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8. 2021

무릉도원의 아침

#3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제철 채소

대한민국에 봄철 최고의 식품 두릅이 존재한다면 이탈리아에는 아스빠라지가 있다..!!



   서기 2021년 4월 17일 토요일 오후(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는 봄비가 보슬보슬 내리신다. 한 며칠 햇볕이 쨍쨍하더니 마침맞게 비가 오시는 것이다. 촉촉이 젖은 대리석으로 만든 도시가 운치를 더한다. 주말 저녁인 이곳은 모처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활발한 풍경이다. 저녁답에 노트북을 켜고 브런치를 열어 지난해 하니와 함께 했던 시간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이곳 바를레타에서 자동차를 장만한 후(꽤 복잡한 절차를 거쳐햐 한다) 처녀 나들이한 곳은 바를레타 인접지역인 마르게리타 디 사보이아(Margherita di Savia)라는 곳이다. 바를레타 사구와 이어져 있고 바로 곁에 아드리아해가 펼쳐진 아름다운 평원인데.. 이날 우리 앞에는 꽃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당시 감흥을 하늘나라로 떠난 사흘간의 나들이라고 브런치에 기록했다. 



신의 그림자가 오롯이 드리워진 그곳은 하늘나라로 불러야 옳았다. 이런 풍경은 하니와 내 앞에 처음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이탈리아에서 자동차를 구입한 직후 첫나들이에 이런 풍경을 만났으므로, 참 묘한 타이밍에 하늘나라를 만난 것이다. 이런 걸 축복이라 해야 하나.. 이날 바닷바람이 적당히 불고 있어서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양귀비는 혼을 빼놓을 정도였다. 아마도 이런 풍경을 무릉도원(武陵桃源)에 견주면 이탈리아 버전으로 바뀌게 될까.. 서양의 이상향으로 불러도 좋을 풍경이 어느 날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니와 함께한 시간을 회상해 보는 이유를 독자님들이나 이웃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전혀 뜻밖의 복병을 만나 우리는 견우와 직녀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가 이제나 저제나 나아지기 바라고 있으나 어찌 된 영문인지 나아지는 듯 다시 상승곡선에 합세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자(링크해 둔) 코로나 성적표를 보니 여전하다. 신규 확진자 수(15.370명)와 사망자 수( 310명)가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Coronavirus oggi: i contagi Covid del 17 aprile. Bollettino Italia e dati regioni


I nuovi casi sono 15.370, i morti 310. Ricoveri -643, terapie intensive -26. Lombardia +2.546, Campania +2.232, Puglia +1.525, Toscana +1.150, Emilia Romagna +1.076, Veneto +940)



사정이 이러한 때 하늘나라 타령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피해 당사자는 물론 유가족들의 슬픔은 하늘을 찌를 듯할 것이다. 하늘나라가 제 아무리 좋은 들.. 무릉도원이 제 아무리 좋은 들 연인들이나 기족들끼리 즐긴 봄나들이만 할까.. 그래서 관련 기록을 살피다가 코로나로 희생된 분들의 나이를 접하게 됐다. 그분들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던 노인들이었으며 평균 나이는 83세가량되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주의 경우이며 남자가 여자보다 비율이 조금 더 높았다. 나는 이 통계수치를 보면서 인간의 나이 80세가 하늘나라로 가는 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100세 시대를 말하고 있지만 80세에 달하면 코로나 비루스가 아니라도 죽게 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잘 아는 석가모니 부처님은 29세에 출가한 이후 깨달음을 얻고(35세80세의 나이로 열반에 들었다. 또 예수님은 공생애 33세를 일기로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형을 자초했다. 



두 분의 나이를 감안하면 100세 시대는 전혀 무의미하다. 무지렁이로 100년을 사는 것보다 성자들의 삶을 묵상해 보는 것이 보다 더 나은 삶이자 행복해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늘이 내릴 운명을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늘 이탈리아인들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제철 채소로 만든 요리 무릉도원의 아침을 끼적거리면서 글이 길어졌다. 80년을 살던 100년을 살던 건강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위 아스빠라지 사진은 이탈리아의 한 사이트에서 가져온 것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오늘 리체타의 주재료는 아스빠라지(Asparago_Asparagus officinalis)와 딸기가 전부이다. 아스빠라지는 영어식으로 아스파라거스라 불리는 제철 채소로 영양가가 탁월하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왕의 채소라 부르기도 하고 채소의 왕이라고 부른다.(세상에는 왕들이 너무 많아..ㅜ) 그렇게 부른 이유는 녀석의 효능 때문이었다. 


*이곳 바를레타 재래시장(Mercato di San Nicola)에 출고된 아스빠라지를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간장의 기능을 좋게 해 피로 해소를 돕는가 하면, 혈관을 강화하고 스트레스를 이기게 하며 요산 배출을 촉진시켜 요산 나트륨의 축적에 의해 생기는 통풍에도 탁월하다는 것이다. 물론 최음효과도 뛰어나 정력제로도 불리는 것이다. 왕과 귀족들이 주로 먹었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 채소가 요즘은 일반에 무한 방출되고 있으니 오래 살고 봐야 할 일 아난가.. 참고로 아스빠라지의 주요 성분은 이랬다.



아스빠라지의 주요 성분_Caratteristiche Nutrizionali


다음에 표시되는 아스빠라지의 100그램당 주요 성분은 네 가지로 분류된다. 즉 아스빠라지 숲과 벌판(들)과 삶았을 때와 온실에서 자란 것들의 각각의 성분이 순서대로 배열됐다. 한 가지만 기록된 것은 후자의 분야에서 사라진 성분이다. (예: 수분 89.3g, 91,4g, 87.7g, 92.0g/ 나트륨 5.0mg) 이들 중 숲과 들에서 자란 아스빠라지가 도드라진다.


