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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7. 2021

신의 그림자와 빛의 축제

#7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신비한 체험

신의 그림자와 한 인간의 만남..!!


지난 여정(신의 그림자와 동행한 해돋이) 중에서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냥 여울목을 흐르는 물소리처럼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목의 저항으로 쉭쉭 소리를 낼 뿐이다. 바위 뒤에 숨었다가 피사체를 바라보는 순간 몸이 휘청거린다. 카메라가 금세 날아갈 듯하다. 눈에 보이는 물질의 세상과 보이지 않는 비물질의 세계가 공존하는 곳. 중부 파타고니아에 우기가 찾아드는 것이다. 
남반구의 계절은 주로 우기와 건기로 나뉘는데, 남반구에서 건기는 4월부터 9월까지이며 우기는 반대의 계절을 말한다. 우기가 시작되면 우리나라의 가을 날씨를 연상하면 된다. 평원과 산중은 단풍으로 물들고 곧 추위가 찾아드는 계절인 것이다. 그래서 떨기나무들과 바람을 피해 납작 엎드린 나무들이 바위와 함께 살아가는 이곳의 풍경은 묘하다. 그곳에 신의 그림자가 깃들어 있는 것이다. 



... 참 희한한 종교의 모습이다. 종교의 기원에 따르면, 자연의 신비와 능력에 대한 숭배에서 왔다는 자연 숭배 이론이 있다. 또 심리학적 이론은 감정적 상태에서 성장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사회적 이론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발생했고 부족을 단결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수메르 도시 국가들의 종교들은 정치적인 권력과 사회, 경제적인 질서를 신성한 것으로 보았다는 것. 



그런 한편, 종교의 본질 속에 포함된 신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호한 입장이다. 신이 있다면 그 실체가 무엇인지 어떤 모습인지 언제 만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내가 가끔씩 인용하는 '신의 그림자'는 보다 구체적이다. 신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누구든지 얼마든지 원하기만 하면 아무 때나 친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게 작은 깨달음을 준 한 사건을 통해 '신은 늘 우리 곁에 머물면서 우리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 믿는 것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부터 신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반대의 경우에는 지옥의 바다가 들끓고 있을 것이며, 싯달타가 여러 해 방황한 끝에 얻은 깨달음의 세상이다. 그는 '인생은 왜 고통의 바다인지, 고통을 극복하는 법은 없는지'  등을 알아내기 위해 수행을 시작했고, 보리수 밑에서 니르바나(nirvāṇa. 열반, 涅槃)를 통해 진리를 깨달은 자 '붓다(Gautama Buddha)'가 됐다. 



신의 그림자와 빛의 축제




   서기 2021년 5월 6일 저녁나절(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열어본 사진첩 속에는 비현실적인 해돋이 장면이 가슴을 설레게 만들고 있다. 어쩌면 생애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해돋이 장면이었는지 모른다. 


비에드마 호수 위로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해돋이가 서서히 피츠로이 산군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장면을 만나기 위해 이른 새벽어둠을 뚫고 엘 찰텐의 검독수리 전망대까지 왔다고 했다. 혼자서 한밤중에 처음 가 보는 산으로 간다는 일은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수차 언급했지만 나를 이끄는 알 수 없는 힘과 나의 의지가 부합해 이른바 '미친 짓'을 연출하게 된 것이다. 


피츠로이 산군의 구름 위로 해돋이의 붉은 기운이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검독수리 전망대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산꼭대기의 바위 뒤에서 세찬 바람을 피해 가며 한 컷 한 컷 해돋이 장면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비에드마 호수 위로 펼쳐지는 해돋이 장면은 황홀경 그 자체였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순간은 물론 잠시 바람을 피할 때까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온통 해돋이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장차 해돋이가 피츠로이 산군을 비출 때 나타날 신의 그림자를 생각하며 빛의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비에드마 호수 위로 핏빛 붉은 해돋이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빛의 축제.. 도대체 나를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빠뜨린 빛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사람들은 해돋이나 해넘이에 빠져드는 것일까.. 지구촌 사람들을 불행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는 코로나 시대에 빛의 축제는 그야말로 '사람 잡는' 축제였다. 그곳은 인도였으며 인도의  COVID-19 성적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 또한 40만 명을 넘은 지 꽤 됐다. 


