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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09. 2021

피렌체에 드리워진 신의 그림자

#12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의 봄맞이

먹구름에 실려온 신의 그림자..?!!


관련 포스트(미켈란젤로와 천지창조(Genesi))에 이렇게 썼다.



언제부터인가 빛 내림의 현상을 볼 때마다 나는 미켈란젤로를 떠올리는 버릇이 생겼다. 당신의 혼을 불어넣어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는 물론 다비드 조각상 등을 통해 신께서 그의 생애를 책임지고 동행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영감은 신으로부터 땅으로 이어진 것이랄까..
나의 유소년 기를 생각해 볼 때 자아의 형성을 돕는 건 주변의 환경이 크게 작용을 한다. 또 역사를 돌아보면 시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인간의 됨됨이였다. 나는 빛 내림 현상을 통해 어린 미켈란젤로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아르노 강 위로 쏟아지는 빛 내림이 그의 영감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생각들.. 



그런 한편 미켈란젤로도 읽었을 빕비아 속의 천지창조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집콕을 이기는 큰 힘이 사진첩 속에든 아르노 강의 빛내림이며, 미켈란젤로에게 영감을 안겨준 천치창조(Creazione di Adamo, 아담의 창조)의 모습들이다.




피렌체에 드리워진 신의 그림자


   서기 2021년 5월 9일 자정(현지시각)이 넘은 시각, 노트북을 켜고 사진첩을 열어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의 아르노 강 위에 드리워진 먹구름을 보고 있다. 나는 피렌체를 '미켈란젤로의 도시'로 고쳐 부르고 있는데 이 도시에서 당신의 이름을 지운다면 존재감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 피렌체는 물론 르네상스를 빛낸 가장 중요한 인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관련 포스트(미켈란젤로와 천지창조(Genesi))에 당신을 언급하며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본 것이다. 피렌체의 자연현상이 당신의 영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코로나 시대에는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피렌체를 다녀갔다. 그들은 중세시대를 박재해 둔 듯한 이 도시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시간여행을 했을 것이다. 우피치 미술관(Galleria degli Uffizi)만 둘러봐도 허기진 문화예술에 배가 불러 터질 지경일 것이다.  



그곳에는 시모네 마르띠니(Simone Martini )의 작품 '두 명의 성자가 있는 수태고지'와 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의 작품 '우르비노 공작 부부의 초상'과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작품 '유디트의 귀환'과, 그리스 신화 이야기를 다룬 그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은 물론 '쁘리마베라'와 '아펠레스의 비방', '동방박사의 경배'가 전시되고 있다. 



거기에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작품 '수태고지' 그리고 라파엘로 산찌오(Raffaello Sanzio)의 작품 '검은 방울새의 성모'와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의 첫 회화 작품 똔도 도니(Tondo Doni, 성 가정과 세례자 요한)와 르미지아니노(Parmigianino)의 작품 '목이 긴 성모' 등등.. 



르네상스 시대가 까마득히 멀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가면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피치 미술관 앞은 연중 기나긴 관광객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니와 내가 우피치 미술관에 들러 작품들을 둘러보는 동안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야겠다"는 말을 여러 번 한적 있다. 하룻만에 그 많은 작품을 감상한다는 건 무리가 따랐던 것이다.(실제로 우피치 미술관 옥상에는 관람자를 위한 간식 등을 위해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이른바 '날고 기는' 예술가들이 천지 빼까리로 널린 도시의 하늘 위로 '신의 그림자'가 무시로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신들이 살고 있고, 그 신들의 표정은 신화 세상 이전부터 사람들과 동행해 왔다. 그중에 신의 모습을 가장 실체적으로 보여준 시인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가브리엘라 미스뜨랄(Gabriela Mistral).. 남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그녀의 이름은 가장 존경하는 두 시인(Gabriele d'Annunzio e Frédéric Mistra)의 이름을 따온 필명이다. 그녀의 본명 루치아 데 마리아 델 뻬르뻬뚜오 소꼬로 고도이 알까야가(Lucila de María del Perpetuo Socorro Godoy Alcayaga).. 




나처럼.. 머리 나쁜 사람들이 외우기도 힘들 정도가 아닌가 싶다. 그런 그녀를 포스트에 자주 소환하는 이유는 '신의 그림자' 때문이었다. 그녀의 작품 <예술가의 십계명>의 첫째 계명은 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해 주며, 누구나 신의 내재 혹은 강림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위대한 깨달음이랄까..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미켈란젤로의 도시 위를 뒤덮고 있는 먹구름의 존재를.. 수증기가 모여 구름을 만들고 비구름이 되어 무거워지면 빗방울들이 지면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천을 이루고 강을 만들어 바다로 흘러간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가슴은 얼마나 메마른 것일까.. 



똑같은 장소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예술가의 이름으로 무수한 작품을 남길 때.. 그들 가슴속에 신의 그림자가 없었다면 르네상스 시대란 코로나 시대와 별로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의 혜택을 받고 있는 내겐 요즘 형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자정이 넘어 진공상태로 변한 한밤중에 자료를 뒤적거리며 관련 내용을 읽다 보면 글쓰기가 너무 재밌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가 없었다면 싸돌아 다니기 바빠서 지난 시간을 돌아볼 여유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냥 나의 사진첩 속에서 박테리아처럼 어두운 공간에 숨겨진 채 발효만 하고 있을 풍경들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신의 그림자를 뱔견한 위대한 시인 가브리엘라 미스뜨랄이 세상에 이름을 떨치기 전의 삶은 매우 불행했다. 신의 연단이 시작된 것이랄까..



그녀는 안데스 자락의 비꾸냐(Vicuña (Cile))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어린 그녀가 대략 열댓 살까지 이곳에서 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꿈꾼 건 교사였다. 당시 사정으로 교사란 직업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많은 비용을 요구했다. 대략 3천 뻬소에 이르는 비용을 어머니가 보태어 주고 좋은 성적으로 입학시험을 통과했다. 하지만 엘 코큄보(Particular School Gabriela Mistral N 15 (Corporación Colegio Gabriela Mistral))를 위한 몇몇 출판물 때문에 그녀는 쫓겨나고 만다. 



그녀는 15살부터 보조교사로 시작하여, 이후 라 칸테라(La Cantera)에서 교사생활을 했다. 이곳에서 철도 작업자 로멜리오 우레타(Romelio Ureta)를 만나 뜨겁게 사랑했지만, 신의 그녀의 사랑을 냉혹하게 거절하고 말았다. 그녀가 20살이 되던 해에 우레타는 자살을 한 것이다. 



이때 충격을 받은 그녀는 이후 평생 홀로 살아가게 된다. 그녀에게 주어진 뼈아픈 시련은 이후 그녀의 작품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연인의 자살이 그녀의 첫 번째 작품인 ‘죽음의 소네트(Los sonetos de la muerte)’에 많은 영감을 주었던 것이다. 참 희한한 일이지.. 신은 늘 평화롭고 아름다운 환경을 제공하지 않았다. 신 보다 더 사랑한 그녀의 연인을 데려가며 신을 더 사랑하게 한 것이랄까.. 



그녀는 이때부터 수많은 작품들을 선 보였는데 그중 하나가 <예술가의 십계명>이었던 것이다. 연인의 죽음으로부터 발현된 새로운 세상이 그녀를 위대한 예술가로 탄생시킨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한밤중에 만나 본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 그들의 작품들이 아르노 강 위에 드리워진 하늘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면, 그 작품들을 한마디로 정리한 사건이 예술가의 십계명에 오롯이 드러나 있는 것이다.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La primavera fiorentina del Rinascimento_FIRENZE
il 09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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