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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pr 14. 2020

독살 놀이에 빠진 네로 황제와 엄마

#3 내가 만난 콜로세움의 진정한 용도

요리의 또 다른 쓰임새..?!!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면서 달라진 건 음식을 대하는 태도이다. 식재료는 무엇이든 귀해보이는 것. 요리라 함은 보통의 음식과 달리 식재료를 단순히 익히는 거나 가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먹기 좋게 맛있게 만드는 것 등을 말한다. 


자료사진(우측_PC버전)은 요리학교의 졸업시험에 출품한 초보 요리사의 작품으로 대구찜요리(Filetti di Merluzzo in Umido)이다. 대구의 흰 살 한 조각을 잘 가공하여 쪄낸 요리로, 보기만 해도 침샘이 자극된다. 요리의 맛을 안다는 말씀..


이런 현상은 대구요리를 한 번이라도 먹어본 사람들이 누리는 특권과 다름없다.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맛도 모를 뿐만 아니라 새로운 음식에 쉽게 도전하지 않는 습성이 있으므로 맛을 알 수가 없다. 대구(il Merluzzo) 요리의 식재료는 스또까퓌쏘(Stoccafisso_볕에 말린 대구), 바깔라(baccalà_염장한 대구)로 나뉜다. 좀 더 세분하면 생대구(Merluzzo fresco), 볕에 말린 대구, 염장한 대구로 이름 조차 다르게 부른다. 



그러나 다 똑같은 것으로 우리가 자주 먹던 명태를 연상하면 그만 일 것. 다만 명태는 소금에 절여 먹지 않아 조금은 다르다고나 할까. 식재료 하나 만으로 어떻게 요리하는가에 따라 요리는 '오만가지'로 변한다고 관련 브런치에서 여러 번 언급했다. 위의 자료사진은 요리학교 졸업시험에 출품된 요리들이라는 제하의 글에 삽입된 것으로, 오늘 포스트와 무관하지 않아서 소환해 놓고 있다.



대구 요리 하나만 놓고 봐도 요리를 즐기는 미식가들은 원초적 식탐에 쩌들어 밤새는 줄 모른다.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큰 세 가지 욕망에 대해 식욕, 성욕, 수면욕을 빼놓지 않는다. 그리고 보다 고상한 욕망도 있다. 노자는 삼욕(三欲)에 대해 첫째 명예욕, 둘째 지위 욕 (권력에 따른 욕망), 셋째 재물욕..이라 말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신선의 경지에 이른 사람들이자, 속세를 멀리한 '고물'들의 변(辯)으로 추락한 가치랄까..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은 매우 제한적이다. 요리는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복잡하거나 쉽지 않은 절차를 거치며 생산비용을 드높이고 있으므로 가격이 비싸다. 그러니까 서민들이 자주 애용할 수 없는 리스또란떼에서나 맛볼 수 있는 것. 그나마 현대에서는 이런 요리를 마음만 먹으면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시간을 거꾸로 돌려 로마시대(Civiltà romana)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요리는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우리가 잘 아는 독일의 문호 괴테는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은 자와 인생을 논하지 말라"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존을 위한 음식에 대한 이야기이지 요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로마 시대 때 귀족들이 괴테의 이 같은 말을 들었다면 "요리를 먹어보지 못한 자는 인생을 말하지 말라"라며 키득 거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음식을 통해 생존하고 있었던 게 아니라 요리를 통해 자기 자신의 권력과 부를 마구 뻐기며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리에 맛 들이면 권력에 맛 들인 것보다 더 나았다는 말이다. 아니 둘 다 맛 들였으므로 눈에 뵈는 게 있었을까.. 사정이 대략 이러했으므로 귀족들은 짬 만나면 처먹는데 열중하고, 여성을 탐했으며(또는 남성을 탐했으며), 처 자빠자고 난 다음 다시 같은 일상을 반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살 놀이에 빠진 네로 황제와 엄마


귀족들을 타락하게 만드는 건 요리이자 세 가지 욕망이 작용했다. 그중 네로 황제와 그의 엄마도 다르지 않았다. 네로의 엄마 아그립삐나(Agrippina)는 당신이 처한 운명을 바꾸기 위해 클라우디우스 황제(그녀의 작은 아버지)를 구워 삶아 기어코 네로를 양자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 장면을 네로 황제 엄마의 일탈과 음모 끄트머리에 이렇게 썼다.


네로 엄마는 아들 네로가 늘 신경 쓰였다. 당신은 황후의 자리에 올랐지만 클라우디우스 황제에겐 남이었다. 황제는 전처 메살리나(Valeria Messalina)와 사이에 낳은 브리따니쿠스(Tiberio Claudio Cesare Britannico)야말로 진짜 자신의 아들이라 여기고 있었다. 네로 엄마에게 있어서 이 같은 점은 당신의 장래를 매우 불안케 하는 요인이었다. 

