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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5. 2021

오이김치가 올리브유에 퐁당

-오이김치에 곁들인 올리브유 상상 이상의 맛

대한민국과 이탈리아 대표선수의 운명적인 만남이 가져다준 결과는 놀랍다!!


   브런치를 열면 맨 먼저 눈에 띄는 표지 사진 한 장은 여러분들이 익히 봐 온 오이김치의 한 모습이다. 그런데.. 포스트의 제목 오이김치가 올리브유에 퐁당이라는 글을 보는 순간 궁금증을 더해줄 것이다. 오이김치가 올리브유에 빠졌다고? 어떻게..? 그 현장을 공개하도록 한다. 



   서기 2021년 5월 4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아침시간은 분주했다. 이틀 전에 사 온 오이를 나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요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맨 먼저 오늘 리체타에 사용될 주인공(오이)을 소개해 드리기 위해 현관 앞에서 연출을 했다. 오이 크기는 손바닥 크기로 한 뼘 정도의 크기이며 녀석의 껍질은 까칠하다. 오이 중에는 인간들처럼 까칠한 녀석도 있는 법이다. 


한국에서 봐 왔던 오이 종류는 가시오이, 조선 오이, 노각오이, 백다다기 오이, 취청오이 등이 있다. 주로 생김새는 길쭉하다. 이탈리아에도 길쭉한 오이가 있다. 그러나 대체로 눈에 자주 띄는 녀석이 나의 브런치에 등장한 까칠한 녀석이다. 우선 겉모습이 눈에 띄게 다르고 색깔까지 매우 짙다. 



그리고 녀석의 특징은 껍질이 매우 얇다는 것과 껍질을 벗겼을 때 풍기는 오이의 향기는 엄청나다. 한국에서 먹던 오이보다 향기가 최소한 10배 이상은 족히 될 것이다. 한 꺼풀만 벗기는 순간 오이의 신선한 향기가 진동을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이런 오이를 한국의 김치 종류에 버금갈 만큼 많이 자주해 먹는다. 오이 요리 리체타(cetrioli ricette)는 따로 설명할 것도 없이 링크를 꼭 열어보시기 바란다. 우리가 김치에 익숙해 있듯이 이탈리아인들은 링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인살라 따(insalata cetrioli)에 익숙한 것이다. 오이 껍질을 벗기고 적당한 크기로 얇게 썰어 각종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김치 종류만큼 오만가지나 된다. 여러 식재료가 꼴라보(협력, collaborazione)를 이루며 환상적인 요리로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이때 빠지거나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이 올리브유(Olio di oliva "extra vergine")이다. 거의 모든 요리의 바탕에 올리브유가 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올리브유를 이탈리아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대표선수'라 부르는 것이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의 뿔리아 주 등에서 생산되는 올리브유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연한 녹색의 올리브유 맛은 톡 쏘듯 쌉싸름하며 고소하고 미네랄 향기가 진동을 한다. 한 번 맛을 들이며 헤어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풍미를 자랑하는 것이다. 



이탈리아 전체 생산량의 80%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Sicilia), 뿔리아(Puglia), 깔라브리아(Calabria), 사르데냐(Sardegna), 바실리까따(Basilicata)에서 생산된다. 이탈리아는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올리브 생산국이며 연간 3,220,674 톤을 생산한다. 엄청난 양의 올리브유가 자국에서 소비되고 있고 일부는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지인들이 살고 있는 주방에서 맨 먼저 눈에 띄는 게 올리브유이며, 마트에서도 쉽게 다양한 지역의 제품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탈리아 전역에 유실수 혹은 관상수로 재배 돠는 것이 올리브 나무이다. 그러니까 올리브 나무를 빼놓고 이탈리아 반도 혹은 지중해 주변의 나라를 설명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오이김치가 올리브유에 퐁당



올리브 나무 혹은 올리브유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건 다름 아니다. 대한민국 출신인 내가 본 이탈리아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양념에 딱 하나가 빠져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이 오이를 먹을 때 주로 생으로 먹는다면 우리나라는 배추를 발효시키는 등 전통적인 방법으로 식물을 김치로 만들어 먹는데 익숙한 민족인 것이다. 



