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붉게 물들인 꽃양귀비의 물결
기다림에 지친 꽃양귀비..?!!
꽃양귀비가 흐드러지게 핀 이곳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 언덕이다.
이 언덕 위에 서면 저만치 아드리아해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지난해 5월, 아직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지 않을 때였지만, 하니와 나는 사람들을 피해 이 언덕 위에서 망중한을 즐겼다.
5월이 오시면 언덕 위의 표정은 달라진다. 꽃양귀비가 씨방을 드러내 놓고 멀리 떠날 차비를 하는 것이다. 고혹적인 붉은 꽃잎이 빛을 잃고 자리를 내주는 것이다.
하니는 지난해 10월 23일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다. 어느덧 6개월을 넘기고 있다. 그녀가 자리를 비운 언덕 위에는 꽃양귀비가 기다림에 지친 표정이다.
서기 2021년 5월 7일, 그녀와 함께 거닐었던 바닷가 언덕으로 운동 겸 산책을 다녀왔다. 바닷바람이 적당히 불고 볕은 따사로웠다. 집콕에 열중하다가 모처럼 찾은 바닷가 언덕.. 그녀의 빈자리에 애태우는 꽃양귀비..
오늘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를 열어보니 신규 확진자 수(10,554명)와 사망자 수(207명)는 여전하다. 전반적으로 하향세를 나타내는 그래프가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랄까..
전 세계의 코로나 성적표는 보다 심각하다. 미국 인도 브라질 세 나라만도 코로나 사망자 합계는 100만 명이 넘었다. 총성 없는 테러가 한 미생물로부터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코로나 19 누적 확진자는 1억 5천6백만 명에 이르렀다. 사망자 수만 326만 명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민국이 선방을 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으며 자랑스럽다.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이곳 바를레타는 침묵의 도시로 변했다. 저녁 10시부터 통금이 시작되면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도시는 정적에 쌓이는 것이다. 인적이 끊기는 건 물론이다. 집콕의 분위기는 조용하다 못해 이상한 기분이 느껴질 정도이다. 마치 먼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조용하다.
이런 때 인터넷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들게 된다. 이런 때 브런치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이런 때 소통할 수 있는 이웃이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들게 되는 것이랄까..
오늘 아침에 담아온 꽃양귀비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고혹적이며 기운이 넘쳐났다. 생기발랄했었다.
그렇게 아름다웠던 꽃들이 기다림에 지친 표정으로 바뀐 것이다.
그녀가 떠난 빈자리를 채운 꽃양귀비..
나는 녀석들 곁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렀다. 아예 1년만 더 참자꾸나.
영상, 직녀의 빈자리 채운 꽃양귀비
Un'ondata di papaveri in rosso maggio_collina sul mare
il 07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