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바를레타 하프 마라톤 취재 현장
행복이 무한 전염되는 생기 철철 넘친 하프 마라톤, 그 현장은 이런 모습이다!!
서기 2021년 5월 16일 오전 09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하프 마라톤(VOLKSWAGEN BARLETTA HALF MARATHON 2021)이 시작되었다. 지난해에는 마라톤의 출발선이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 우측에 위치한 두오모(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 앞이었다. 그곳은 많은 시민들이 함께 모여 행사를 지켜볼 수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금년에는 출발선을 바를레타 성 내부로 바닷가에 가까운 곳을 선정했다. 행사를 보다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장소를 택한 것이다. 출발선과 도착점을 외딴곳에 만든 이유는 코로나 19 때문이었다. 가능하면 시민들로부터 거리를 지키기 위한 주최 측의 배려였던 것이다. 나는 이날 행사가 매우 궁금했다.
영상, BARLETTA_Volkswagen Barletta Half Marathon 2021, 생기 철철 넘친 하프 마라톤(출발 전)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가 크게 나아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리 지키기가 쉽지 않은 운동경기인 마라톤과 이 경기에 참석하는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뛰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냥 달려도 힘든 마라톤 경기를 마스크를 착용하고 뛴다는 게 이해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행사를 취재하기에 앞서 그것이 가능한지 매우 궁금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한 즉시 의외의 풍경에 놀라고 말았다. 이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이다. 선수들이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곁에서 지켜보는 동안 행복이 무한 전염되는 생기 철철 넘친 하프 마라톤이었다. 그 현장을 두 편의 영상에 나누어 담아봤다.
영상, BARLETTA_Volkswagen Barletta Half Marathon 2021, 생기 철철 넘친 하프 마라톤(출발 후)
영상을 열어보신 분들은 행복이 무한 전염되는, 생기 철철 넘친 하프 마라톤의 준비과정과 출발 과정을 지켜봤을 것이다. 몇몇 선수들은 답답함에 마스크를 내렸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대회에 참석한 선수들의 표정은 밝다 못해 너무도 밝아서, 당신들은 물론 나를 무한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대회 전에 가졌던 우려(COVID 19_하프마라톤 궁금)가 한순간에 사라진 것이다.
서기 2021년 5월 16일 오전 8시경(현지시각), 나는 집에서 가까운 바를레타 성 앞의 공원을 천천히 걸어서 바를레타 두오모 앞까지 진출하면서 하프 마라톤 주변을 스케치 하기 시작했다. 일요일 아침이어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은 뜸했다.
지난해 하프 마라톤은 유서 깊고 아름다운 건축미는 자랑하는 두오모 앞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조용했으며 인적이 뚝 끊겼다. 시 당국이 행사 때문에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개방한 공원에는 극락조 꽃이 피어있었다.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굳게 닫힌 문이 모처럼 열리면서 숨통을 튼 모습이랄까.. 극락조가 가리키는 방향이 바를레타 성 해자 부분이자 아드리아해에서 가까운 바닷가였다. 공원에 들어서자마자 행사에 참석하는 나이 지긋한 마라토너가 저만치 앞서 걷고 있었다.
아침 햇살은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나 역시 집에서 나설 때부터 반바지에 가벼운 티셔츠 차림으로 나섰다.
경기는 오전 9시에 출발을 하는데 볕은 유월의 땡볕을 닮아 여간 따사로운 게 아니었다.
두오모와 나란히 위치한 바를레타 성의 해자 내부의 모습이다. 출발선을 통과한 선수들을 이곳을 지나게 될 것이다. 영상에서 확인된 것처럼 나 또한 이곳을 통과하여 성 바깥으로 돌아나갔다. 이곳 바를레타에 살면서 처음 있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사람들은 인생을 마라톤에 비교하곤 한다. 그저 앞만 보고 달려야 하며 뒤로 돌아갈 수 없는 운명의 경기인 것이다. 그나마 마라톤은 준비 과정이라도 있지만 인생은 준비과정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땅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운명의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 그 어떤 연습과정은 주어지지 않는다. 설령 연습과정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 시간은 당신에게 신이 허락한 운명의 시간을 맞바꾸어야 가능하다. 뒤로 돌아갈 수 없는 마라톤과 닮아있는 것이다.
