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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3. 2021

스머프 나라의 행복한 소달구지

#12 남반구 칠레의 북부파타고니아 오르노피렌의 봄

인간이 스스로 만드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


   브런치를 열자마자 맨 먼저 등장하는 소달구지.. 두 마리의 소가 이끄는 소달구지(우차)를 본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 때 우마차가 대세이던 시대가 있었지만, 농경사회로부터 산업사회로 바뀌기 시작하면서 마차나 소달구지는 점점 우리 곁을 사라졌다. 그런 소달구지가 어느 날 파타고니아 여행을 통해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이에 앞서 두 부자를 태운 마차를 만나기도 했다. 


포스트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하니와 함께 오르노삐렌 삼각주를 관통하는 리오 네그로 강에서 만났으며, 사흘 동안에 만난 소중한 풍경들을 편집한 것이다. 속도전이라 할 만큼 빠른 게 대세인 디지털 시대인 요즘, 느려 터진 아날로그 문화의 단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먼저 연재되고 있는 남반구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 오르노피렌의 봄 편의 비현실적 풍경 속 행복한 부자 마차를 살짝 둘러본다. 그리고 인간이 스스로 만드는 천국과 지옥의 차이를 만난 후 본문 스머프 나라의 행복한 소달구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연재 포스트(비현실적 풍경 속 행복한 부자 마차) 중에서


우리를 늘 궁금하게 만들었던 연초록 빛깔의 정체가 궁금했는데 마침내 그 정체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바닷가에서 바라볼 때 리오 네그로 강가 삼각주 위에서 늘 신비스러운 연둣빛을 자랑하던 정체는 매생이를 닮은 해조류였다. 
특이한 점은 이 삼각주는 밀물이 되면 해조류가 살아남고, 썰물 때가 되면 파릇한 잔디가 공생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갯가에서 삼각주 위로 펼쳐지는 비현실적 풍경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풍경은 공상과학 소설 혹은 영화에나 있을 법하며, 누군가 연출해 놓은 듯 머리에 하얀 눈을 인 안데스 산맥과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이다.
... 어떤 이유 등으로 소년에게 어머니는 부재했고, 그의 아버지 곁에는 아내가 없는 것이다. 평소에 늘 함께하던 사람이 부재하면 상대적 박탈감이나 상실감은 얼마나 클까..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가족 중에 누군가 곁에 없을 때 혹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등 늘 함께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면, 일정기간 동안은 우울의 늪에서 헤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구름띠를 두르고 머리에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거대한 산은 오르노삐렌 화산(Volcán Hornopirén)이다. 링크를 따라가면 이 산의 위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은 칠레의 북부 파타고니아에 위치한 오르노삐렌 마을이 위치한 곳이다. 지금은 휴화산으로 변한 산기슭에 언제부터인가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이곳을 오르노삐렌이라 쓰고 천국으로 고쳐 읽는다. 지구촌의 적지 않은 비경들 가운데 하나로 시간이 멈춘듯한 곳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가슴에서 지우지 못하는 행복한 추억을 쌓은 것이다. 켜켜이 쌓인 아름다운 추억들.. 



인간이 스스로 만드는 천국과 지옥



그런데 대략 1년 전부터 지구촌은 지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코로나 시대로 부르기 시작했다. 인간이 쓴 인류문화사 중에 한 페이지를 기록할 얄미운 시대의 등장은 사람들에게 아비규환(阿鼻叫喚)을 만들었다. 아비규환은 다수의 사람이 비참한 지경에 빠져 울부짖는 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지옥이라는 말이다. 불교에서 아비규환을 이렇게 설명한다. 


불교의 팔대 열(熱) 지옥 가운데 하나인 아비지옥과 규환 지옥을 합친 말로 전쟁 등 처참한 상황을 설명할 때 쓰는 말이라고 한다. 팔대 열지옥은 대소지옥(大燒地獄), 소지옥(燒地獄), 대규환지옥(大叫喚地獄), 규환지옥(叫喚地獄), 취개지옥(聚地獄), 흑승지옥(黑繩地獄), 갱활지옥(更活地獄)과 아비지옥(阿鼻地獄)을 합친 것을 이른다. 
이 지옥에 떨어지면 뜨거운 물이 끓어 오르는 큰 솥 안에 던져지거나 혹은 심하게 타오르는 철실(鐵室)에 넣어져, 고통을 견디다 못해 울부짖게 된다. 살생, 도둑질, 음행, 술 먹는 죄를 범한 이들이 가는 지옥으로 팔열지옥 가운데 네 번째 지옥이다.



현대인들이 믿거나 말거나.. 지옥의 모습을 보니 아찔하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그 누구도 피하지 못할 것 같은 '지옥의 옵션'이 포함된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옵션 가운데 몇 가지를 더 포함해야 할 듯싶다. 우리 인간이 만든 축제 혹은 자동차와 비행기 등 이동수단까지 더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인 코로나 19(COVID-19)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자, 인간을 파멸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것들이랄까..

