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제철 채소
식재료 선택하고 장 보고 다듬고 요리하는 게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서기 2021년 4월 13일 화요일(현지시각)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러야 했다. 지난 주말에 장을 봐 온 까르치오피(Carciofi)를 손질하고 요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사흘 동안 묵혀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제철 채소인 까르치오피는 보약이나 다름없어서 코로나 시대에 잘 어울리는 채소가 아닌가 싶다. 코로나에 대항하려면 방역수칙을 잘 지키는 건 기본 무조건 잘 먹어줘야 한다.
지난 주말 바를레타 재래시장이 철시할 때쯤 들렀는데 딸기 가게와 까르치오피 가게가 아직 파장을 하지 않았다. 장 보러 간 목적은 딸기 때문이었는데 싱싱한 까르치오피가 나를 유혹했다. 가격표에는 어른 주먹만 한 녀석 10개에 3유로로 쓰여 있었다. 파장이라 쓰윽 지나치면서 "2.5유로 해주면 안 잡아 묵지" 하고 말했다.
물론 이렇게 말했겠는가. 그 즉시 "NO!!"라고 대답했다. 표정을 보니 "뭥미?"하는 눈치.. 그래서 곧장 딸기 가게에 들러 2킬로그램의 딸기를 쌌다. 파장이어서인지 1킬로그램에 2유로 하던 딸기가 2킬로그램에 3 유로 했다. 각각 나누어 한 봉지씩 드니 묵직했다. 참 착한 가격이자 싱싱한 제철 과일이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까르치오피 가게에 들러 한 번 더 염장을 질렀다. 눈이 마주치자 "2.5유로?!"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가게 주인은 씩 웃으며 나지막하게 "OK!!"라고 대답했다. 참 희한한 소통법이다. 이탈리아어로 소통하는데 숫자 2.5와 NO 또는 OK가 전부였다. 사람들을 소통하게 만드는 언어는 참 묘하다. 눈치만으로 통할 때가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 시대에는 숫자가 대세이다. 학교에서 배운 산수 혹은 수학 공부가 마침내 빛을 발하는 것이다. 오늘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가 그러하고 지구촌을 들쑤셔 놓은 나쁜 무리들의 민낯이 숫자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끼적거리고 있는 저녁답이면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공개된다. 희한하지.. 오늘은 신규 확진자 수(13,447명)와 사망자 수(476명)가 기대치를 벗어안 것이다.
글쎄, 24시간 이내에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기껏 수학 공부한 결과 코로나 감염자 수 등을 계수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날이 계속되면서 집콕하는 날이나 브런치 앞에서 글 쓰는 시간이 길어진 것이다. 그리고 팔을 걷어 부치고 코로나 길들이기에 나섰다. 어딘가 한곳에 집중하고 있으면 미생물 따위는 생각날 겨를도 없는 것이다.
나는 요리사.. 리체타를 염두에 두고 식재료 선택하고 장 보고 다듬고 요리하는 게 재밌다. 아니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돌아가신 어머니께서는 그 힘든 일을 하시면서도 불평불만 한 번 하지 않았다. 이유가 뭘까.. 당신의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음식을 귀하게 또 신성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어머니께선 부엌에서 정화수를 떠다 놓고 늘 치성을 드렸었다. 그게 누구를 위한 치성이었을까..
가난 했던 시절 7남매를 키우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어머니가 복을 짓고 선업과 공덕을 쌓으신 결과 7남매는 모두 잘 자라주었다. 그때 당신께서 지키신 부엌과 식재료들이 얼마나 신성한 일인지 깨닫게 될 때까지 걸린 시간은 꽤 오래되었다.
오늘 아침, 나는 그 과정을 생각하며 차근차근 기록을 남겼다. 요리사가 만드는 요리는 즐거워야 한다. 음식을 만드는데 즐거움이 없다면 결과물 또한 그에 비례할 것이다. 얼마나 좋아해야 한다고..? 하늘만큼 땅만큼이다. 세상의 어머니들은 다 그런 분이라 생각한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신 분이 음식인들 오죽하겠는가. 잠시 먼저 포스트 가시를 사랑할 때까지 편에 실어둔 까르 치오피를 다시 열어본다.
이탈리아인들이 요즘 즐겨먹는 제철 채소 까르치오피(Carciofi alla romana) 만든 요리에는 몸에 좋은 성분(항산화제, 무기질, 비타민 등)이 가득하여 천연 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이랬다.
