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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0. 2021

그 산중에 청설모가 산다

#16 서울에 봄이 오시던 날

4월이 무르익어가는 어느 봄날에 만난 다람쥣과의 청설모.. 그곳에 우리 이웃이 산다..!!



관련 포스트(그냥 지나치면 후회할 걸) 중에서 



브런치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지게를 진 한 사람은 서울 강남의 대모산 자락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강남땅이 개발되기 전부터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아오신 분인데 일가는 여전히 산기슭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선조들이 물려주신 땅을 이어받아 온 가족이 함께 밭을 일구어 채소를 심어 내다 파는 것이다. 
하늘은 무심하지 않아서 이분들의 삶의 터전이 복될 수 있도록 배려하셨다. 이분들이 농사를 짓는 바로 곁으로 대모산으로 이어지는 산길이 나있고 산행을 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기른 친환경 채소를 구입해 가는 것이다. 대모산 자락에는 텃밭을 일구는 사람은 꽤 되지만 이분들처럼 온 가족이 매달려 농사를 짓는 곳은 이곳뿐이었다. 



지게를 지고 파랗고 기다란 호스를 끌고 가는 장면은 밭에 물을 주기 위함이다. 당신의 아내는 산길에 노점을 열어 놓고 쪼그리고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그곳으로 이어지는 산길에는 조팝나무며 산벚이 흐드러지게 피어있고 숲에는 봄의 요정들이 막 기지개를 켜고 눈부신 표정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다. 
나는 거의 매일 아침 하니와 함께 이 길을 따라 대모산 꼭대기를 다녀오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때 오며 가며 만난 요정들을 카메라에 담아 두었더니 적지 않은 분량의 기록이 남았다. 평범한 이 기록들이 장차 빛을 볼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마침내 요정들의 표정과 함께 브런치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곳에 청설모가 산다




   브런치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청설모가 사는 곳은 자료사진이 등장한 이곳이다. 대모산 기슭의 이곳은 일원터널에서 가깝고 곁에는 H아파트가 위치해 있는 언덕이다. 높이 293m의 대모산은 나지막하지만 숲이 울창하다. 이 산의 지명은 불국사와 남쪽 서초구 내곡동에 헌인릉으로부터 비롯되었다. 


헌릉은 태종과 그의 비인 원경왕후 민 씨의 능이며, 인릉은 조선 23대 임금인 순조와 왕비 순원왕후 김 씨의 능이다. 처음에는 산 모양이 늙은 할미와 같다 하여 할미산으로 불리다가, 조선 태종의 헌릉이 자리하면서 어명에 의해 대모산(大母山)으로 부르게 되었다. 



-(앗! 아더찌다..!!) 안넝 하떼요. 아더찌..?!

-안넝? ^^


이곳은 육산(흙산)으로 악산(돌산)과 달리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곳이다. 지금은 강남땅이 개발이 되어 산기슭의 본래의 형체는 거의 찾기 힘들지만 몇 군데는 여전히 예전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곳에 청설모가 살고 있는 것이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4월 어느 날 녀석이 나를 보더니 움칫 움칫 날랜 동작으로 참나무 위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때 포착된 몇 장면이 사진첩에 오롯이 남아있었다.



녀석은 대모산의 다른 지역에서 발견되는 청설모(청서모, 靑鼠毛_청서라 부른다.)와 달리 몸의 털빛이 참나무 껍질을 닮아 갈색이다. 다른 곳에서는 청회색이었는데 두 종의 청서 중에 녀석은 유럽지역에서 발견된다는 갈색이었다. 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청서는 꼬리에 털이 많고 길며, 귀에도 긴 털이 나 있다. (시진에 포착된 모습 그대로..) 등은 붉은빛이 도는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이가 있으며 배는 흰색이다. 청서는 나무를 잘 타고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한다. 몸 구조도 나무 위에서 살기에 알맞게 되어 있다. 



