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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29. 2021

지상 최고의 해돋이와 신비한 체험

#5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신비한 체험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련 포스트(바람의 모양대로 확 달라지는 세상) 중에서



이른 새벽 깜깜한 어둠을 뚫고 마침내 나는 검독수리 전망대에 도착했다. 전망대는 작은 안내표지가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에 서면 광활한 평원과 함께 비에드마 호수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해돋이는 그곳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자 동쪽이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서쪽으로 바라보면 기품 있는 피츠로이 암봉이 서 있는 것이다. 
나는 검독수리 전망대에 도착하자마자 한 번은 동쪽으로 한 번은 서쪽을 번갈아 봤다. 변화무쌍한 해돋이 풍경과 먼발치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피츠로이의 표정을 차례대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전망대 위 언덕을 마구 할퀴었다. 가끔씩 카메라와 내가 휘청거렸다.



그런가 하면 상대적으로 착한 바람이 있다. 착한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러하다. 실바람, 남실바람, 산들바람, 건들바람, 흔들바람, 된바람, 센바람, 큰바람, 큰셈바람, 노대바람, 왕바람, 싹쓸바람이 그것이다. 실바람이 실버들 가지를 가볍게 흔들리게 하는 정도라면, 싹쓸바람은 앞서 열거한 태풍이나 허리케인 등이다. 그리고 우리말로된 바람의 종류를 살펴보니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아무도 없는 산중에서 또렷하게 들은 음성.. 사람들은 그 소리를 환청(幻聽)이라 부른다. 정신의학에서는 조현병 등 '정신적 이상으로 인해 있지도 하지 않는 소리를 듣는 것'을 가리킨다고 하며, 환각(幻覺)의 일종이라고 한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 후유증이라는 등 환청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또라이'란 말인가. 예컨대 다수 사람들이 겪지 않는 현상을 특정인이 겪으면 이상해 보이는 것이랄까.. 만약 내가 겪은 환청이 정신적 이상자 혹은 환각작용이라면 나의 브런치에 끼적거린 1천여 편의 글은 정신이상을 겪고 있는 어느 작가가 끼적거린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훗..!! ^^)
...그리고 이집트에서 탈출한 모세와 이스라엘 민족은 40년간 사막을 여행을 하게 됐다. 이때 그 유명한 <모세의 십계명>을 야훼(GeovaYahweh)로부터 받은 것이다. 야훼께서 모세에게 십계명((十誡命, Dieci comandamenti)을 내린 산은 시내산(Har KarkomMonte Sinai (Bibbia))이다. 야훼라는 이름은 유대교의 유일 신이며, 오늘날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으로 고쳐 부르고 있다. 그렇다면 모세는 시내산에서 어떻게 십계명을 받았을까.. 




지상 최고의 해돋이와 신비한 체험


    서기 2021년 4월 28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보고 있다. 코로나 시대, 머지않아 통금이 시작될 저녁나절이다, 통금이 시작되는 저녁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도시는 기나긴 침묵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절묘한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긴 휴식을 끝내고 노트북 앞에 앉아 내가 겪은 신비한 체험에 대해 묵상을 하며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요즘 자주 언급되는 하니는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어느덧 6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있는 것이며,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더디게 더디게 하향세를 기록하고 있다. 오늘 자 신규 확진자 수(13.385명)와 사망자 수(344명)를 참고해 볼 때 우리가 재회할 날은 생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Covid oggi: contagi Coronavirus in Italia. Bollettino del 28 aprile delle regioni I nuovi casi sono 13.385., mentre i morti sono 344.) 


그녀는 한국에서 나는 이탈리아에서 전혀 뜻밖의 복병을 만나 견우와 직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파타고니아의 명소 엘 찰텐에 머무를 때도 비슷한 시간이 존재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는 엘 찰텐의 숙소에 머물고 있었으며, 나는 이른 새벽의 어둠을 뚫고 초행길의 검독수리 전망대(mirador de los aguilas el chalten)까지 진출한 것이다. 



그런데 검독수리 전망대의 위치는 생각보다 나지막하여 비에드마 호수는 물론 피츠로이를 잘 조망할 수 없는 위치였다. 따라서 전망대에서 꽤 멀리 떨어진 산꼭대기(떨기나무가 있는 구릉지대)로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게 된 것이다. 바람은 얼마나 거센지 누군가 등을 떠밀거나 잡아 이끄는 듯했다. 



이런 모습을 누가 관찰하고 있었다면 "미친 짓"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 했다. 이른 새벽에 혼자 숙소를 나서서 어둠을 뚫고 아무도 없는 산중을 떠도는 모습이 상상이나 되시는가.. 관련 포스트에서 미리 언급한 바 무모해 보이는 이 같은 짓의 배경에는 피츠로이 산군에 깃든 해돋이 모습이었다. 비에드마 호수 위로 시작되는 해돋이가 피츠로이 산군 혹은 암봉에 붉은 적외선(赤外線)을 비출 때 드러날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것이다. 



피츠로이 암봉은 거의 매시각 구름을 머리에 이고 있었기 때문에, 구름과 암봉은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작용하며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할 게 틀림없었다. 이른바 미친 짓은 이렇게 감행된 것이다.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는 약 1억 5000만 km이다. 인간이 상상할 수 조차 없는 까마득한 거리.. 태양으로부터 출발한 빛이 지구까지 오는 데는 8분 18초가 걸린다고 한다. 빛의 속도가 30만 km/1초이므로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 km가 되는 것이다. 