파타고니아 여행 끝까지 잘 모신 나의 분신들.. ^^


서기 2021년 5월 2일(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노동절 연휴로 도시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저녁이 되자 가끔씩 괴성을 지르는 사람도 있고 가족이나 연인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이곳 시민들은 가족중심이자 기독교 공동체로 살아가는 착한 사람들이다. 



사람들이 착하게 살아도 코로나를 비켜가지 못한다. 반드시 방역수칙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다행인지 오늘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하향세 속에 모처럼 기분 좋게 하는 통계수치를 내놓았다. 신규 확진자 수(9.148명)와 사망자 수(144명)가 눈에 띄게 도드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과 브라질과 인도의 코로나 성적표를 다시 열어봤다. 이번에는 유튜브에 올라온 뉴스를 숨을 죽이며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썰물 때가 되면 나타나는 리오 네그로 강 하류와 오르노삐렌 삼각주의 스머프스러운 표정


저절로 숨이 턱 막혔다. 최근 인도에는 하루에만 신규 확진자 수가 40만 명에 달했으며 매일 수천 명의 사망자가 생기고 있었다. 이런 일은 브라질도 다르지 않았다. 참으로 끔찍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자료사진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비규환으로 변한 현장을 차마 공유할 수가 없었다. 상위 3개국의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그리고 완치자 수를 나열하면 이러하다. 



미국_Stati Uniti  33,154,605; (+6,949) 590,800; (+67) 25,779,939; (+2,012) 인도_India 19,900,371; (+285,710) 218,595; (+2,592) 16,261,820; (+215,625) 브라질_Brasile 14,725,975/ 406,565/ 13,242,665.. 그러나 이런 집계는 정확하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는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코로나로 희생된 것이다. 그리고 유가족의 슬픔은 통계치로 설명할 길이 없다. 특히 인도는 최근 하루 확진자 수만도 40만 명을 넘어서고 있어서 국제사회가 도움을 주는 한편, 향후 코로나 팬데믹의 변수가 될 게 아닌가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저 멀리 삼각주를 가로질러 가는 소달구지.. 맨 처음 이 곳에서 맞닥뜨린 느려 터진 풍경이다.



스머프 나라의 행복한 소달구지




이틀 후,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난 소달구지.. 이때는 달구지 위에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리오 네그로 강 너머 봄볕이 삼각주 위로 마구 쏟아지는 곳..



이번에는 소달구지 주인과 소 두 마리의 느린 여정..



리오 네그로 강을 유유히 건너고 있는 소달구지는 마차와 다른 품격이 느껴진다. 마차가 소형차라면 소달구지는 중형차 같은 느낌이 물씬 베어난다. 그래 봤자, 엔진은 강력할 망정 속도는 느려 터짐.. 마차는 출력이 조금 부족하지만 가성비는 뛰어났다. 소달구지가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



스머프 나라가 실제 한다면 이런 풍경이 아니었을까..



요즘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천국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썰물 때 리오 네그로 강 하류는 이런 모습이다. 강 하류의 유속도 느리고 소달구지도 느려 터졌다. 더 느긋한 건 소달구지 주인이다. 소를 재촉하는 법 없이 없다. 소는 소대로 강은 강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봄볕 아래서 아지랑이 피워 올리듯 느긋느긋..



세상에 이런 풍경이 또 있을까..?!! 벨기에의 작가인 페요(Peyo)가 만들어낸 만화 캐릭터인 스머프(Les Schtroumpfs)의 등장인물들 중에 할아버지 스머프는 나이가 많은 최고령 스머프로, 때때로 파파 스머프에게 조언을 하기도 하는 예언자적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스머프들의 몸 색깔은 짙푸른 바다를 닮은 파란색.. 녀석들이 이곳에서 몸치장을 하면 연둣빛으로 변하겠지.. 그때 할아버지 스머프는 느려 터진 소달구지를 이끌고 삼각주를 가로지르며 그들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얘들아, 파파 스머프 하고 똘똘이 스머프, 그리고 투덜이 스머프, 허영이 스머프, 만능이 스머프, 욕심이 스머프, 시인 스머프, 하모니 스머프, 익살이 스머프, 근육이 스머프, 주책이 스머프, 아기 스머프.. 거기에 브런치 스머프(신종)까지 내 말 잘 들어야 한다."



"오래 달리려면 느림의 미학을 배워야 한단다. 빨리 달려서 좋은 경우의 수는 많지 않아. 코로나 시대가 보여준 자화상이란다. 거북이가 느린 것 같지만 의외로 빠르다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르는 법이지. 토끼와의 경주에서 보여준 꾸준함이 승리의 원동력이었지. "



"지옥과 천국은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결과물이야. 자유와 방종을 분간하지 못한 어리석음도 있고.."



마침내 소달구지는 삼각주를 가로지르고 강을 건너 느리게 느리게 목적지로 향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노삐렌 화산과 내가 오래도록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이곳을 오르노삐렌이라 쓰고 천국으로 고쳐 읽는다. 하루속히 지구촌이 천국으로 변했으면 싶은 계절이다. 


La Primavera dell Hornopiren nella Patagonia settentrionale del CILE
il 02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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