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글 발행 1001번째 자축하며 만든 이탈리아 요리
또 다른 요리 아뮈즈 부슈(Amuse-bouche)의 오만가지 맛의 세계..!!
브런치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숟가락 위의 꼬치로 고정한 층층이 얹힌 음식.. 꼬치의 정체는 이쑤시개이며 식재료는 모두 7가지이다. 맨 아래 쁘로슈또 꼬또, 그 위로 계란 노른자와 흰자로 만든 지단 조각, 그다음 키위와 딸기와 대파 조각과 치메 디 라파의 앙증맞은 꽃이 차례대로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딱 한 입 크기의 이 음식을 아뮈즈 부슈(Amuse-bouche)라 부르며, 이탈리아 요리에서 식전주(食前酒)에 함께 나가는 음식이다. 식전주는 이탈리아어로 아뻬르띠보(Aperitivo)라 부른다.
두 주 전에 구입한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 꽃봉오리를 따로 떼내어 팻트병에 끼워두었더니 앙증맞은 꽃을 내 놓았다.
식전주란 식사 전에 마시는 술로 식욕을 돋우기 위한 절차이며 보통은 식사 전에 손님에게 제공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아뮈즈 부슈의 요리 세계는 실로 다양하며 오만가지나 된다. 이 음식은 주로 특정 리스또란떼를 지배하고 있는 셰프로부터 만들어지는 것이다. 당신의 요리 솜씨는 물론 예술성을 손님들로부터 인정받게 되는 것으로, 식사 비용에 포함되지 않는 셰프의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가 포함된 것이다.
짜잔~(자체 효과음 ^^) 와 아더찌다. ㅋ 안넝 하떼요. 아더찌? ^^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나는 이 특별한 요리 앞에서 어리둥절했다. 코스 요리에 앞서 제공되는 이 요리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본 것이다. 예약 손님들이 도착하면 맨 먼저 주문을 확인하고 꾸치나(Cucina, 주방)에 신호를 보낸다. 손님이 도착한 즉시 꾸치나에서는 준비된 아뮈즈 부슈를 내보내게 되는 것이다. 이 요리는 한 입 크기며 어떤 때는 아주 작은 종지에 담기도 한다. 요리의 모양과 질 등에 적합한 연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보고 계신 아뮈즈 부슈는 조촐한 식재료들로 만든 작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꼬꼬마 요리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즉시 "와.. 어쩜 이렇게..!"하고 탄성이 이어진다. 아직 손님들이 맛을 보기도 전에 눈으로 맛 본 요리 때문에 쏟아지는 탄성이다. 그리고 아뻬르띠보 한 잔을 들이킨 다음 한 입에 녀석을 톡 털어 넣는 것이다. 술 안주인 셈이자 식욕을 돋구는 음식이다. 어떤 사람들은 먼저 녀석을 해치운 다음 아뻬르띠보를 꼴까닥 단 번에 삼키기도 한다. 식성 껏 식습관에 따라..
리스또란떼 손님들은 주로 단골로 이루어졌으므로 똑같은 아뮈즈 부슈를 내놓지 않는다. 손님들이 매일같이 리스또란떼에 드나드는 게 아닌 것처럼, 셰프는 손님들을 위해 다음에 제공될 음식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당신이 요리에 입문한 이후 동료 요리사 내지 셰프로부터 터득한 요리를 차례대로 선보이면 되겠지만, 언제인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아뮈즈 부슈가 요구하는 것은 창조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되는 것이랄까..
요리는 똑같은 리체타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며 재창조되는 예술의 세계인 걸 초보 요리사는 나중에 알게 된다. 되었다. 브런치 발행 1000회를 자축하며 내가 만든 아뮈즈 부슈의 식재료는 일부러 따로 준비한 게 아니라 주방 냉장고에 있던 재료 일부를 다듬어 만든 것이다.
