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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18. 2021

할머니랑 손 잡고 등(燈) 달러가자

-부처님 오시는 날 생각나는 스님

당신의 가슴에 신의 그림자가 환하게 드리워지면 신과 동행하는 삶이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는 서울 강남의 법룡사에 매달린 연등이다. 오색의 연등이 빼곡히 매달린 이곳의 위치는 강남구 수서동의 나지막한 구릉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 전국 비구니 회관이다. 1,240평 대지 위에 지하 2층 지상 3층 연건평 2,500여 평에 3층 구조의 현대식 매머드 법당이 있는 곳. 어느 봄날 집에서 멀지 않은 이곳에 들러 나의 유년기를 소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크게 불교와 기독교 등이 공존하는 종교의 천국이라 말할 수 있다. 어떤 나라는 종교적 이념 등으로 정작 행복해야 할 종교가 불행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그들 교조는 신자들이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얼마나 안타까워할까.. 그런 일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정치적 문제 등을 만들고 있었다. 신앙인들을 행복으로 이끌어야 할 종교인들이 본래의 목적과 전혀 다른 일에 매달리고 있는 꼴불견이 아닌가 싶다.



내일(19일)은 불기 2565년으로, 부처님 오신 날(석가탄신일: 釋迦誕辰日)이 2565년 되는 날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포스트를 작성하고 있는 현재 날짜가 서기 2021년 5월 18일 이므로, 부처님은 예수님보다 544년 더 일찍 태어난 것이다. 굳이 나이를 따지면 예수님보다 형님벌이시다. 그리고 공생애 33년을 살다가신 예수님 보다 47년을 더 사셨다. 



부처님은 80세의 일기로 열반에 드셨는데.. 두 분 성자의 죽음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범인들이 잘 알 수 없는 세계랄까.. 예수님은 골고다 언덕 위에서 스스로 십자가에 매달리셨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이 없을 것이다. 부처님의 죽음도 그랬다. 부처님은 29세에 출가하여 35세에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 즉 부처(佛陀, Gautama Buddha)가 된 것이다. 



당신께서 중생들을 제도하며 45년의 생을 보내고 80세가 되던 때였다. 당시 부처님은 베살리 지역에서 걸식을 하며 중생을 제도하고 있었는데, 석 달 후면 자기가 열반에 들 것이라고 미리 알렸다. 당신의 죽음을 예고한 것이다.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 금세공을 대장장이 '춘다'라는 이로부터 음식을 받아먹고 심한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부처님이 식중독을 일으킨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돼지고기를 잘 못 먹었거나 상한 음식을 먹었을 것이라는 설도 있다. 또 독버섯을 잘 못 먹어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설도 있다. 아무튼 금식을 자주 하던 당신의 장이 약한 상태에서 식중독 현상이 발현된 것이다. 부처님은 춘다가 준 공양에 독이든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심 깊었던 착한 춘다의 마음을 읽고 거절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신께선 그 직후 쿠시나가르(Kushinagar, कुशीनगर)란 곳으로 옮겨졌다. 그곳은 인도 우타르 프라데시(Uttar Pradesh) 주에 위치한 마을로 인구는 17,982명(2001년 기준)이며, 부처님이 입멸한 곳으로 추측되는 불교의 4대 성지 중 한 곳으로 알려졌다. 당신께선 가까운 강으로 가 목욕을 하고 난 후 잠깐 쉬면서, 부처님의 10대 제자 중 한 명인 아난다에게 "춘다가 자기가 준 음식 때문에 부처님이 편찮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잘 말하라"라고 일러주었다. 



그 후 쿠시나가르 성 밖에 이르러 큰 나무 사이에 자리를 정했다. 머리는 북쪽을 향하고 오른쪽 옆으로 누웠다. 그러자 나무에 갑자기 꽃이 피고 꽃잎이 부처님 위에 떨어졌다. 하늘에서부터는 아름다운 음악과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하늘의 신들도 이 순간이 슬퍼서 울었다고 전하고 있다. 붓다의 길을 가는 비구와 비구니 그리고 불심 깊은 신도들이 하늘 같이 섬기시는 분은 이렇게 돌아가신 것이며, 당신이 태어나신 날이 어느덧 불기 2565년을 맞이한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 전야에 불교 혹은 부처님에 대해 개관을 해 보는 것이다. 위 자료 중에는 살아오면서 알게 된 것과 사실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자료를 참고하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선조님들과 최소한 6070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이 같은 사실 등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시거나 한 번쯤 들어봤을 내용일 것이다. 우리나라에 기독교가 들어오기 훨씬 전부터 우리 민족에게 호국불교로 잘 알려진 종교가 불교였기 때문이다. 불교는 외침이 일어날 때 민족을 한마음으로 묶으면서 나라를 지켜낸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陜川 海印寺 大藏經板) 혹은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들 수 있다. 경상남도 합천군 해인사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은 고려가 몽골의 침입을 불력(佛力)으로 막아내고자 1236년(고종 23년) 강화군에서 조판에 착수하여 15년이 지난 1251년(고종 38년)까지 총 16년에 걸쳐 완성한 고려의 대장경이다. 현존하는 세계의 대장경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체재와 내용도 가장 완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2007년도에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것이다. 