발톱이 날카로워 미끄러운 줄기도 잘 기어오를 수 있으며, 가느다란 가지 위에서도 균형을 잘 잡을 수 있다.(녀석은 그렇게 사라졌다) 먹이는 나무 열매. 곤충. 새순. 새알 등이며, 나무 위에 집을 짓고 4~10월에 한배에 3~6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한반도의 북부 및 중부지방에 서식한다. 세계적으로는 일본, 중국, 몽골, 시베리아,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고 한다. 



내가 아는 녀석의 천적은 매였다. 나무 위에서 주로 살고 있는 녀석이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잽싸게 옮겨 다녀도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매의 눈을 피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곳도 숲이 무성한 여름도 아니고.. 이제 겨우 새싹을 내놓은 활엽수에 달라붙어 있으면 매의 눈에 띄기 십상인 것이다. 



매는 인간의 시력보다 8배나 좋으며, 힘차게 날다가 먹이를 사냥할 때 높은 곳에서 먹이를 향해 급강하하여 발로 먹이를 차거나 잡아채는데, 공중에서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자유 낙하하여 먹이를 낚아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자연계의 모습이다. 



언제인가부터 대모산 기슭 대부분은 개발되어 오늘날 강남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산중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청서뿐만 아니라 노루와 다람쥐나 딱따구리 꿩 등 조류들이 살고 있다. 인간들의 욕심만 챙긴 나머지 청서와 이 산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진정한 천적은 인간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포토, 서울 대모산에 봄이 오시던 날













코로나 시대의 4월에 느끼는 불편함



   서기 2021년 4월 20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씨는 더 이상 눈이 부실일이 없을 정도로 화창하다.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끼고 시내에 볼일을 보고 온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이곳 재래시장에 들러 딸기 2킬로그램(3유로)과 까르치오피 10개(주먹만 한 크기, 2유로)를 샀다.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착한 기격이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안 착한 일이 벌어졌다. 양 손에 든 무게가 대략 5킬로그램을 넘었고, 장을 보는 작은 수레를 가지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무게에 짓눌린 손가락이 조여왔다. 빨리 걸어도 20분은 소요되는 거리.. 문제는 봉지에 조여드는 손가락이 아니었다. 요즘 나의  브런치에 매일 등장하고 있는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 때문이었다. 


쑥 케기 삼매경에 빠져든 어떤 아주머니들..


이탈리아는 물론 지구촌이 코로나비루스 때문에 생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마스크 착용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오늘 날씨가 쨍쨍하다고 했다. 마치 초여름을 방불케 하는 이런 날씨에 마스크까지 착용했으니 온몸이 후끈 달아오는 것이다. 얼굴에도 땀이 삐질삐질 몸 구석구석에도 삐질 거리는 땀 땀 땀.. 



집에 도착하자마자 딸기와 까르치오피를 내려놓고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를 즉각 열었다. 그리고 이 넘의 미생물이 웰케 말썽을 부리나 생각하면서 우리가 파괴한 자연계의 질서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세상의 가장 하위 개체가 말썽을 부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그게 인간들이 훼손한 자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그나마 삐질삐질 땀에 젖은 나를 반겨준 것은 갑자기 달라진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였다. 서기 2021년 4월 19일 자 신규 확지자 수(8.864명)와 사망자 수(316명)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Coronavirus in Italia, il bollettino di oggi 19 aprile: 8.864 nuovi casi e 316 morti) 주로 다섯 자리를 계수하던 확진자 수가 네 자리로 떨어진 것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하니와 재회할 실낱같은 희망이 찐하게 찐~한 색깔로 드러나 보이는 것이다. 온몸이 땀에 젖어도 기분 좋은 날이다. 그 산중에는 청서와 동물들이 잘 살아야 했고, 나는 이곳 이탈리아에서 잘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는가.. 씩~^^


Ecco come arriva la primavera_il Monte DEMO, Seoul COREA
il 20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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