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유월의 바를레타 평원_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도대체 하늘나라는 어디에 숨겨져 있단 말인가.. 그곳은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일까..?!!
아내와 함께 피렌체서 살 때의 일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었던 집은 피렌체의 중심이자 메디치가의 무덤이 위치한 산 로렌조 교회 바로 앞이었다. 그곳은 피렌체를 찾은 관광객들이 한 번은 들르게 되는 가죽 시장은 물론 두오모와 미켈란젤로의 걸작 다비드 상이 소장된 갈레리아 델 아카데미아, 삐아싸 델라 리뿌르리까, 삐아싸 델라 씨뇨리아, 일 뽄떼 베끼오, 빨라쪼 삐띠 등등 피렌체를 유명하게 만든 명소들이 걸어서 5분 혹은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에게 집을 세놓은 집주인은 피렌체의 오래된 건물 몇 동을 가진 부자였다. 그는 우리 집에 붙어있는 다른 동의 건물에 살고 있었는데 그가 사는 곳은 4층(한국의 5층에 해당)이었다. 어느 날 우리를 초대한 집주인 A는 사진을 찍는 나를 위해 옥상으로 안내했다. 그가 사는 옥상에는 화단이 잘 가꾸어져 있었고, 피렌체 시내가 잘 조망되는 곳이었다. 옥상을 얼마나 잘 가꾸어 놀았는지, 그 공간만으로도 천국을 연상케 할 정도였다.
옥상에서 바라보이는 붉은 기와로 만든 피렌체 시내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는 그에게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옥상에 올라와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리고 4층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천천히 소개해 주었는데 그곳은 그의 젊은 시절 때부터 그리기 시작한 그림과 작품들이 빼곡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외동딸이 쓰다 남긴 물건 등이 박제된 듯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그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긴 유산 대부분이 당신의 집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런 그의 현재 직업은 마스크를 만드는 유명한 장인이었다. 그의 작품은 베네치아로 팔려나가는가 하면 그의 자서전은 마스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소장품이었다. 그런 그가 소일하는 곳은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위치한 작업실이자 가게였다. 대여섯 평이나 될까..
그는 모습이 서로 다른 마스크가 빼곡히 진열된 작업실에서 점심을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쪼그리고 앉아 마스크를 만들었다. 어떤 날은 작업실 문을 열면 시너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스크를 만드는 작업이 행복했던지.. 잠깐 졸음에 빠진 시간을 제외하면 늘 자르고 붙이고 연마하고 칠하는 등의 일을 해 오고 있었다.
그가 작업에 몰두할 때 얼마나 행복했으면, 그의 표정은 당신이 만든 오만가지 표정의 마스크들 보다 편안한 모습이었다. 그의 얼굴은 후덕해 보였으며 말 그대로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사람' 정도로 보였다. 그런 그에게 부족한 게 있었다면 아내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대신 젊은 일본인 여성이 그의 아내 자리를 꽤 차고 있었다. 일본을 오가면서 일본에 대리점을 둔 그의 가게 직원이 어느 날부터 안방마님 자리를 꽤 차고 가끔씩 잔소리를 하며 역정을 내곤 하는 모습이 발견되는 것이다.
그는 일본인 여성이 당신의 후처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가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후처로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누가 바보로 아나.."싶은 것. 더 생각해 보나 마나 한 지붕 아래서 한 침대를 사용하면서, 후처 혹은 애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마스크로 가린 얼굴이나 다름없을 것. 아무튼 그들 부부는 해 질 녘쯤이면 작은 애완견을 데리고 바실리카 디 산타마리아 노벨라 광장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그가 자유로워 보이는 시간은 이때가 전부나 다름없었다.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가끔씩 만나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면, 아내는 투덜거리는 것처럼 혼잣말로 "등신도 따로 없네..!"하고 말했다. 아내가 내뱉은 말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재산 많겠다. 젊은 여자 사람 있겠다. 시간이 여유롭게 널렸겠다. 건강하겠다. 갖출 것은 다 갖추고 허구한 날 방구석 아니면 작업실에 스스로 방콕을 즐기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말이었다.
뿐만 아니라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자동차 한 대 없이 엎어지면 코 닿는 작업실에서 집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게 참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내버려두어요. 무슨 사정이라도 있겠지 뭐.."라고 맞받아치곤 했다. 꽤 길게 끼적거린 피렌체의 추억 속에서 A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A는 싸돌아 다니기 좋아하는 우리를 향해 "뭣 하러 싸돌아 다니나.."싶었을 것이다.