오이김치만 해도 오만가지 종류나 될 것이다. 무엇이든 그 어떤 재료이든 김치로 만들어 내는 특별한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 한국 사람이며, 내가 만든 오이김치도 그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매우 특별하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대표선수(음식문화)를 적절히 조합해 보니 타의 주종을 불허하는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이른바 오이김치의 혁명 혹은 대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인살라따와 김치의 조합.. 거기에는 고춧가루와 올리브유만으로 환상적인 요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오이김치가 올리브유에 퐁당 리체타는 매우 간결하다. 식재료는 풍미를 해치지 않는 한 빼거나 더하면 그만이다. 이날 사용된 오이는 13개이며 자색 양파 하나를 곁들였다. 양파는 없어도 되며 청양고추 등으로 식미를 추가하면 된다. 먼저 오이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껍질을 벗겨낸다. 향기가 진동을 한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쏭쏭 썰어 커다란 볼에 담았다. 여기까지 과정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그다음 썰어둔 오이를 배추처럼 적당히 절여야 하는 과정을 남겼다. 나는 간수를 뺀 이탈리아 남부의 시칠리아 산 천일염을 사용했다. 수정처럼 맑고 고운 소금 결정체가 눈에 띈다. 이 소금을 두 움큼 손에 집은 다음 볼에 흩뿌려 뒤섞었다. 그대로 밤을 새우면 오이는 수분을 다 빼앗기고 소태로 변할 것이다. 배추 절이듯 그렇게 하면 김치는 될 망정 풍미는 저만치 달아나는 것. 



소금을 두 움큼이나 넣은 건 오이가 재빨리 염분과 미네랄을 섭취하기 좋게 했다. 대략 10분 이상이 흐른 후 오이 한쪽을 입에 넣어보니 짭짤하다. 순식간에 상호 동화작용이 일어난 것이다. 그다음 개수대에 놓고 찬물로 표면에 묻어난 염분을 뒤적거리면서 한 번 헹궜다. 그리고 다시 맛을 보니 적당히 간간한 맛과 오이향이 배어난다. 


눈으로 먹는 오이김치가 올리브유에 퐁당 빠지던 날




이번에는 채를 받쳐 물기 전부를 걷어낸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 한 편을 끼적거리며 기다렸다. 오이에 남아있는 수분 전부가 빠져나가길 기다리는 것이다. 대략 서너 시간이 흐른 다음 오후에 김치를 담기 시작했다. 김치 담그는 일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간결하다. 한 번 더 볼에 남은 물기를 따르고 고춧가루 큰 세 술(식 미 껏)과 멸치액젓 큰 술과 설탕 한 티스푼을 넣었다. 설탕은 남아있는 짠맛을 순화시키고 풍미를 더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깔라브리아산 올리브유를 다섯 큰 술 이상 흩뿌렸다. 더 넣어도 무방하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오이김치에 익숙한 분들은 "이게 김치가 맛나?"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오이김치에 올리브유.. 그것도 흩뿌린 양이 만만치 않다. 거기에 더 넣어도 무방하다니.. 올리브유의 효능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을 해 보시면 금방 해결이 된다. 주야장천(晝夜長天) 떠들어댈 필요가 없다는 멀이자, 그 많이 생산된 올리브유는 해마다 증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못 먹어서 탈이지 많이 먹어서 탈이 안 난다는 것이다. 


올리브유의 가장 큰 장점은 식물성 기름 중에서 단일 불포화지방산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천연 간 해독제로 간의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을 하며 체내의 독소 배출에 이로운 작용을 돕는다는 것이다. 담즙 생성을 돕고 독소를 배출시킨 결과 혈액을 맑게 해 준다는 것. 지중해 사람들의 장수의 원인을 올리브유 섭취로 말하는 게 주로 이런데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오신 분들 중에 올리브유의 잔량이 식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우리는 주로 참기름 들기름 식용유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식감 걱정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위와 같이 잘 버물린 오이김치 속에서 올리브유의 흔적을 거의 발견할 수가 없다. 올리브유가 오이 속으로 모두 흡수되었기 때문이다. 


오이김치를 담근 후 7시간이 경과 후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촬영된 모습. 여전히 아싹거리고 오이향과 미네랄향이 듬뿍 느껴지는 담백한 맛이다. 


이런 현상은 다른 나물무침에서도 같은 모습을 보인다. 그 어떤 식물이라도 올리브유는 특공대처럼 은밀히 침투를 해 몸에 해로운 적들을 순식간에 섬멸하는 것이다. 그리고 빼앗은 땅(?)에 봄이 오시도록 하는 것. 이탈리아 대표선수에 대한민국 대표선수 김치 재료 일부를 더하니 새로운 세상이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이다. 신의 채소로 불리는 오이의 효능은 생각 보다 강하다. 


칼로리는 적고, 영양소는 많아 300그램짜리 오이 한 개에 비타민 C 하루 권장량 14%나 들어있다는 것. 그런가 하면 해독작용과 항산화 작용을 하는 성분 등이 빼곡하다. 오이와 올리브유의 꼴라보가 눈에 띄는 장면이자, 올리브유가 김치를 만났을 때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이날 김치를 다 만들어 놓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한꺼번에 오이김치 두 접시와 쌀밥 두 공기를 폭풍 흡입..!! 먹어 보셔야 맛을 안다. BRAVO!! ^^


Olio d'oliva amato dai cetrioli di Ghimci_오이김치
il 04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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