나는 생전 이렇게 황홀한 해돋이를 만난 적이 없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인도의 신규 확진자 수가 9천121명까지 떨어졌던 점을 고려하면 두 달 반 동안 44배가 넘을 정도로 엄청나게 불어난 것이다. 누적 확진자 수는 1천916만 4천969명으로 불어났다. 미국(3천310만 3천974명)에 이어 세계 2위다. 며칠 동안 사망자 수는 하루 3천 명을 넘기고 있었다. 아비귀환이 따로 없었다. 

이 같은 수치는 매일 바뀌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의 코로나 성적표는 왜 이렇게 나빠졌을까.. 심각한 문제를 제공한 것은 이들이 전통적으로 행해온 빛의 축제 '디왈리' 때문이었다. 인도의 문화에 대해 잘 알아보기 위해 주한 인도대사관에서 디왈리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랬다.



인도의 빛의 축제란


디왈리는 인도 힌두교에서 유래되었으며, 겨울의 파종기를 맞이하는 의식이자 힌두력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축제입니다. 부와 풍요의 여신 락슈미를 기념하여 매년 10-11월 경에 열립니다. 디왈리 Diwali (दीवाली)의 어원은 '빛의 축제', '등불의 무리'라는 의미로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인도에서는 디파발리 (Deepavali)라고 불립니다. 축제 기간 동안 사원, 집, 가게 등에 불을 밝힙니다. 디왈리는 힌두력에서 7번째 달인 아슈비나월의 마지막 이틀과 8번째 달인 카르티카월의 셋째 날까지 총 닷새간 열립니다. 닷새간의 축제에는 각각의 명칭과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날 : 단테라스 (Dhanteras) '락슈미'를 영접하기 위해 집 안팎에 화려한 전통 문양 랑골리(Rangoli)를 그려 장식하며, 이 날은 상인과 특히 여성의 부와 번영을 기리는 날입니다.
둘째 날 : 나락 차투르다시 (Narak Chaturdasi)
'작은 디왈리'라는 의미로 '초티 디왈리'라고도 불립니다. 셋째 날을 준비하며 락슈미와 라마 신을 위한 의식을 치릅니다.
셋째 날 : 락슈미 푸자 (Lakshmi Puja) 디왈리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집 안 구석구석을 깨끗이 청소하고 (락슈미 여신 맞이) 몸에 기름을 발라 정결히 하며, 가족과 친지가 모여 선물을 교환합니다. 온갖 종류의 폭죽을 터뜨리며 불꽃놀이를 즐깁니다. 이때 폭죽 소리로 악한 기운을 쫓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넷째 날 : 파드와 (Padwa) 또는 파다바 (Padava) 부부간에 사랑과 헌신을 표하는 날입니다. 이날은 힌두력의 새해 첫날로 사람들은 이때 시작하는 일에 행운이 따른다고 믿습니다.
다섯째 날 : 바이 두즈 (Bhai Duj)
마지막 날은 남매를 위한 날로 여성은 자신의 남자 형제를 초대하여 대접하고, 남성은 선물로 답례하며 서로의 평안을 빌며 우애를 다지는 날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장엄하고 신비로운 해돋이 쇼가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인도 전통 빛의 축제,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디왈리"라고 마무리했다. 우리와 다른 새해맞이 행사는 '빛의 축제'로 부르고 닷새 동안 떠들썩하게 지내는 것이다. 지구촌 사람들은 생각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고 문화 또한 천 차 별 만차 별이다. 기회가 닿았다면 빛의 축제에 가 봤을 법도 하다. 그런데 나의 취향과는 맞지 않아 기회가 없었다. 후배가 인도영화 혹은 인도 문화에 관심이 있어 행사에 초대했지만 참석하여 방명록에 서명한 게 전부였다. 또 그를 통해 인도 문화를 보다 가까이 접할 수 있었다. 


