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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8. 2021

PATAGONIA_신(神)이 사랑한 땅

#14 엘 찰텐,라구나 또래 가는길

자기도 모르는 게 이끌리는 땅, 누가 나를 이끄는 것일까..?!!


우리가 신의 땅에 발을 들여놓던 날(바람이 그린 풍경화)에 겪은 일



민박집과 호텔은 모두 예약이 완료되어 하니는 버스 터미널에서 짐을 지키고 있었고 나는 엘 찰텐 곳곳을 찾아다니며 숙소를 찾았으나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고 마지막에 들른 민박집에서 마지막 희망을 걸었지만 그 마저도 무산되고 말았다. 그리고 터덜터덜 하니가 혼자 짐을 지키고 있는 곳으로 향하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게 아닌가. 



뒤를 돌아보니 조금 전에 들렀던 민박집주인이 손짓을 하며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 잠시 후 그로부터 반가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 민박집은 아니지만 빈 집이 있으니 한 번 둘러보고 가라는 제안이었다. 찬밥 더운밥 가릴 형편이 아니었던 나는 쾌재를 불렀다. 그곳은 단독주택이었는데 일본인 부부가 잠시 머물고 있었으며 다음 날 떠나기로 한 곳이었다. 민박집보다 호텔보다 더 나은 환경의 숙소를 얻게 된 것이다. 



나는 뛸 듯이 기뻐하며 버스 터미널로 뛰어갔다. 주변은 어둠이 내려 깜깜한데 그녀는 혼자서 배낭과 짐보따리를 지키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할 틈도 없이 숙소를 얻었다며 기뻐하며 짐을 옮겼다. 그 숙소는 라구나 또레로 이어지는 산길 밑 언덕 아래 위치해 있었다. 엘 찰텐의 소풍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때부터 오래전에 못다 이룬 꿈을 펼치며 피츠로이(Monte Fitz Roy) 주변은 물론 라구나 또레 주변에 발도장을 찍고 다녔던 것이다. 



우리가 발길을 옮기고 있는 이곳은 까마득히 오래전 바닷속이었다. 장차 만나게 될 그 산중에는 온통 화석의 무덤이었다. 맑은 물이 졸졸거리며 흐르는 작은 골짜기의 납작한 돌을 들출 때마다 화석이 발견되었으며 암모나이트 화석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곳은 바람의 땅이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은 당장이라도 사람을 날려버릴 태세였다. 



PATAGONIA_신(神)이 사랑한 땅




   서기 2021년 5월 17일 월요일 오후(현지시각), 잠시 중단해 둔 연재 포스트 엘 찰텐, 라구나 또래 가는 길을 열었다. 관련 브런치 글이 발행된 때가 지난 2월 10일이었으므로 어느덧 3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있는 것이다. 세월 참 빠르다 못해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보낸 3개월의 시간은 내겐 중요했다. 


청춘들의 진정한 여행자의 모습이다. 두 연인은 곧 라구나 또레에서 야영을 하게 될 것이며 신의 그림자 품에 안기게 될 것이다. 신께서 작정만 하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


그냥 덧없이 보낸 세월이 아니라 매일 최소한 한 편 이상의 글을 쓰며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래서 가끔씩 브런치에 글을 쓸 때 "인터넷과 브런치가 없으면 어쩔 뻔했는가" 하고 반문하는 것이다. 거기에 나의 사진첩에 기록된 여행 기록이 없었다면, 매우 삭막한 시간을 보내야 했을 것이다. 머리를 쥐어 짜내어 소설을 구상하고 써 내려가야 하는 일이 나의 삶을 붙들었을 것. 



나는 태생적으로 누구에게 구속당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형식에 얽매인 일을 선호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 조차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몸에 난 터럭 한 올 조차 부모님이 물려주신 그대로 간직하고 싶은 1인이다. 내가 모자를 쓴 것도 최근의 일이다. 하니가 나더러 "모자가 너무 잘 어울린다"라고 하지 않았으면 모자 조차 쓰지 않았을 것이다. 오래전 고등학생 때 쓰던 교모 조차 등교 시간에만 쓴 다음 구겨 넣고 다녔을까.. 


