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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2. 2019

이탈리아인 놀래킨 뿔고둥 리소토  

#25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이탈리아 식재료 보다 더 나은 우리나라의 식재료는 없을까..?


우리나라의 해산물은 이탈리아보다 한수 위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풀리아 주(Regione Puglia)의 항구도시 바를레타(Barletta)에서 머무는 동안 현지인의 안내로 도시 곳곳을 둘러보는 동안 궁금했던 건 시장이었다. 보통의 재래시장이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되는 싱싱한 해산물을 만날 수 있는 시장을 보고 싶었다. 나의 이런 생각을 일찌감치 간파했는지 아니면 자랑이라도 할 요량이었는지, 고향이 바를레타인  현지인은 묻지도 않은 해산물 자랑에 침이 마르도록 신나게 설명을 곁들였다. 바를레타의 재래시장 메르까또 디 산 니꼴라(Mercato di San Nicola)에 가면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판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글쓴이의 고향은 항구도시 부산이자 어릴 때부터 해산물에 대해 익히 잘 알고 있는 터였다. 아울러 이탈리아에서 요리 유학을 하는 동안 알게 된 이탈리아산 해산물들은 성에 차지 않았다. 또 요리 실습을 하는 동안 배운 해산물 요리는 요리 방법의 차이는 있었을 망정 내 눈에 썩 도드라져 보이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요리방법과 음식문화의 차이 외에 큰 차이를 보이는 식재료(생선류, 갑각류 등) 때문이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초밥(寿司)을 만들어 파는 일본 식당 외 대부분의 리스또란떼에서는 해산물을 주로 익혀 먹는 방법을 사용했다. 몇몇 갑각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식재료는 익혀먹는 것. 아쉬웠다. 따라서 요리 유학을 하는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우리나라에서 나는 생선류 등을 이용해 이탈리아 요리를 해 보고 싶었다. 이탈리아와 우리나라는 반도 국가로 닮은 점이 있지만 바다에서 잡히는 생선은 종류부터 모양까지 많이도 달랐다. 따라서 나는 우리나라의 해산물이 이탈리아의 해산물보다 한수 위 이상이라고 아예 대못을 박았다. 


더군다나 서울에 살 땐 가락시장이 코 앞(?)에 위치해 있었으므로 생선 킬러(?)였던 우리는 툭하면 새벽시장으로 달려가 싱싱한 생선을 구해오곤 했던 것이다. 사정이 대략 이러하므로 이탈리아인들이 혹은 바닷가에 살고 있는 현지인들이 제아무리 해산물 자랑을 늘어놓아도 겉으로만 좋아할 뿐 내색을 하지 않는 것.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으로 가는 동안 이 같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은 건 물론, 마음에 드는 식재료가 눈에 띄면 나의 요리를 맛 보여 주리라 마음먹었다.    



눈에 띈 식재료 뿔고둥을 장바구니에 담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바를레타 재래시장으로 가는 입구의 작은 어물전에서 눈에 띄는 식재료를 만난 것. 녀석은 우리에게 낯익은 뿔고둥(Murex brandaris)이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1킬로그램에 2유로였다. 녀석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가장 적합한 요리를 생각하고 있었다. 리소토(il Risotto)였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고둥 맛에 다슬기 국물을 연상하며 녀석을 쁘란쪼(Il pranzo)에 내놓을 작정이었다. 대체로 현지인들은 고둥을 별로 반기지 않아서 어물전에 남아있던 뿔고둥 다수가 장바구니에 든 것이다. 그리고 재래시장에서 만난 과일과 야채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이었다.(따로 포스팅..^^) 아울러 시장의 수산물들을 두루 살펴보니 나의 판단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녀석을 깨끗이 씻어 곧바로 손질로 들어갔다. 



뿔고둥 리소토 준비는 어떻게..?


뿔고둥을 깨끗이 씻어(따로 해감을 안 해도 좋다) 냄비에 넣은 후 뿔고둥이 잠길 만큼 물을 부어 한소끔 끓여낸다.(아래 자료사진 가운데) 그런 다음 국물을 체에 밭쳐 내린다.(자료사진 왼쪽) 중요한 과정이다. 사진을 살펴보면 불순물 혹은 작은 모래 알갱이가 보인다. 뿔고둥 육수에 불순물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절대로..! 