따라서 황제에게 죽자 사자 매달려 메살리나가 낳은 딸 옷따비아(Claudia Ottavia )와 네로의 혼인 허락을 받아냈다. 그리고 네로를 황제의 양자로 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암튼 대단해요..ㅜ) 그리고 이번에는 보다 더 큰 음모를 꾸미며 운명을 야금야금 재촉하고 있었다. 


네로 엄마 아그립삐나의 욕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들을 황제의 양자로 삼는 데 성공한 그녀는 무시무시한 다음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음모는 지금까지 술수와 전혀 다른 것으로 독살을 택했으며 요리에 독을 타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실로 잔인한 방법이었다. 그렇다면 그 대상은 누구였을까..




네로의 엄마 아그립삐나 와 독살 전문가 루꾸스따의 음모


서기 50년, 로마에 악명 높은 한 여성 독살자가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루꾸스따(Lucusta)였다. 그녀는 네로(황제)의 엄마 등 당대 최고위층의 인물들을 고객으로 둔 잘 나가는 인물이었다. 독살자의 주요 고객이 주로 권력자들이었으므로 고대로마의 중심축은 얼마나 썩을 대로 썩어 자빠졌는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먹고 마시고 끌어안고 자고.. 자고 나면 또 먹고 마시고 끌어안고 자고를 반복하다 보니 제정신이 든 날은 많지 않았겠지.. 네로 엄마는 어느 날 루꾸스따와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만나 사방을 둘러본 다음 음모를 꾸미게 된다. 당시 기록을 참조해 각색하면 대략 이런 풍경이다.


아그립 삐나: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어? 

루꾸스따: 그럼요, 어디 한 두 번 해본 장산 가요. 

아그립삐나: 아무도 모르게 쥐도 새도 몰라야 해

루꾸스따: 언니.. 아니 마마께서만 입을 다무시면.. 황제 님은 어떤 요리를 좋아하세요?

아그립삐나: 응, 버섯요리.. 는 아무거나 다..!

루꾸스따: 네 잘 알겠습니다.

아그립삐나: 실수하면 안 돼! 그땐 끝장이야!!

루꾸스따: 네,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언니 아니 마마..!



두 사람은 사방이 막힌 정원 숲 속에서 목소리를 낮추어가며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다. 네로의 엄마 아그립삐나는 자신의 남편이 된 작은 아버지 클라우디우스 황제(족보가 졸라 복잡해..ㅜ)를 독살하기 위해 독살 전문가 루꾸스따를 끌어들인 것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만찬(황제의 생일 축하연)을 거사일로 잡고 즉시 실행에 들어갔다. 루꾸스따는 맛있게 만든 버섯 요리에 독초 만드라고라(Mandragora_Mandrake, Mandragera officinerum) 식물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상한 반응이 일어났다. 독살을 시도한 즉시 황제는 게거품을 물고 죽어야 하는데 몸을 뒤틀며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아그립삐나를 바라봤다. (다음편으로)


윽..네년이 감히 내게 독살을..!!




오늘 이탈리아 COVID-19 사망자 +566(누적 사망자 수 20,465명)..!!


Coronavirus in Italia: 159,516(확진자 +3,153) casi, 20,465(사망자 +566) morti, 35,435(치료자(+1,224) i guariti -Il bollettino al 13 Aprile. (출처: www.worldometers.info

어제(Il bollettino al 12 marzo.)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 및 치료자 수 Coronavirus in Italia: 156,363(확진자 +4,092)casi,  19,899(사망자 +431) morti, 34,211(치료자(+1,677) i guariti


-2020년 4월 13일 오후 17시 04분(현지시각) 현재, 이탈리아 꼬로나비루스(COVID-19) 전염병 누적 확진자 수는 159,516(확진자 +3,153)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수는 20,465(사망자 +566)으로 집계됐다. 치료자 수는 35,435(치료자(+1,224)으로 집계됐다. 


오늘 눈에 띄는 수치는 사망자 수이다. 처음으로 2만명을 넘겼다. 또 확진자 수이다. 확진자 수가 3천명대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와 함께 치료자 수가 3만 5천명을 넘겼다. 이틀 전에 비해 사망자 수가 135명 더 늘었지만 확진자 수가 줄어들어 향후 사망자 수는 크게 줄어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그와 동시에 의료종사자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L'imperatore Nerone e la madre nel gioco del veleno
il 14 Aprile 2020, Citt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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