하루 종일 일하고 먹고 잠자고 다시 일어나 먹고 잠자고 사랑하는 일 등이 매일 반복되면서 운명의 시간을 보내는 게 인생이다. 뛰고 또 뛰며 결승점을 향해 가는 마라톤이 우리 인생의 모습인 것이다. 무엇을 하던 어떤 일이 당신에게 닥쳤던지 그것도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랄까.. 글을 써도 하루가 지나가고 글을 쓰지 않아도 하루가 지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전자의 경우의 수인가 아니면 후자인가.. 마치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같은 일이 매일 반복되는 것이다. 나는 후자의 경우로 '해 보고 후회(?)'하는 쪽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신께서 우리에게 쥐어준 라이터돌 혹은 성냥개비는 대략 80개에 해당한다. 운명이다.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현대의 의료 인프라가 갖추어졌지만 인류의 수명은 고작 80세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이 수에 비추어 보면 청춘의 성냥개비는 대략 50개이다. 한국의 경우 대략 30살은 넘어야 서른 번의 라이터를 켰거나 성냥개비를 그어야 사회인이 되는 것이다. 늦어도 이순까지 일을 하게 되면 남아있는 라이터돌과 성냥개비는 20% 혹은 20개가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안 청춘의 경우의 수는 일찌감치 사용해버린 것들로 인하여 매우 제한적인 기회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 친구들은 지난해 나를 만난 기억을 하며 "짱~"하고 반가워했다. 나의 페북에 기념으로 실었다.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면 라이터를 한 번 켤 때마다 성냥개비를 한 번 그을 때마다 희로애락이 오락가락했다. 어떤 때는 행복한 일이 어떤 때는 불행한 일이 또 어떤 때는 울고 웃는 일 등이 번갈아 가며 우리 앞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라이터를 켜지 않아도 성냥개비를 긋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선수들은 대회장에 들어서기 전에 먼저 코로나를 의식한 체온측정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켤 때마다 그을 때마다 달라지는 운명의 시간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보다 나은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주어진 수에 꿈을 싣고 살아가는 순간부터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이 당신의 품에 안기게 되는 것이다. 참 쉽고 놀라운 일이다.
이날 아침 내게 감동을 준 장면이 지금 보고 계신 장면이다. 이 대회 주최 측은 두 분으로 하여금 출발선은 맨 먼저 넘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 사람은 하반신을 사용하지 못하여 휠체어에 의지했으며, 다른 한 사람의 다리는 보조기였다. 내 앞에 가까이 다가와 확인된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경우의 수인 라이터돌과 성냥개비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밝은 표정으로 굳은 의지로 하프 마라톤에 참여하고 있지만, 한 때 이분들을 괴롭힌 시간은 얼마나 많았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절망한 나머지 삶 자체를 포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이 보다 더 나은 삶의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삶을 포기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봐 왔기 때문이다. 이들을 지탱해 준 삶의 원동력이 무엇일까..
카메라 앞에서 그녀는 하늘을 날았다.
신께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이 생길 때 하늘 어딘가에 작은 탈출구를 만들어 놓는다고 했다.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그저 된 게 아니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절망하는 사람 앞에는 남아있던 라이터돌 20% 혹은 50개의 성냥개비는 무의미하게 된다. 수로 계산된 시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된다는 말일까..
이날 마라톤에 참석한 선수들은 바를레타 바닷가를 거의 일 년 내내 달렸던 사람들이자 준비된 사람들이었다. 지금은 코로나를 피해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아침산책 겸 운동 삼아 바닷가를 거닐면서 이들을 알게 된 것이다. 운동이 생활화된 사람들이 당신의 능력에 맞추어 주어진 거리를 뛰게 되는 것이다.
이때 그들은 지난해에 비춘 당신의 기록을 들여다보게 된다. 지난해 하프 마라톤을 완주할 때 1시간 21분 00초였다면, 금년의 기록을 대비해 보며 흐뭇해할 것이다. 이런 경우의 수를 따지는 사람들은 "그게 다 뭐라고.. " 하며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산 꼭대기에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사람들이 "내려올 거 왜 올라가나..?" 하는 말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인생은 그런 거 같다. 마라톤도 그런 거 같다. 우리네 삶이 다 그런 거 같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가슴에는 라이터돌을 켤 때마다 성냥개비를 그을 때마다 행복이 철철 넘치게 되는 것이다. 그 반대편의 사람을 아무것도 하지 않지 않았으므로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불행하다고 느낄 때 당신 호주머니에 있는 라이터돌과 성냥개비를 점검해 보시라. 남아있는 수가 많아도 당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신의 그림자는 외롭고 고독할 것이며 절망의 늪으로 깊이 빠져들 것이다. 이날 하프 마라톤을 취재하면서 내게 남은 라이터돌과 성냥개비를 점검하며 행복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신났다"는 말은 이럴 때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Volkswagen Barletta Half Marathon 2021_COVID 19
DOMENICA 16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