 깨물어 보고 싶은 거 있지..ㅋ 



그때 깨물린 녀석은 자지러질지 모르겠지만 그 또한 후다닥 빠르게 지나가리라.. 추억이 그런 것이다. 이날 내가 무친 봄나물과 샛노란 요정들이 그런 것이다. 사람들을 적당히 피해 시장으로 가는 길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나를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며 인사를 건넨다. 봄이 좋은 것은 혼자라는 잊게 만드는 요정들의 마법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La mia salute è stata preservata durante il periodo COVID-19
il 08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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