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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6. 2021

꽃 보다 닭이 아름다울 때

#12 남반구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오르노피렌의봄

생각을 달리하면 세상이 아름답다..!!


관련 포스트(비현실적 풍경 속 행복한 부자 마차)에 이렇게 썼다.



곁에 있어도 아무 쓸데없을 것 같은 천덕꾸러기 같은 남편도 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리운 법이다. 남들처럼 돈도 잘 벌지 못하고 결혼할 때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겠다던.. 그 남자 사람의 꼬드김에 빠져 사는 동안, 남편은 그야말로 "이 넘의 웬수!" 처럼 보일 것이다. 반면에 새색시 때 이브처럼.. 아니 그 보다 아름다웠던 아내님이 어느 때는 방귀를 터 놓고 지내는 사이가 되어, 매력이란 1도 없는 '여편네'로 전락하는 것이다. 눈에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지.. (히히 ^^) 
이상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그래서 사람들은 "곁에 있을 때 잘 좀 하지"라며 속을 박박 긁어놓는다. 삼각주를 가로지르는 두 부자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내려놓은 단상이다. 삼각주 반대편의 리오 네그로 강의 발원지에서는 새하얀 솜털 구름을 머리에 두르고 있다. 우기가 안데스 너머로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 꿈같은 풍경이며, 신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이다.



   이곳은 남미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삐렌 마을의 모습이다. 우리는 파타고니아의 봄이 너무 보고 싶었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했을 때 잠시 시차 적응을 끝마치고 곧장 로스 라고스 주(Regione di Los Lagos)로 이동했다. 그곳은 이맘때 어디를 가도 신의 그림자가 오롯이 드리워진 천국 같은 곳이다. 풀꽃들이 지천에 널려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기가 끝나갈 때 촉촉이 젖은 대지는 식물들이 떼창을 하게 만든다. 오르노삐렌 마을에도 봄이 익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마을의 명물인 썰물 때의 삼각주를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 풍경 몇 컷을 남겼다. 울타리 안팎에는 샛노란 풀꽃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와글와글) 와.. 아더찌다. ㅋ 안넝하떼요. 뚝모(숙모)님 아더찌..!"

"안넝, 반갑구나. 아이들아 ^^"



아이들이 늘 혀 짧은 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곳.



울타리는 그저 경계의 표시일 뿐 풀꽃들이 이 마을을 점령한 지 꽤 오래다.



그곳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닭 한 마리를 만나게 됐다.



   녀석은 벼슬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수탉인데.. 녀석은 우리처럼 봄나들이를 하고 있었을까.. 녀석이 두르고 있는 부드러운 갈색톤의 깃털과 빨간 벼슬 및 꽁지털이 너무 아름답다. 닭이 이토록 아름답게 보인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닭이나 집오리, 집비둘기, 거위 등 가금류의 동물들을 주로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닭은 돼지와 함께 우리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식품으로 변한 지 꽤 오래됐다. 닭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식품이 아닌가 싶다. 치킨.. 주로 튀겨먹거나 볶아서 먹거나 삶아 먹는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다. 그중 치맥이라 불리는 이름도 있다. 치킨+맥주.. 고소하게 잘 튀긴 닭고기와 환상적인 짝꿍을 이룬다고 해서 붙인 말이다. 우리는 어느덧 닭만 보면 치킨 혹은 치맥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닭을 대하는 자세는 말 그대로 식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닭을 비하하는 말도 있다. 닭대가리.. 닭대가리란 기억력이 좋지 못해 잘 잊어버리거나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닭은 고대 그리스 때부터 영리한 동물로 인정받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1세기 초 닭은 빛, 진리, 부활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인간은 닭의 깃털을 뽑아 몸을 장식했고 정력의 상징으로 삼는가 하면, 신전에 제물로 바쳐 죽였고, 투계장을 만들어 인간 대신 싸우게 했으며 살을 먹어 체력을 유지하고, 건강을 회복하는 약으로도 썼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병아리들이 기하학을 이해하는 타고난 수학자라고 한다. 인류가 닭을 우습게 여기기 시작한 것은 식품으로 생각하면서 였다는 것. 닭에 관한 자료를 챙기면서 닭을 다시 보게 된 것이다. 녀석이 인간들로부터 식품으로 추락하지 않았다면 떼창을 부르는 풀꽃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닭은 닭목 꿩과에 속하는 가축화된 새인데 닭의 수명은 5~10년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들이 닭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수명은 매우 짧아졌다. 치킨용 닭은 24시간 불이 켜진 사육장 안에서 밤이 왔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채 계속 사료와 물을 먹으며 빠르게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4시간마다 한 번씩 자극을 주어 잠도 못 자게 한단다. 그런 참담한 사육장에서 한 달만 살고 도축된다고 한다. 토종닭은 3~6개월, 육계용 닭은 한 달이면 우리가 먹는 치맥의 재료가 되는 것이다. 한 때 인간과 더불어 잘 살아가던 닭들의 수난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보는 것.. 요즘 우리는 코로나비루스 때문에 난리가 아니다. 지구촌이 온통 코로나에 물들어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코로나를 '나쁜 녀석'으로 규정하며 대책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책 마련은 우리 인류를 위한 것이지만 입장을 바꾸어 보면 코로나는 모처럼의 기회를 잃는 셈이다. 인간들의 허점을 파고든 녀석들의 성공이 점차 사그라드는 것. 2021년 5월 6일 아침(현지시각), 파타고니아 여행 사진첩을 열어놓고 닭 한 마리 때문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계는 냉정하다. 냉혹하다.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상.. 그런 어느 날, 꽃 보다 더 아름다운 닭 한 마리를 만났다. 이상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른 것. 녀석은 지금쯤 하늘나라에 가 있을 게 분명하다.


La Primavera dell Hornopiren nella Patagonia settentrionale del CILE
il 06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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