잘 쓰지도 못하는 소설도 따분한 형식을 요구하고 있어서 내게 잘 어울리지 않는 철 지난 옷 같다. 반면에 나는 내가 보고 느낀 현장을 브런치에 옮기는 일이 매우 흥미롭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작품이 기록되는 것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 만난 세상의 장면들은 거의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데 그 시점은 유년기부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중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유소년기와 여행 중에 만난 풍경들은 나를 매우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몰랐지만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기억들은 나의 의지와 의사와 관계없이 내게 추억을 만들곤 하는 것이다. 



이른바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인생을 조금씩 깨닫게 되고 지천명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부터 나의 존재감이 물고기 비늘처럼 볕 아래서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발가벗은 내가 물아일체(物我一體)를 경험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내게 나타난 그럭저럭 한 변화는 신의 간섭이 시작되었다고 믿기 시작했다. 




인간의 행위에 신의 간섭이 없다면 고삐 풀린 망아지 신세가 되거나 급출발 혹은 급가속을 일으키는 자동차가 될 게 분명했다. 청춘 때는 다 제 잘난 맛에 살지만 안 청춘 때가 도래하기 시작하면서 신의 존재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그때 자연계와 영계가 무엇인지 넌지시 알게 되고 주차된 자동차를 보며 주인이 없으면 쓸모를 잃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 몸뚱이의 주인은 따로 있었던 것이며, 그가 신(神)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쯤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내가 계획할지라도 신의 간섭 없이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 등에 눈을 뜨는 것이다. 지내놓고 보니 내가 사진을 좋아한 것도 신의 섭리이며 사진을 통해서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게 된 것이랄까.. 



포스트에 등장한 배경은 신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 아르헨티나 산타 크루즈 주에 위치한 엘 찰텐(El chalten)의 라구나 또레(Laguna Torre)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만난 풍경들이다. 엘 찰텐 마을에는 파타고니아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면소 중에 하나인 피츠로이(Monte Fitz Roy) 산군과 만년설 및 빙하가 빼곡한 곳이다. 



하니와 나는 대략 20년 전쯤에 피츠로이를 만난 직후 첫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입버릇처럼 "이곳에 뼈를 묻고 싶다"며 서로 말했던 것이다. 우리가 머리를 뉘고 싶었던 그곳.. 우기가 막 시작되고 있는 라구나 또레로 가는 여정에 만난 숲길에는 나목들이 춤을 추는 듯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곳은 바람의 땅으로 불릴 만큼 우기가 다가오면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것이다. 바람이 얼마나 거세면 떨기나무들은 땅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자라곤 했다. 작은 키의 고목들이 땅바닥에 몸을 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우기가 찾아들자 울긋불긋한 옷으로 갈아입고 여행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선 풍경들이 거센 바람에 못 이겨 껍질이 뜯겨나가 하얀 속살을 드러냈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모습들은 신의 그림자가 깃든 것이라는 생각으로 변하는 것이다. 신께서 지으신 생명을 보다 더 아름답게 만드는 작업을 바람이 거들고 나선 것이랄까.. 내가 이 산중에서 환청(세상에 단 하나뿐인 황홀한 해돋이)을 듣게 된 것도 세찬 바람 속이었다. 



코로나 시대에 보낸 3개월의 시간은 내겐 중요했다. 그 이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신께서 나를 간섭하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나의 삶을 뒤돌아 볼 때 이처럼 열정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린 때가 있었을까.. 세상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생각은 하루 수만 번도 더 변할 것이며 그때마다 마음까지 동시에 놀아날 것이다. 



그러나 신의 간섭이 시작되고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과 함께 한다면 어디서부터 생긴 힘인지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충만해짐을 알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잠시 열어본 사진첩 속의 '신이 사랑한 땅'에서 나를 이끌어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곳이 파타고니아 땅이었으며 장차 머리를 뉘고 싶은 곳이었다. 우리의 목적지인 라구나 또레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만년설과 빙하의 나라.. 신의 그림자가 도처에 널린 곳이다. 산께서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이런 풍경을 내놓고 기다리실까.. <계속>


Il tesoro nascosto di El Chalten in Patagonia_LAGUNA TORRE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patagonia ARGENTINA
il 18 Maggio 2021,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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