식재료는 모두 7가지라고 말했다. 쁘로슈또 꼬또(Prosciuto cotto, 익힌 쁘로슈또) 그 위로 계란 노른자와 흰자로 만든 지단 조각, 그다음 키위와 딸기와 대파 조각과 치메 디 라파(Cime di rapa)의 앙증맞은 꽃이 차례대로 층층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각각의 식재료들의 맛을 상상해 보시면 한 입 크기의 꼬꼬마 요리의 맛을 알게 된다.
쁘로슈또 꼬또는 염장된 제품을 익힌 것이기 때문에 적당한 간이 된 상태이며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요리의 주재료이다. 그리고 차곡차곡 쌓인 순서대로 시각과 맛과 균형있는 영양가를 챙겨 넣었다. 알록달록.. 계란을 노른자와 분리한 것도 그 이유이다.
그다음 싱싱하고 작은 키위를 쁘로슈또 꼬또의 크기(대략 가로세로 3.5x 3.5cm, 높이 2cm)에 맞추어 잘라 올렸다. 쁘로슈또 꼬또에 부족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보충했다. 그리고 키위와 딸기는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꼭대기에 대파 줄기의 부드러운 부분을 쏭쏭 잘라 올렸다.
아주 미세하고 달콤함이 대파 한 조각에 묻어날 것이다. 그리고 치메 디 라파의 앙증맞은 꽃 한 송이가 입안 한 곳에서 톡 터질 것이다. 그 맛을 찾아낼 수 있다면 당신은 이탈리아 요리의 소믈리에로 인정한다.
이렇게 완성된 요리는 내가 만든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는 요리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브런치가 밀레니엄 시대를 열 때 등장하는 1001이라는 숫자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두가지 버전의 아뮈즈 부슈가 나의 브런치 자축연에 등장한 것이다. 꼬지 한 입.. 비노 비앙꼬 한 잔.. 꼬지 한 입.. 비노 비앙꼬 한 잔..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기분이 좋아야 잘 하게 된다. 그래서 "무엇이든 즐기는 자에게는 못당한다"라고 했던가.. 나의 브런치 글쓰기는 행복하다. 재밌다. 세상에 이 보다 더 좋은 놀이터가 어디에 있나.. 히히 ^^
우리네 삶을 돌아보면 매우 심각해 보이던 일도 나중에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더라. 아웅다웅 전투적으로 살아봤자 삶의 끄트머리에 다가서면 "그 때 왜 그랬나" 싶을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에서 치열하게 격전을 벌이는 것도 알고 보면 아이들 딱지치기나 구슬치기 혹은 게임과 별로 다르지 않더라는 것.
그땐 목숨을 걸어야 할 것처럼 눈을 부릅떳을 것이다. 그 또한 별일 아니란 걸 나중에 알게 되더라. 그래서 그런지 내 앞에 등장한 999, 1000 혹은 1001이라는 수가 더 마음에 와 닿는 거 있지.. 그리고 코로나 시대를 사는 내게 있어서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물론, 세계인들이 겪고 있는 코로나 19로부터 발현된 통계수치를 눈여겨 보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고 어린왕자가 말했다. 그냥 말로만 "심각해"라고 말하면 그 정도를 모르는 것이야. 오늘자(24일) 이탈리아의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13.817명)와 사망자 수(322명)는 크게 나아지고 있지않다. (Bollettino Coronavirus Italia, 13.817 contagi su 320.780 tamponi e 322 morti per Covid: i dati di sabato 24 aprile)
나는 매일 기도를 올리고 있어.. 나에게 가장 중요한 손님은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이며, 그녀가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이다. 그런데 얄미운 녀석은 물러서질 않고 여전히 지구촌을 둘쑤셔 놓고 있는 게 아닌가. 그녀의 백신접종 시기도 늦추어질 전망이고.. 금년 여름은 지나야 겨우 이탈리아행 뱅기 티켓을 넘보게 될 것이다. 그 때가 언제일지라도 VIP가 납시면 그땐 어떤 아뮈즈 부슈가 필요하게 될까.. 코로나로 지친 여러분들께 눈으로 먹는 이탈리아 요리 한 점을 드린다.
Cucina italiana realizzata in occasione del 1001°
anniversario della pubblicazione del BRUNCH
il 24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