그는 방콕이 좋았고 방콕을 통해 하늘나라에 가 있는 기쁨을 누렸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방콕이 싫어 세상 곳곳을 주유하면서 하늘나라를 발견하고 행복해하는 것. 사람들이 가슴에 비수처럼 지닌 행복은 색깔도 모양도 천차만별이어서, 딱히 이것이 천국이고 저곳이 지옥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피렌체서 태어난 단테(Dante Alighieri)는 그 유명한 신곡(神曲, La Divina Commedia)을 쓰고자 했을 때 생각도 조금은 특별했다. 유년기 때 그의 마음속을 천국으로 만든 베아뜨리체(Beatrice)가 없었다면 신곡은 탄생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베아트리체가 죽을 때까지 그녀에게 사랑 고백한 번 하지 못한 게 평생의 한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저서를 통해 하늘나라 즉 천국에 가면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처한 사정에 따라서 천국의 기준도 달라지는 법이랄까..
유월 초하루부터 연거푸 사흘 동안 아내와 나는 바를레타와 마르게리따 디 사보이아 경계선에 위치한 평원으로 향했다. 아드리아해 사구 너머로 펼쳐진 평원은 그동안 꼭꼭 숨겨진 명소나 다름없었다. 어느 날 자동차를 타고 슬슬 드라이브 삼아 사냥한 장소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의 착각은 단박에 평원 위로 향했다. 마치 우리를 위해 예비해 둔 듯한 장소처럼 여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이곳은 천국이 살포시 내려앉은 듯 우리를 환상 속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처음 본 풍경에 매료되어 한 번 두 번 세 번.. 다시 그 자리에 가 봐도 전혀 다른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자 때 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었다. 착각도 유분수지 이름만 갖다 부치면 다 천국이 되는 것일까..
작가노트
전혀 불필요해 보이는 사족을 끼적거린다. 잠시 동안이지만 우리가 처한 환경 속에서 하늘나라를 느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각박한 세상.. 살아가기 힘든 세상.. 어디를 둘러봐도 기댈만한 행복이 보이지 않을 때 찾아내야 하는 풍경이 있었다. 어머니께서는 작은 것에 만족하고 살아라고 늘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 줄 몰랐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당신의 처지에 맞는.. 눈높이에 맞는 세상을 통해 행복을 느끼란 것. 그게 쉬운 일인가.. 단테의 가슴에 감추어진 베아트리체는 평생 두 번 밖에 볼 수 없었던 여자 사람이었지만, 대작을 완성할 때까지 그의 가슴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신곡을 썼다면 작품과 다른 해석이 될까.. 단테의 실수가 있었다면 그건 기독교인만 갈 수 있는 곳이 천국이 아니었다. 날마다 서로 다른 가면을 만들어 놓고 흐뭇해하는 어떤 장인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도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 천국이었던 것. 우리는 사흘 동안 천국을 다녀오는 행운을 누렸다.
Nota dell'autore
Interrompere una tribù che sembra del tutto inutile. Per un momento, ma non è facile sentire il regno dei cieli nell'ambiente in cui ci troviamo. mondo volgare. Un mondo difficile da vivere. Ovunque guardassi, c'era un paesaggio da scoprire quando non c'era nessuna felicità da tenere in piedi. Mia madre diceva sempre di essere contenta delle piccole cose e di vivere. All'inizio non sapevo che cosa volesse dire. Ma più passavano gli anni, più capivano cosa significasse. Si adatta alla tua posizione. Sentire la felicità attraverso un mondo che si adatta all'altezza degli occhi. È facile. Beatrice, nascosta nel petto di Dante, era una donna che aveva visto solo due volte nella sua vita, ma che rimase nel suo petto fino al completamento della sua opera. E se avessi scritto una nuova canzone per incontrarla, sarebbe stata un'altra interpretazione. Se c’era l’errore di Dante, non era il paradiso dove solo i cristiani potevano andare. Ogni giorno, ogni artigiano che crea maschere diverse, ogni giorno... Era il paradiso dove potevamo andare anche noi che non avevamo una coppia normale. Abbiamo avuto la fortuna di andare in paradiso per tre giorni.
Tre giorni di viaggio verso il regno dei cieli con mia moglie
il 05 Giugno 2020, La Pianura di Margherita di Savoi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