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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2. 2021

모든 길이 다 좋은 것만 아니었어

#6 내가 만난 콜로세움의 진정한 용도

 누군가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라고 말했다. 그 길을 따라 나선 한 미생물..?!!



이곳은 로마의 대표선수 꼴로쎄오 지하철 역의 풍경이다. 세월 참 빠르다. 이곳을 다녀온 지 어느덧 3년이 르고 있다.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이탈리아의 명소 로마(Roma)에서 잠시 우리 형편을 돌아보고 있는 것이다.



1년 전(어느새..ㅜ) 로마 황제 네로와 엄마의 암투 등 관련 포스트를 아래와 같이 썼다. 최종 포스트는 작성한 시기는 2020년 4월 18일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로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다만 한국과 중국 등 몇몇 나라에서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 초비상 상태였다. 

로마 황제 네로와 엄마의 암투
독살에 사용한 독초와 버섯요리
독살 놀이에 빠진 네로 황제와 엄마
네로 황제 엄마의 일탈과 음모
남들 다 고개를 끄덕일 때


모든 길이 다 좋은 것만 아니었어




하니는 정확히 1년 전, 한국에서 이탈리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서 볼 일도 마치고 코로나 19를 피할 겸 로마 공항에 발을 디딘 것이다. 당시만 해도 로마 공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은 그녀와 몇몇 동양인들이 전부나 다름없었다. 공항에서 조우한 후 "마스크 벗지..?!"라고 말했다. 그녀는 주변을 살피더니 곧바로 마스크를 벗었다. 공항 입국장 주변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마스크를 착용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1년이 지난 후 지구촌은 발칵 뒤집어졌다. 인류가 상상 조차 하지 못했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걸 코로나 시대로 불렀다. 1년 전과 같은 시기, 서기 2021년 4월 현재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는 1.66억 명이다. 사망자 수는 343만 명을 넘어섰다. 현재까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나라는 미국과 인도와 브라질 순이다. 5월 15일 현재 미국의 총 확진자 수는 32,496,486명이며, 인도는 23,340,938명이며, 브라질은 15,209,990명이다. 사망자 수 혹은 관련 내용을 언급하기 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지옥을 방불케 하고 있는 것이다.




서기 2021년 5월 22일 저녁나절(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브런치를 열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 로마의 꼴로쎄오(Colosseo, 콜로세움) 전경을 돌아보고 있다. 이날 자동차 보험이 만료가 되어, 갱신차 보험사에 들렀다가 돌아오면서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통화를 나누었다. 



통화 내용은 주로 코로나 19의 동향이었으며, 곧 이탈리아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기다리고기다리.. 기분좋은 소식이 들려오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지긋지긋했다. 그동안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기다림을 그리움으로 살포시 포장은 했지만, 속마음은 늘 얄미운 녀석이었던 것이다. 그녀도 한국에서 코로나 19의 동향에 대해서 꼼꼼히 점검하고 있었다. 머지않은 장래에 자동차 조수석에서 그녀의 모습이 발견될 것이라는 게 그녀의 희망사항에 묻어있었다.



그리고 열어본 사진첩 속 로마제국의 대명사 꼴로쎄오.. 그곳에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Omnes viae Romam ducunt"는 말이 문득 떠오르는 것이다. 기원전 8세기 무렵 라틴족(Latini)이 세운 도시국가 로마는 급속하게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뜨라이아누스(Traianus)황제가 통치했던 117년 무렵에는 지중해 주변을 아우르는 대제국을 완성했다. 제국을 세우는데 크게 기여를 한 로마 군대는 기병과 중장보병이 중심을 이뤘기 때문에, 점령지와 로마를 잇는 도로 건설이 필수였다. 따라서 공병대를 중심으로 로마의 토목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게 된 것이다. 



이때 만들어진 길은 직선이었으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이 길을 만든 로마제국의 공병대는 1~2m 정도 땅을 판 뒤 위에 모래를 깔고 다진 뒤 30㎝ 정도 자갈을 깔았다. 그 위에 돌과 다시 자갈을 깐 뒤 시멘트 같은 반죽으로 덮었다. 그다음 다시 자갈과 모래를 깔고 맨 위쪽에는 크고 평평한 돌을 까는 것으로 도로를 완성했다고 전한다. 



이 도로는 3세기 말의 기준으로 총연장 8만 5000㎞였는데, 포로 로마노(Foro Romano_Forum Romanum) 같은 곳은 지금도 잘 보존돼 있다. 그곳이 로마의 대표선수 꼴로쎄오의 지근거리에도 원형을 잘 보존한 채 괸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지중해 주변을 거미줄처럼 연결 지었던 이 도로는 내가 살고 있는 뿔리아 주에도 아피아 가도(Via Appia)라는 이름으로 남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랴.. 한 때 남의 나라와 민족을 침탈한 제국주의(Imperialism) 로마제국은, 제국이 멸망한 476년을 시작으로 두 번 다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반도는 1400년 동안 아웅다웅 싸우다가, 마침내 1861년 이르러 오늘날 이탈리아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나는 제국의 역사 혹은 전체주의의 역사 등에 별로 관심이 없는 1인이다. 우리 선조님들을 능욕한 일제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로마에 들러 꼴로쎄오를 돌아본 것도 그나마 이 건축물을 지을 때 피땀 흘린 민중들의 노고를 생각하는 것이다. 



제국의 황제들이 약탈한 보물 등으로 별 추악한 짓을 다 저지를 때.. 그들은 목숨을 내주었고 피땀 흘려 위대한 건축물 등을 만들었던 것이다. 황제나 귀족들은 자신들에게 쏟아질 비난 등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목적으로 꼴로쎄오와 제국의 도로를 만들었던 것이랄까.. 침탈의 도로, 주지육림의 건축물.. 



잠시 꼴로쎄오와 로마의 일면을 돌아보는 건 다름 아니다. 옛날에는 모든 길이 로마로 이어졌는지 모르겠다만, 코로나 시대의 로마와 이탈리아는 한동안 망신살이 뻗쳤다. 모든 코로나 바이러스가 로마는 물론 이탈리아 전역을 뒤덮으며 자유롭게 통행했던 것이다. 코로나 19에 모든 것을 통째로 내준 것이다. 그게 어느덧 1년의 세월이 흘렀다. 


오늘자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를 확인해 보니 금년 3월 말경의 수치에 근접한 매우 좋은 성적이다. 이 같은 하향세가 계속되면 머지않아 로마로 가는 길은 물론 이탈리아 전역의 길이 열리며,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이 길을 만들고 그 길로 코로나가 마음대로 통행하고 있는 것이다. 참 이율배반적이다.


Imperatore romano Nerone e memo della madre_il Colosseo
il 22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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