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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30. 2019

소 내장을 탐하다

#26 이탈리아인들의 건강 장수 비결  

먹어보지 않으면 설명 불가능한 요리..?! 


브런치에 글을 끼적거리고 있는 피렌체의 현재 시각은 오전 6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한국 시간을 보니 오후 1시 30분을 지나고 있는 시각. 직장인들의 오후 근무가 곧 시작되고 글 발행이 될 즈음이면 퇴근시간이 다가올 테지..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했던 글쓴이는 퇴근 무렵이면 습관처럼 술친구를 찾았다. 아니 약속처럼 동료에게 손짓만 해도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직장에서는 상사와 더불어 술을 마시는 것보다 동료들과 마시는 것이 한결 맛있는데 그 이유를 캐묻지 말자. (혹시라도 이 글을 본 윗사람 된 당신은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게 나을 것.ㅋ) 


우리가 찾았던 단골집은 어느 도살장 주변의 허름한 술집이었다. 겉보기엔 허름할 망정 저녁나절 그곳에 가면 사람들이 들끓곤 했다. 이른바 미식가들이었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소 내장 부산물 등이 손님의 눈길을 끄는 것. 소의 골수부터 척수는 물론 간과 천엽 등이 주요 차림표다. 보통은 곱창을 구워 먹는데 곱창이 준비되기 전에 생간이며 척수며 골수는 물론 육회를 전채처럼 해치운다. 가는소금 위에 참기름을 끼얹은 게 양념의 전부인데 부산물들이 입안에 들어가면 희한한 맛을 내는 것이다. 초원의 맹수들이 사냥감을 잡은 직후 내장부터 먹는 이유를 넌지시 알아차릴 정도랄까. 


관련 자료에 따르면 정글 속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은 사냥 직후 내장을 먹는 이유 등에 대해 풀(식이섬유)을 간접적으로 취한다고 한다. 먹이사슬 하위에 있는 초식 동물들이 먹어치운 풀들이 소화기관에 머무는 내장을 먼저 먹어치우는 것. 그런데 필자의 생각은 조금 엉뚱했다. 식이섬유를 섭취하려면 풀을 뜯으면 그만이지 굳이 내장을 파 먹어? 그것도 서열상 우두머리가 먼저 내장을 먹어치운다. 그리고 서열이 낮은 녀석들은 우두머리가 남긴 고기들을 주로 먹는데, 식이섬유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영양 결핍을 가져올 게 아닌가. 


따라서 우두머리가 먼저 먹어치우는 내장은 싱싱한 육즙이 담긴 생고기와 다른 맛이 존재할 것이라 믿는 것. 저녁나절 단골집에 모여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식이섬유 운운하면 손사래를 흔들 것이다. 이유가 뭘까. 먹어보지 않으면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맛 때문일 것. 내장 특유의 냄새는 물론 입 안에서 잘근잘근 씹히는 동안 고소하고 달콤한 맛 등이 어우러져 황홀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맛에 길들여지면 정말 큰일(?)이다. 당신의 아내가 집에서 제 아무리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도 생각은 딴 데 가 있는 것. 결국은 비위가 약한 아내를 꼬드겨 허름한 단골집으로 안내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소 내장을 탐하다


지난 25일의 일이었다. 아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피렌체 중앙시장에 들러 소 내장 부산물을 1킬로그램(3.5유로) 사 왔다. 그동안 먹고 싶었지만 만약 아내가 부산물 모양만 봤어도 정나미가 뚝 떨어졌을 것이었다. 또 기름진 음식이나 소 내장 부산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따라서 아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느긋하게 소 내장 와인 조림을 만든 것. 맛은 어떨까..? 먹어보지 않으면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이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었단 말인가. 


브런치에 요리 관련 글을 끼적거릴 때는 가능하면 리체타를 줄이거나 없애는 방법을 쓸 요량이다. 요리라는 게 리체타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만들어진다면 특정인이 만든 요리가 아니자 창조물이 아닌 것. 따라서 자기만의 요리법을 선보이는 게 여러모로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리체타는 소개해 드릴 것. 소 내장 와인 조림으로 붙여진 요리도 그중 하나이다. 


글쓴이가 이탈리아 요리에 매료된 건 몇 안 되는 양념으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슬로푸드 때문이었다. 마치 소 내장 부산물을 소금과 참기름에 찍어먹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만약 그 내용물에 오만가지 약재를 넣고 양념을 범벅하면 식재료 본연의 맛이 나겠는가. 이번에 소개되는 소 내장 와인 조림은 글쓴이가 토스카나 주  키안티(Chianti)에서 먹어본 소고기 와인 조림을 응용한 리체타이다. 


