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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3. 2021

콩깍지 씐 남자 사람 1인

#13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의 봄맞이

나의 카메라 앞에 등장한 한 남자 사람, 뭐 하고 있는 걸까..?!!



   먹구름과 노을이 기막힌 조합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 아르노 강변(Fiume Arno)이다. 해 질 녘에 강가에 나와 해넘이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장소는 피렌체 출신 탐험가의 이름을 딴 뽄떼 아메리고 베스푸치(Ponte Amerigo Vespucci) 다리 앞이다. 


피렌체를 찾는 관광객들은 주로 뽄떼 베끼오 다리나 뽄떼 산타 뜨리니따(Ponte Santa Trinita) 혹은 뽄떼 알라 까르라이아(Ponte Alla Carraia)를 주로 찾는다. 시내 중심에서 가깝고 돌로 만든 아치형 다리가 품위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또 단테가 짝사랑한 베아뜨리체(Beatrice Portinari)를 만난 곳도 뽄떼 산타 뜨리니따 다리 앞이라고 알려지자.. 너도 나도 단테나 베아뜨리체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이다. 



지옥과 연옥과 천국을 그린 유명한 신곡(Divina Commedia)의 저자 단테(Dante Alighieri)는 아홉 살 때 귀족의 딸 베아뜨리체를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9살짜리가 뭘 안다고..ㅜ) 단테는 뽀얀 피부에 에메랄드빛 눈동자며 우아한 매너와 기품을 갖춘 그녀를 보는 순간 한눈에 뿅~~ 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때부터 단테의 가슴속에서 한시도 떠날 줄 모르는 그녀 때문에 짬만 나면 아르노 강가 산타 뜨리니따 다리 앞에서 죽치고 사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단테의 사랑을 '아가페적 사랑'으로 포장하지만, 그건 남자 사람의 속마음을 잘 모르기 때문이랄까..(9살짜리가 뭘 안다고..ㅜ) 그는 첫눈에 그녀에게 홀딱 반하여 이러고 사는 것이다. 그리고 9년간의 세월이 흐른 다음 다시 산타 뜨리니따 다리 앞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단테가 문제의 다리 난간에 기대어 그녀 생각에 빠져있는데 저만치 뽄떼 베끼오 방향에서 다가오는 게 아닌가. 



아기다리고기다리.. 꿈에도 그리던 그녀가 단테 앞으로 오고 있는 게 아닌가..(자체 효과음 "심쿵심쿵~!!" ^^) 그녀는 단테가 자기를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가 없다. 단테.. 9살짜리 소년이 18세에 이르렀으므로 사춘기를 지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단테 곁을 지나치면서 자기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단테를 향하여 살짝 웃어 보인 게 전부였다. 

단 두 번의 만남.. 손을 한 번 잡아보기나 했어.. 뽀뽀를 한 번 해보기나 했어.. 몰락한 귀족의 아들이었던 단테가 당시 피렌체 최고의 가문 폴코 포르티나리의 딸과 인연을 맺기는 불가능했다. 얼마나 속상했겠는가.. 단테는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난 2년 후 어린 나이에 약혼 했던 젬마라는 여인과 결혼을 했다. 



베아트리체도 1287년에 피렌체의 부자 가문이자 은행가였던 '시모네 디 바르디'와 결혼을 한다. 하지만 베아트리체는 1290년 6월 8일 24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만다. 문제는 그녀가 아니라 단테였다. 이미 결혼을 한 단테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랄까.. 이 남자의 속마음을 그의 아내가 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러거니 말거나, 단테는 베아뜨리체를 위해 시(사랑의 노래)를 바쳤다.


"나의 아씨의 아름다운 얼굴을 한 번도 싫도록 본 적이 없기에 나는 지긋이 바라보리라. 그를 바라보며 복이 있도록 드높은 곳 환한 밝음 속에서 오직 신을 우러러 축복받는 천사와도 같이 내 비록 한낱 인간 이건만 내 마음의 주님을 우러러보면 천사에 못지않게 축복을 받고 솟아오르는 넋을 퍼덕이리라. 이런 힘이 그에게 있거니 남은 모를지라도 그를 바라 그리운 나는 아노라."



어느 봄날 아르노 강가에서 먹구름이 낀 하늘과 해넘이가 사라지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데 끼어든 한 남자 사람.. 그의 용모로 미루어 아직 미혼자이거나 사랑에 빠진 콩깍지 씐 남자가 틀림없었다. 그는 어디서 꺾어왔는지 하얀 꽃 한 송이를 들고 산타 뜨리니따 다리 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의 애인과 함께 피렌체에 오지 못했던지.. 그는 한 여인에게 당신의 마음을 담은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다. 



남자 사람들은 콩깍지가 씌어야 목숨을 걸거나 이런 짓을 하게 된다. 오죽하면 라틴어 명언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미친 사람들이다."라고 말하겠는가.. 사내답게 훤칠하게 잘 생긴 남자 1인이 강가에서 이러고 놀고 있는 것이다. 이 남자가 단테처럼 문학수업을 하고 있었으면 "단테는 저리 가라"였을 것이다. 단테는 클래식한 문체로 하늘나라에 가 있는 베아트리체에게 시를 썼지만, 이 남자는 사진을 찍은 직후 곧바로 그의 여친에게 사진과 함께 메시지를 날려 보낼 것이다.


"작야~ 자기는 나에게 베아트리체 같은 존재라는 거 알쥐~ 알라븅~~~< ^^



문제는 단테나 잘 생긴 남자 1인이 아니란다. 코로나 시대에 집콕이 일상이 된 나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는 것. 코로나 19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도 같거나 비슷한 경우의 수라는 걸 회상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를 보니 여전히 하향세를 긋고 있다. 신규 확진자 수가 조금 늘었지만 이같은 추세라면 머지않아 세상 모든 일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그때가 언제일지 무척 궁금하다. 그건 그렇고 "손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게 해주겠다"고 대놓고 뻥을 친 남자 사람들은 지금쯤 반성하고 있을까.. 당근 아니쥐. 사랑은 그런 거야. 히힛!! ^^


La primavera fiorentina del Rinascimento_FIRENZE
il 13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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