그리고 이쑤시개를 이용해 녀석을 분리해 낸다.(자료사진 오른쪽) 이때 주의해야 할 게 있다. 주지하다시피 고둥의 집은 나선형으로 되어 있으므로 고둥의  살을 발라낼 때 시계방향으로 돌려가면서 내용물 전체가 모두 빠져나오게 한다. 다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고둥의 내장(똥이 아니다)까지 통째로 빼내는 게 중요하다. 현지인은 고둥의 내장을 똥(Caca)라고 부르기에 급 정정하여 내장(Tripa)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우리는 종종 멸치의 내장을 '똥'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지구별에 사는 사람들 다수가 이런 표현에 익숙한가 보다.ㅎ 내장을 싫어하시는 분들은 내장을 따로 떼 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호불호.. 고둥의 참 맛은 내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선택은 자유라는 거. 충고컨데 이순이 넘도록 먹어온 고둥의 내장 때문에 배탈이 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거 참고해 두자. ^^ 



고둥의 살을 다 발라낸 다음 이번에는 고둥의 입구 쪽에 붙은 얇고 딱딱하며 동그란 껍질을 하나하나 분리해 낸다. 조금은 까다로운 절차이지만 이런 과정들 때문에 요리로 제공될 때 한 접시당 가격이 껑충 뛰어오른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  



이렇게 손질이 다 끝난 고둥을 접시에 담아놓고 보니 절로 침이 꿀꺽..! 위 자료 사진 오른쪽을 눈여겨보시라. 고둥의 입구 쪽에 붙어있던 동그랗고 얇은 딱딱한 껍질이 눈에 띈다. 리스또란떼에서는 이런 작은 실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자, 그렇다면 본격적인 뿔고둥 리소토 요리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이탈리아인 놀래킨 뿔고둥 리소토 


이탈리아인들이 즐겨 먹는 리소토는 이탈리아의 전통 요리로서 해당 지역의 쌀을 이용하여 만드는 여러 음식 가운데 하나이다. 이탈리아에서 쌀이 재배되는 지역은 북부 지방 포강(Fiume Po) 유역이므로 북부 지방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글쓴이가 대략 3개월간 머물렀던 이 지역(피에몬테 주)은 상상보다 더 넓은 곡창지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북부 지방인데도 불구하고 날씨는 매우 온화했는데 벼농사에 알맞은 기후였다. 처음엔 날씨가 이해가 안 갔으나, 어느 날 현지인에게 물어봤더니 북유럽의 차가운 바람이 알프스 산맥을 넘어온 직후부터 팬 현상으로 데워진 까닭이란다. 


이런 이유 등으로 북부지방에서는 15세기부터 쌀이 생산되기 시작했고, 쌀을 이용한 각종 음식이 생겨나면서 리소토가 탄생한 것. 이후 리소토는 이탈리아 각 지방의 식재료를 응용한 오만가지 요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를 테면 북부 해안 지방에는 생선이나 새우 조개 등을 응용한 요리가, 산악지방에서는 버섯이나 야채 육류 등을 이용한 리소토가 주재료로 사용되어 왔던 것. 떠라서 지금 글쓴이의 브런치에 소개되고 있는 리소토는 이탈리아 남부 지방 풀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공급된 뿔고둥으로 만든 리소토(Risoto con Murex brandaris da Barletta)인 것. 


*위 지료 사진이 궁금할 것. 잘 삶아진 뿔고둥 육수를 채에 받쳐낸 직후 겉면을 깨끗이 씻은 계란 하나를 뜨거운 육수에 담가 두었다. 리소토가 준비되는 동안 녀석은 적당히 익어 리소토 맛을 배가 시킬 것. 녀석의 쓰임새가 언제쯤인지 아래 리체타와 만드는 방법을 참고하자.



뿔고둥 리소토 만드는 재료(Ingredienti)


참고 하시라. 이번에 소개되는 뿔고둥 리소토의 리체타는 우리(현지인과)가 점심으로 배 터지게(?) 먹었던 것으로 대략 3~4인분 정도가 되는 양이다. 따라서 코스로 제공되는 요리의 1인분의 양을 고려하여 적게는 80그램 많게는 100그램 정도로 나누는 게 바람직할 것 같다.  


-뿔고둥 1킬로그램

-리소토용 쌀(우리 쌀이라 해도 무방함) 250그램 

-비노 비앙꼬(Vino Bianco) 1컵 반 분량 

-마늘 큰 세 쪽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소금, 후추 적당량, 쁘레째몰로 

*이날 쁘레째몰로(Il prezzemolo)는 깜빡 잊고 구입하지 못했지만, 잘게 다져 넣으면 환상 궁합일 것.   



