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바닷가 언덕 풍경
내가 유일하게 왕 노릇을 할 수 있는 곳이 있지..?!!
왕이 되려면 신하들은 물론 백성들까지 두루 갖추어야 한다. 한 나라를 다스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조직을 잘 갖추어 법을 만들어야 하는 거야. 누군가 함부로 쿠데타를 일으키게 만드는 허술한 집단은 곧 죽음이야.
그렇지만 나는 왕이 될 수 있는 매우 쉬운 비결이 있어. 내가 어디로 가던지 나를 따르는 무리기 지천에 널렸어. 그들은 나를 보는 순간 한눈에 홀딱 반하고 말지. 내가 그들을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들의 이름은 민중을 쏙 빼닮은 풀꽃들이야. 아무 때나 어디든지 내가 나타나면 소리를 마구 지르며 좋아하는 거야. 나의 브런치에 자주 등장하는 녀석들이자 혀 짧은 소리를 하는 아이들이야. 이렇게..
"(와글와글)와~ 아더찌다. ㅋ 안넝하떼요. 아더찌? ^^""
녀석들은 가끔씩 나 말고 하니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아더찌 뚝모(숙모)님은 요.."
그때마다 나는 녀석들에게 하니가 코로나 19를 피해 한국에 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 녀석들은 하나같이 시무룩해지며 고개를 떨구곤 한다.
"뚝모님이 보고 시포효.. 흑흑"
볼품은 적어도 참 정이 많고 이뿐 녀석들.. 코로나 시대에 사람들을 피해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 언덕에 서면.. 녀석들은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어떤 녀석들은 꽤나 뽐을 내곤 한다. 지가 마치 백설공주가 된 마냥 거울을 들고 중얼거리는 것이다.
거울아 거울아 내가 젤 잘났지롱..히히 ^^
세상은 요지경이라더니.. 녀석들은 매일 거울에 침을 발라 옷소매로 문지르며 잘난 척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녀석들이 너무 좋다. 아무런 욕심도 없이 그저 제 잘난 맛에 사는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왕 노릇을 할 수 있는 곳이 그런 곳이야. 그 언덕 위에 서면 저 멀리 아드리아해 건너 한국에 가 있는 아이들의 뚝모님을 그리워할 수 있는 곳이야. 누군가를 그리워할 수 있다는 건 가슴속의 사랑이 식지 않았다는 증거야. 왕의 가슴속에 새겨진 한 여인.. 풀꽃들이 함께 그리워해 주는 거야. 난 행복한 왕이야.
거울아 거울아 내가 젤 잘났지롱..히히 ^^
Vista sulle colline del mare di Barletta in Puglia_ERBA
il 11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