내가 전망대 위에서 만나게 된 해돋이의 시작은 8분 18초 전에 태양을 출발해 나의 뷰파인더와 조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장차 피츠로이를 물들이게 될 붉은 파장이 머무는 시간도 10분이 채 안 되는 것이다. 태양이 비에드마 호수 위로 얼굴을 내밀면 해돋이 장면은 막을 내릴 것이다. 



영상, 지상 최고의 해돋이 시작




그러니까 그때가 언제인지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해돋이가 시작되는 동쪽으로 한 번, 피츠로이 산군이 위치한 서쪽으로 한 번, 번갈아 시선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부지런히 전망대 꼭대기까지 이동했다. 포스트에 삽입된 사진들은 그때 만난 풍경들로 순서대로 편집됐다. 



위 영상은 전망대 꼭대기에 도착한 직후의 풍경이며 평생을 통해 이 같은 해돋이는 처음 만난 황홀한 광경이었다. 바람은 거세게 몰아쳤다. 나는 산꼭대기에서 몸을 숨길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커다란 바위가 있는 곳으로 이동을 사작했다. 그때였다. 나는 동굴 속으로 걸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울림이 있는 커다란 목소를 듣게 된 것이다. 




"아들아.. 어서 오너라! 너무 보고 싶었다..!!"




내가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게 된 건 해돋이가 막 시작된 시점이었다. 비에드마 호수 위로 여명이 밝아오면서 마침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돋이가 시작된 것이다. 목소리는 감동에 젖어 떨렸으며 흐느끼는 듯한 느낌이 묻어있었다. 남자의 목소리였으며 내 육신의 아버지 목소리와도 닮은 듯했다. 나는 사방을 둘러봤다. 산중에는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알 수 없는 환청을 듣게 된 것이다. 나는 아이들처럼 덩달아 흐느끼며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이때부터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는 바람 때문에 몸을 가눌 수 조차 없었다. 그리고 자동차 크기만 한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해돋이 장면과 피츠로이를 번갈아 가며 뷰파인더에 담기 시작했다. 바위에서 잠시 벗어나 피사체를 향하면 금세 카메라가 바람에 날렸다. 그런 횟수가 포스트에 담긴 사진 수만큼 길게 이어졌다. 




나는 이때 만난 해돋이 장면을 영원히 가슴에 묻고 싶었다. 그리고 죽기 전에 기회가 닿으면 하니의 그림과 함께 전시회를 열어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나 하늘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또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내가 좋아하는 남미 최초의 노밸문학상 수상자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의 <예술가의 십계명>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예술가의 십계명 _가브리엘라 미스뜨랄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 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서기 2021년 4월 28일 저녁나절.. 이곳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는 침묵의 도시로 변했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방역당국의 방침을 계명처럼 여기고 사는 것이다. 관련 포스트에 모세에 대해 잠시 언급했다. 그리고 당신이 신으로부터 받은 십계명(十誡命)의 출처가 궁금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언제인가부터 신이 필요했으며 종교가 필요했다. 우리는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연약하고 고독한 생명체이기 때문일까.. 



나는 이탈리아의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멀고 먼 남미의 파타고니아 엘 찰텐에서 듣게 된 환청의 의미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내게 들려주신 환청 "아들아.. 어서 오너라! 너무 보고 싶었다..!!"은 매우 짧았지만 오래도록 큰 울림을 주는 감동적인 메시지였다. 당신께서는 왜 내가 보고 싶었는지 등에 대해 묵상을 해 보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의 계명과 출애굽을 행한 모세의 계명은 많이도 닮아있었다. 비록 상대는 다르지만 '반드시 지켜야 행복이 보장된다'는 계명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인간계의 두 얼굴과 허상을 다잡는 모습이랄까.. 



신께서 어느 날 내가 보고 싶었던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 수가 없다. 당신께서 나를 보고 싶었다면 이유가 있을 텐데.. 그 이유를 묵상해 보니, 먼 나라에서 홀로 산중으로 향하며 아름다움을 담기 위한 작은 노력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쩌면 목숨을 건 출사나 다름없는 일일 텐데.. 그게 기특했을까.. 



사람들이 신을 말하지만 그 실체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고 두루뭉술 넘어가고 만다. 신께서 내가 보고 싶었다면 당신의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 놓고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랄까. 다시 예술가의 십계명 중 첫째 계명을 보면 신께서 나를 보고 싶어 한 이유가 오롯이 묻어난다. 



첫째,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나는 아버지의 환청을 들은 직후부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뷰파인더에 비친 신의 그림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게 휘몰아쳤으며 바위 뒤에 몸을 숨기는 일은 해돋이가 끝날 때까지 번갈아 이어졌다. 이제 막 해돋이 여명이 시작되었을 뿐인데 파타고니아 땅 엘 찰텐에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것이다. 희한한 일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다면 신의 그림자는 사진첩 속에서 졸고 계셨을지도 모를 일이다.  <계속>


PATAGONIA_Sentire la voce di suo padre sul monte Fitzroy
il 28 Aprile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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