뿔고둥 리소토 만드는 방법(procedimento)


위 자료사진을 참고하세요. 뿔고둥 리체타는 물론 각종 리소토를 만들 때 매우 유용한 리체타이므로 재료에 따라 응용할 수 있는 요리는 오만가지나 된다는 점 눈여겨보시기 바란다. 이미 앞서 소개해 드린 바와 같이 뿔고둥 손질이 끝나면 이번에는 적당한 크기의 냄비에 올리브유를 적당량( 조금 넉넉한 듯해도 무방함) 두르고 마늘 큰 세 쪽을 넣고 올리브유 마늘 기름을 만든다. 마늘 기름이 향긋한 향기를 풍기고 노릇하게 변하면 마늘은 건져내고 뜨겁게 달구어진 냄비 속으로 리소토용 생쌀을 투입한다. 센 불 위에서 쌀을 저어가며 고루 볶아준다. 쌀 표면이 약간 노릇하게 변할 때쯤 준비한 비노 비앙꼬를 전부 다 쏟아붓는다.(치익~) 이때 냄비 뚜껑을 덮고 대략 1분 정도 기다린다. 냄비 속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나며 냄비 뚜껑 틈새로 비노 비앙꼬 향기가 베어 나올 것. 이때부터 냄비 뚜껑은 열어두고 중불로 조정한 뒤 본격적인 리소토 만들기에 돌입한다.(위 자료사진 왼쪽) 리소토를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2분 정도가 소요된다.(외워둘 것) 그동안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 너무 빠르면 생쌀 맛이 날 것이며 너무 늦게 되면 리소토도 아니고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괴물이 탄생할 것.ㅎ 대략 12분 동안 육수를 조금씩 계속 첨가해 가며 고루 저어주면 쌀 알갱이가 알덴테(Al dente_치아로 씹었을 때 내용물 속이 단단함이 느껴질 정도)로 잘 익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준비된 뿔고둥을 넣어(위 자료사진 오른쪽) 약불로 잘 섞어준다. 끝!!  




뿔고둥 리소토 맛은 어떨까..?


글쓴이의 혼자 생각이다. 내가 만든 뿔고둥 리소토는 지구별에서 처음 선보인 유일무이한 요리일 것으로 확신한다. 어디서 이 같은 리체타를 본 적도 없거니와 들어본 적도 없다. 다만, 요리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응용을 해 본 요리인 것.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리소토에 첨가한 육수는 쌀 알갱이에 적당히 스며들어 입안에서 바다 내음은 물론 뿔고둥 본연의 맛을 풍기는데 쫄깃쫄깃 간간이 씹히는 뿔고둥이 입안을 천국으로 만든다. 사람들은 이런 맛을 환상적이라 일컬었지 아마도.. 그런데 리소토를 맛 본 현지인 때문에 큰 숙제가 생겼다. 그는 리소토를 맛보자마자 "최고_Buonississimo"를 연발했다. 그런 다음 즉시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더니 바를레타에 살고 있는 친척들에게 송고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엄마, 아버지, 숙모, 삼촌.. 나 이런 리소토 처음 먹어봐요. 정말 환상적이에요~"



큰 숙제란 다름 아니다. 너도 나도 다음 기회에 이탈리아 요리를 선 보여달라는 것. 그리고 이 같은 요구는 바를레타에 머무는 열흘 동안 몇 차례 더 이어졌다. 일반인들이 한식 요리에 대해 잘 모르는 것처럼 이탈리아인들도 자국의 요리 비법을 잘 모르는 것이었다. 요리를 만드는 사람들의 가장 큰 기쁨은 당신이 만든 요리를 누군가 맛을 보며 감탄을 자아낼 때 일 것이다. 이날 처음 선 보인 리소토 때문에 현지 이탈리아인은 물론 나 또한 흡족한 하루였다. 


마무리 들어가자. 위에서 봤던 뜨거운 육수에 담가 두었던 계란은 위 자료사진(왼쪽)에서 보는 것처럼 그동안 반숙으로 잘 익었다. 녀석을 리소토 위에 첨가했다. 생각건대 부족한 열량은 물론 맛을 배가 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는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또 이날 리체타는 쁘레째몰로를 쓰지 않은 것은 물론 소금은 전혀 첨가하지 않았다. 뿔고둥 자체가에 지닌 적당한 짠맛을 그대로 이용한 것. 


마지막으로 뿔리아 주의 명품 납작 복숭아를 후식으로 내놓았다. 녀석의 살을 적당한 두께로 발라 그릴에 구워 와인 안주로 내놓으면 기막힌다. 물론 생으로 먹어도 달짝지근한 맛이 더없이 당신을 행복하게 할 것.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우리나라 해산물을 이용한 이탈리아식 해산물 요리는 그 누구도 누리지 못했던 새로운 맛의 세계를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Risoto con Murex brandaris da Barletta
Mercato di San Nicola Barletta a PUGLI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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