주지하다시피 키안티는 포도주로 유명한 지역으로 내가 먹어본 소고기 와인 조림은 매우 특별했다. 오너 셰프가 손님 대접 차 내놓은 검은 빛깔의 요리는 내용물이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설명을 다 듣고 감탄한 것이다. 포도주가 풍부하기 때문에 고기를 조릴 때 육수나 물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적포도주를 넣은 것이다. 이 리체타는 곧 아내에게 기름기가 적은 쇠고기로 와인 조림을 선보였다. 아내의 표정을 보니 넌지시 시샘하는 거 있지..ㅋ 

   



소 내장 와인 조림 만드는 법


아내처럼 비위가 약하신 분들을 위해 자료사진을 대폭 줄였다. 내장은 그 어떤 부위라도 괜찮을 것 같다. 다만 간은 퍽퍽한 느낌이 들어 조림을 만들 때 빼는 게 나을 듯싶다. 보통 소 내장 부산물들은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수고를 하게 된다. 밀가루와 소금을 이용해 박박 문질러가며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을 쓰는 것. 이렇게 준비하다 보면 "그냥 한 그릇 사 먹고 말지"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그러나 글쓴이의 리체타를 참고하면 가족들의 영양식은 물론 경제적으로 크게 남는 장사(?)가 될 것. 구입한 내장은 먼저 찬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큰 냄비에 넣고 한번 끓인다. 이 과정에서 불순물이 가득할 텐데 개수대 혹은 다른 그릇에 전부 쏟아놓고 다시 한번 더 깨끗이 씻는다. 그냥 손으로 박박 문질러 주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물기가 거의 제거되면 요리에 들어간다.


소 내장 와인 조림 재료

-적포도주 한 병

-소 내장 1킬로그램

-조선간장 혹은 조미간장 적당량

-매운 고추, 고춧가루 적당량

-올리브유, 마늘, 후추 적당량 

-(소금 생략)




재료가 준비되었으면 먼저 불 위에 큼직한 팬을 올려놓고 올리브유와 마늘을 이용해 마늘 기름을 만든다. 또 한쪽에는 큰 냄비에 물을 올려놓고 끊을 때까지 기다린다. 올리브유는 대략 큰 3술 정도였으며(더 넣어도 좋다) 마늘은 큰 것으로 5개 정도였다. 그리고 매운 고추(청양고추면 너무 좋다)를 적당량 식성에 맞추어 사용한다. 여기서 적당량은 당신의 입맛에 맞추어 사용하라는 뜻. 팬이 뜨겁게 달구어지고 마늘 기름 향이 풍기면 준비한 내장 부산물 전부를 넣는다.(치익~)


만약 물기가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뜨거운 팬 위에 내용물을 쏟아부으면 기름이 튀어 화상의 염려가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한 손에 프라이팬 뚜껑을 쥐고 한 손으로 내용물을 넣고 덮었다를 반복하면 금방 조용해질 것. 

레인지의 불은 여전히 센 불이다. 그리고 잠시 후 프라이팬 혹은 냄비 속에서 자료 영상처럼 끓는 게 보일 것. 내용물의 겉면이 고루 익을 때쯤 준비된 간장과 고춧가루 적당량을 넣고 고루 잘 섞어준다. 여기까지 과정은 대략 5분 이상 10분 내외가 소요될 것이다. 


그다음은 적포도주를 전부 쏟아붓고 바글바글 충분히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대략 5분이 소요됐다. 지금부터 중요한 과정이 남았다. 포도주가 내용물에 스며들 정도로 잘 끓고 나면 한쪽에 끓여둔 물을 소 내장 전부가 잠기도록 붓는다. 소 내장은 너무 질겨서 제대로 익지 않은 것을 씹으면 질긴 고무줄 같다. 따라서 뜨거운 물을 부은 후 끓기 시작하면 중불 이하로 낮추어 뭉근히 1시간 이상 내용물이 잘 익을 때까지 졸여준다. 그렇게 졸아든 소 내장 와인 조림이 위 자료사진의 모습이다. 다시 한번 더 강조하지만 맛에 대해 물어보시지 말 것!! (흠.. 갑자기 침샘이 꿈틀거린다.)


Il Mercato Centrale di Firenze
il Mio piatto_Cucina italiana
Fo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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