"할머니 얼마나 더 가야 돼요..?ㅜ"

"오냐, 조금만 더 가면 된다! ^^"

"아까도 조금이라 했잖아요. ㅜ"

"그래, 조금만 더 가면 된다니까. ㅎ"


어린 내게 절로 가는 길은 멀고 먼 길이었다. 나의 유년기에 만난 부처님 오신 날의 기억은 연등만큼 알록달록하다. 초파일이 다가오시면 할머니 손을 잡고 집에서 꽤 먼 사찰을 다녀오는 것이다. 할머니께선 형제들 중에 유독 나를 이끌고 사찰로 향했다. 어린 나의 발걸음으로 꽤나 멀어 보였던 그 사찰에 발을 들여놓으면.. 사찰 입구에서 맨 먼저 사천왕(四天王)이 눈을 부릅뜨고 나를 맞이했다. 


날 선 청룡도를 들고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던 사천왕들은 사찰 입구의 종각 아래 울긋불긋하고 진한 색채로 그려져 있었다. 지금도 부릅뜬 눈동자의 하얀 빛깔이 눈에 선하다. 그리고 임시로 만든 사찰 종무원에서 울 가족들의 이름을 새긴 연등(燃燈) 접수를 마치고 사찰을 둘러보는 것이다. 



사찰의 이름은 부산의 백양산 기슭에 위치한 천년 고찰 선암사였다. 신라의 원효대사가 이 절을 창건할 당시에는 견강사(見江寺)로 불렀지만, 절 뒷산 절벽 바위 위에서 화랑들이 무술을 닦으며 절 이름을 선암사(仙巖寺)로 바꾸었다고 전한다. 유소년 기를 통해 무수히도 많은 발도장을 찍었던 곳이다. 


나는 이때부터 호기심이 발동하여 선암사 구석구석을 돌아보게 됐다. 절 뒷산 아래에는 칠성각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나는 유독 이 장소를 선호했다. 인적이 드물어 호젓한 장소인데 선경을 이루는 곳이었다. 그 곁에는 산신각이 작은 암자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우리나라 고유의 종교가 언제부터인가 불교에 떠밀려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것이다. 


할머니 손을 잡고 선암사에 들렀을 때 나를 기분 좋게 한 풍경은 초파일에 제공되는 공양이었다. 흰쌀밥에 얹은 산나물이 얼마나 맛있는지 두고두고 공양간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할머니의 손은 마법의 손처럼 느껴졌다. 먼길을 따라나선 보답이 절간의 공양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초파일이 다가오시면 할머니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생각난다. 부모님이 바쁘셔서 할머님이 대신 연등을 달며 공덕을 쌓은 것이며, 부모님이 선업을 짓고 복을 지은 것이랄까. 나는 그분들이 지은 복과 선업과 공덕으로 먼 나라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요리 입문으로 별리를 맞게 된 나의 선한 비구 한 분을 잊지 못한다. 

어느 봄날 인연을 맺게 된 그 스님은 지금도 모 사찰에서 정진을 거듭하고 있다. 붓다의 길을 나선 비구 한 분이 이맘때는 물론 연중 나의 가슴에 맴돌고 있는 것이다. 그분은 미션스쿨을 졸업한 후 비구의 길을 걸었다. 나는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불교의 맛에 길들여져 있었지만, 내 가슴속에는 예수님이 짙게 그려져 있다. 어느 날 당신께서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계신 것이다. 그것도 국가의 종교가 기독교인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 참 묘한 인연이다.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에서도 엎어지면 코 닿을 때 교회가 있고, 글을 쓰는 지금도 종소리가 울리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세상의 종교인과 신앙인들에게 한 말씀드리고 싶다. 어떤 종교집단에서는 자기가 믿는 신이 최고라고 우기며 정치 이념적이자 생계유지를 위한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태양계 혹은 우주에 충만한 신께서 보신다면 얼마나 어리석고 불쌍해 보이겠는가. 


종교와 신앙심을 빙자한 사업을 부처님의 죽음에 비추어 보시라. 그리고 호국불교에 비친 팔만대장경의 뜻을 헤아려 보면 종교와 신앙이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는지 단박에 깨닫게 될 것이다. 팔만대장경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마음(心)을 다스리는 일'이라고 한다. 요즘은 불교도 부처님 당시 때 보다 진화하여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게 된다. 성자의 깨달음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당신의 죽음을 뻔히 알면서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과 세상 부귀영화를 버리고 깨달음을 위한 길에 나선 부처님.. 불가에서 말하는 연화세계(蓮花世界)는 아미타불(阿彌陀佛)이 살고 있는 정토(淨土)로, 괴로움이 없으며 지극히 안락하고 자유로운 세상을 말한다. 천국의 모습이자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는 알록달록한 신의 그림자의 원천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세상이 진흙탕 같은 곳일까.. 부처님의 탄생 설화에 연꽃이 등장한다. 연등에 오롯이 새겨진 연꽃은 진흙탕에서 새싹을 내놓고 꽃을 피운다. 행복은 그렇게 발현되는 것이다. 곧 연꽃이 피는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당신의 가슴에도 연꽃이 피어나길 두 손 모은다. 부처님 오신 날.. 전야에 열어본 사진첩 속에서 알록달록한 오색 빛이 가슴을 환하게 밝힌다.



Un monaco che ricorda il giorno della venuta del Buddha
il 18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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