Calorie e valori nutrizionali dei carciofi_100 g di carciofi apportano:
-22 kcal
-Proteine(단백질_ 2,7 g
-Grassi(지방) 0,2 g
-Carboidrati(탄수화물) 2,5 g
-Zuccheri semplici(단당) 1,9 g
-Fibre(섬유질) 5,5 g
쓴맛을 내는 식물들(Erbe amare)은 우리 몸의 간에 좋다(Erbe amare per depurare il fegato)고 알려졌다. 담즙의 생산과 배설을 촉진하고 소화를 개선하는 한편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한다는 것. 간(il fegato)이 우리 몸의 매우 중요한 장기임을 고려할 때 까르치오피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간이 건강하면 우리 신체가 효율적으로 잘 작동(건강)한다는 게 요지이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거의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졌다. (출처: cure-naturali.it) 의학의 아버지로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Ippocrate)가 '음식으로 못 고치면 약으로도 못 고친다'라고 한 가르침이 까르치오피에서 묻어난다. 비단 까르치오피 뿐이겠는가 마는..
여기까지 스크롤을 내려오신 분들이라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의 자료사진을 통해서 까르치오피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떤지 실감하게 될 것이다. 복잡한 것 같지만 매우 단순하다. 요리의 공정을 분해하면 요리가 보이는 것이다. 일단 정성을 들여야 한다. 까르치오피는 갈변을 하기 때문에 1회용 고무장갑을 착용했다.
기다란 줄기를 적당히 자르고 가시 돋친 꽃잎을 제거한다. 그리고 줄기의 심 부분(이탈리아 사람들은 이것까지 '영혼, Anima'이라 부른다)만 남겨 놓고 잘 다듬는다. 갈변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난번에는 식초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주먹만 한 레몬(Limone) 한 개를 사용했다. 그리고 꽃봉오리를 거의 절반 가량 잘라버렸다.
그리고 꽃봉오리 속의 꽃잎은 티스푼으로 모두 다 파냈다. 잘 다듬어진 꽃봉오리는 레몬즙을 풀어둔 볼에 담는다. 그리고 속을 파낸 꽃봉오리 속에 채울 속을 준비한다.
이번에는 아스파라거스(Asparago_Asparagus officinalis)를 갈아서 만든 즙과 까르치오피 줄기, 페페론치니, 치뽈라, 알리오를 잘게 다지고 질 좋은 깔라브리아산 올리브유와 조미간장으로 양념한 속을 사용했다. 이렇게 준비가 끝난 재료들은 냄비에서 올리브유로 쪄낸 까르치오피 요리(CARCIOFI IN PADELLA)로 탄생하는 것이다.
냄비 바닥이 자작하게 올리브유를 두르고 준비한 재료들을 차근차근 잘 넣은 다음 센 불로 달구어 준 직후 약불에서 대략 20~30분 정도 냄비 안의 내용물(올리브유와 까르치오피에서 빠져나온 수분)이 융합하고 졸아들 때까지 기다리면 요리는 끝. 까르치오피 요리는 물이나 비노 비앙꼬 혹은 올리브유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요리를 접시에 예쁘게 담아주면 먼저 눈으로 먹으면서 행복이 충만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 정리하는데 하루가 훌쩍 지나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공정이 하나 더 있다. 재료를 다듬고 요리할 때까지 쉼 없이 진행되므로 까르치오피를 다듬고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는 그때그때 치워가면서 해야 한다. 잎과 줄기를 제거한 쓰레기만 큰 봉지 하나 가득했다. 그리고 팬 위에서 요리가 만들어지고 있을 시간에 그동안 벌려둔 설거지 전부를 해치워야 한다. 뿐만 아니다. 어질러진 테이블과 바닥은 물론 주방 곳곳을 깨끗이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리를 접시 위에 올려놓고 기록을 남기는 한편, 비노 비앙꼬를 잔 가득 채워 원샷..! 식욕이 급 당기면 코로나 시대의 '소중한 나'를 위해 한 점 한 점씩 먹어주는 것. 말캉하고 약간은 쫄깃한 식감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요리가 재밌지 않으면 이런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귀차니즘을 위해 영상을 제작했다. 까르치오피 요리 리체타 전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천년을 사는 것이다. 히히 ^^
Verdure di stagione che non cadono sulla tavola degli italiani
il 13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