수분 89.3g 91,4g 87.7g 92.0g/ 단백질 4,6g 3,6g 5,1g 3,0g/ 지질 TOT 0.2g 0.2g 0.3g/ Ac. 포화 지방 - g/ Ac. 단불포화 지방 - g/ Ac. 다불포화 지방 - g/ 콜레스테롤 0.0mg/ 탄수화물 TOT 4,0g 3,3g 4,7g 3.0g/ 녹말/글리코겐 0.0g/ 수용성 설탕 4,0g 3,3g 4,7g 3,0g./ 식이 섬유는 0.0g/ 에너지 35.0kcal 29.0kcal 41.0kcal 24.0kcal/ 나트륨 5.0mg / 칼륨 198.0mg / 철분 1.1mg 1.2mg - mg 1.0mg/ 칼슘 25.0mg 25.0mg - 24.0mg/ 인광 90.0mg 77.0mg - 65.0mg/ 티아민 0.13mg 0.21mg - 0.27mg./ 리보플라빈 0.43mg, 0.29mg - 0.25mg/ 니코틴 1,50mg 1,00mg 0.90mg/ 비타민 A 155,0μg 82,0μg - 13,0μg/ 비타민 C 23.0mg 18.0mg, 10.0mg 24.0mg/ 비타민 E - mg



그리고 등장한 제철 과일 딸기.. 딸기는 나를 좋아하는 어떤 아주머니 편에서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이렇게..


"딸기에는 비타민C와 안토시아닌, 라이코펜 등이 풍부하여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여 감기 예방은 물론 면역력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토시아닌(꽃이나 과실 등에 주로 포함되어 있는 색소)은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세포의 활성을 억제하고 심장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릉도원의 아침




위에서 잠시 살펴본 아스빠리지와 딸기의 조합으로 만든 리체타는 이상향을 꿈꾸시는 분들에게 마침맞은 식단이자 연로하신 분들에게 더없이 좋은 식품이 아닌가 싶다. 만드는 과정이 너무 쉽고 영양가 만점이다. 최근 딸기가 본격적으로 출하될 때 내가 좋아하는 두릅을 생각하며 만들어 본 요리이다. 이맘때 한국에 있으면 매일 밥상에 올랐던 게 두릅이며 두릅 채집에 열을 올리곤 했다. 



쌉싸름하고 향긋한 두릅은 그야말로 채소의 왕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맛은 물론 영양가도 풍부했다. 다른 봄나물에 비해 단백질이 매우 풍부한 반면 칼로리는 적다. 비타민 A, C, 칼슘, 섬유질 함량 등이 높아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졌다. 

또 두릅에 들어있는 사포닌과 비타민 C는 암 유발 물질인 나이트로사민(N-nitrosammine)을 억제해 혈당과 혈중 지질을 낮춰 당뇨병 환자에도 좋다고 한다. 그러나 두릅의 효능이 채소의 왕 보다 더 나으면 뭘 하나.. 이곳 이탈리아에서는 이맘때 흔한 두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생각만 해도 너무 땡겨!! ㅜ)



그래서 할 수 없이 아스빠라지로 만든 쥬빠(Zuppa di Asparagi)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아스빠라지는 언급한 바 영양가도 뛰어날 뿐만 아니라 리체타가 오만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한 요리법이 등장한다. 그 중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리체타를 소개한다. 오늘 소개되는 리체타는 아스빠라지가 아니라도 다양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서 활용할 수 있다. 죽을 먹어야 하는 환자들이나 연로하신 분은 물론 바쁘게 사시는 분들의 아침 식단에 너무 잘 어울린다.



무릉도원의 아침에 등장한 아스빠라지 리체타 어떻게?_COME PREPARARE: CREMA DI ASPARAGI?




시장에서 장 봐온 아스빠라지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먹을 만큼) 잘게 썰어 준비한다. 꼭지 부분은 먹기 좋게 잘 데친 후 사용하기도 한다. 여기선 생략하기로 한다. 그다음 오목한 냄비를 준비하고 올리브유를 두르고 양파 적당량을 썰어 넣고 양파 기름을 만든다. 마늘을 넣고 마늘 기름으로 풍미를 내도 좋다. 그다음 감자를 잘게 (먹을 만큼) 썰어 넣는다. 그리고 잘게 썬 감자와 아스빠라지를 잘 섞어 센 불에 5분 정도 익힌다. 이렇게 완성된 야채 육수를 대략 15분 정도 푹 익힌다. 그다음 미니핌머(Minipimer)로 잘 갈아주면 끝. 간은 식 미 껏 알아서 한다. 



완성된 죽을 접시나 그릇에 옮겨 담고 맛있게 먹는 일만 남았다. 나는 먹기 전에 장식 겸 풍미를 드높이기 위해 딸기는 넣었다. 끝물이라 새콤달콤한 게 끝내주는 맛이다. 그리고 멘타 잎을 잘게 썰어 풍미를 더하고 물컹거리는 맛에 잣을 다져 올렸다. 치아가 부실한 연로하신 분들에게는 약간은 딱딱한 견과류를 생략하는 게 낫다. 

이렇게 완성된 죽(Zuppa)을 무릉도원의 아침이라 부른 이유를 당장 알게 될 것이다. 입안에서 상상 이상의.. 맛의 이상향이 펼쳐지며 이웃에 권하게 될 게 틀림없다. 있잖아. 나.. 무릉도원에 갔다 왔다?! 하고 도도하게 말하면 "요즘 그런 데가 어딨어"하고 맞장구 칠 것이다. 그때, 나의 브런치를 열어봐 주시기 바란다. 씩~^^


Verdure di stagione che non cadono sulla tavola degli italiani
il 17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양파가 삼겹살을 만났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