내 앞에 드리워진 신의 그림자..


아무튼 인도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나라이자 인더스 강 유역의 인도 문명으로 널리 알려진 곳.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는 빛의 축제가 사람을 잡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도의 코로나 성적표를 참담하게 만든 요인이 빛의 축제 때문이었으며, (유튜브 영상을 보니)이 축제에 참석한 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 모두 한데 엉겨 붙어있었는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병원마다 시신이 넘쳐나고 매장지 또한 부족한데 이들의 시민의식은 놀랄만했다. 이들은 "우리는 코로나가 두렵지 않아요. 신은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라고 말하는 것. 놀라운 일이다.


신께서 이른 새벽 깜깜한 밤중에 나를 깨워 이곳에 초대하셨다. 이 산중에는 바람과 나.. 그리고 신의 그림자 밖에 없었다.


신과 인간..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놀랍게도 이들은 자연계가 영계 혹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매우 쉽게 이해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믿는 신이 어떤 신이며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새해를 맞이하여 새로운 소망을 가지고 신성시되는 갠지스 강 등에서 빛의 축제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그들은 바이러스가 하나의 생물체(비 세포성 미생물) 임을 망각하고 있거나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박테리아와 동물을 포함한 동물과 식물에서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종류의 생물체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 




나는 마침내 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피츠로이 산군을 바라볼 수 있었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불고 있었으며, 무시로 변하는 해돋이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바람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저만치 하니가 숙소에서 잠들어 있을 엘 찰텐 마을이 여명을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피츠로이 산군에는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신의 그림자가 구름을 스크린 삼아 대장관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실로 놀라운 장면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며, 신은 내게 이런 환상을 보여주면서 나를 이곳으로 이끄셨다. 나는 그제야 다시 환청의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서, 내 발아래 풀 한 포기 돌 하나라도 귀 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여전히 바람을 피해 한 번은 비에드마 호수 위로, 또 한 번은 피츠로이 산군으로 뷰파인더를 돌려가며 셔터를 눌렀다. 그때마다 해돋이 장면을 하나씩 하나씩 가슴에 품게 되는 것이다.



신이 나를 지켜준다는 신앙심이 있다면 무작정 빛의 축제에 몸을 던질 게 아니라, 신께서 진정으로 원하실 신의 그림자에 의탁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만든 최고의 창조물인 대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 그것은 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느끼는 것이며, 신의 존재란 아름다움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이 깨달은 신의 존재란 그런 것으로 내 가슴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그녀가 노래한 <예술가의 십계명> 중 첫째 계명은 이랬지..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나는 비에드마 호수 위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찬란하고 신비한 해돋이 장면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그런 잠시 후 피츠로이 산군을 연분홍빛으로 붉게 물들이는 빛의 축제가 시작되었다. 죽기 전에 단 한차례 밖에 볼 수 없었던 꿈같은 장면이 나의 뷰파인더에 드러난 것이다. 신께서 어느 날 나의 마음을 감동케 하시고 나를 이끄사 산중에서 신의 그림자를 친견하게 하신 것이다. 이때부터 놀라운 장관이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신의 그림자가 마침내 피츠로이 산군 전체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산중에서 듣게 된 환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단박에 깨닫게 되는 것이다. <계속>


"아들아.. 어서 오너라! 너무 보고 싶었다..!!"



*오늘 발행한 포스트는 제 생애 중요한 한 장면입니다. 사람들은 신의 이야기나 종교와 정치 등 생각이 너무 다른 사건에 대해 등을 돌리는 경향이 짙습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학습한 내용이 그러합니다. 다 거기서 거긴 거지요. 하지만 평범한 일상 가운데 발견되는 신의 그림자를 가슴에 품으면 그때부터 신으로부터 선택받은 자가 될 것입니다. 존재의 이유를 알 것 같기 때문이랄까요.. 이 포스트는 그 이유를 위해 일부러 제작된 게 아니라 저의 경험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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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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