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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7. 2021

내가 꿈꾸었던 아름다운 풍경

-2021 바를레타 하프 마라톤 취재 현장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다리..!!



서기 2021년 5월 16일 오전 09시(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하프 마라톤(VOLKSWAGEN BARLETTA HALF MARATHON 2021)이 시작되었다. 지난해에는 마라톤의 출발선이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 우측에 위치한 두오모(Duomo di Barletta_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 앞이었다. 그곳은 많은 시민들이 함께 모여 행사를 지켜볼 수 있는 장소였다.



이날 나는 하프마라톤 출발 장면 등을 취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짐 앞에 위치한 두오모와 바를레타 성은 산책을 나갈 때마다 만나는 풍경이었다. 두오모로 향하는 길 오른편에는 바를레타 성이 위치해 있다. 위 자료사진은 두오모로 가면서 내려다본 바를레타 성의 해자와 대리석으로 만든 아름다운 돌다리가 있는 곳이다.



이날 마라톤 행사로 모처럼 바를레타 성이 개방되었다. 출발선과 골인점이 바를레타 성 내부의 해자에 마련된 것이다. 한 때 해자는 바닷물로 채워졌지만 방파제를 쌓고 해변도를 만드는 등의 과정을 거쳐 현재는 잔디밭으로 변한 모습이다. 나는 이 성을 바라볼 때마다 바닷물로 채워진 해자를 연상하곤 했다. 그리고 일반에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이 성의 해자에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었다. 요새라기보다 아름다운 건축물로 다가온 것이다. 나의 바람은 이날 장소를 옮겨 치러진 행사 때문에 성사됐다.



나는 마라톤 참가 선수들이 마지막으로 돌다리 아래로 빠져나가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는 한편, 평소 내가 보고 싶었던 장면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또 다른 출구 쪽으로 빠져나갔다. 아래는 그때 만난 아름다운 장면들이다. 


조금 전 나는 두오모 앞을 걸어 마라톤 줄발선이 있는 바닷가를 돌아 이곳에 와 있는 것이다. 현장에는 행사 스태프들과 시민 몇 사람이 나처럼 해자를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이때부터 바를레타 성의 건축미에 푹 빠져들고 있었다. 바를래타 성(Castello di Barletta)의 기록에 따르면, 이 성이 축조된 시기는 11세기였는데 18세기까지 다양한 왕조가 자리를 바꾸면서 증개축을 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한 때 바닷물이 들락거렸던 이곳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준 전략적 요충지이자, 이 도시의 시민들을 위한 도시계획의 중심지였다. 현재는 시립박물관과 회의실 겸 전시실로 이용되고 있는 곳이다. 



참 희한한 일이지.. 집 앞 공원에서 이곳을 드나들면서부터 언제인가 해자를 꼭 가 보고 싶다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아무튼 무슨 꿈이든 일단 꿈을 꾸고 봐야 할 거 같아.. 씩~^^



나는 이런 풍경 앞에 서면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며 행복에 겨워한다. 사진을 좋아하는 포토그래퍼라면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 그것도 1:1로 촬영된 사진을 스펙터클한 브런치에 기록해 둔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나는 이곳에서 평소 보고 싶었던 풍경 외 성곽의 돌 틈에 뿌리내린 풀꽃들을 만날 수 있었다. 



"(왁자지껄)와~ 아더찌다. ㅋ 안넝하떼요. 아더찌~ 방가방가 히힛^^"



녀석들은 나를 만나면 좋아 죽는다. 바람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풀꽃들.. 



성벽의 두께를 가늠할 수 있는 모습을 성 아랫부분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성은 전쟁 중에 여러 발의 포탄 공격(바닷가 쪽)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탄흔만 남고 멀쩡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철옹성이었다.



두오모와 바를레타 성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곳..



나는 아름다운 돌다리 밑에서 인간과 신을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을 만나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는 시민들이 두오모를 피난처로 삼다가 전시에는 성을 피난처로 삼는 것이다. 우리가 타인과 소통을 거부하며 쌓는 불통의 성과 매우 다른 모습이 해자에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요정들을 만나게 됐다. 만약 하프 마라톤 행사가 이곳에서 치러지지 않았다면 사람들의 눈길과 마주치지 못했을 텐데.. 기특한 녀석들..



나는 이날 행사 취재를 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요정들 곁에서 보냈다. 겉으로 보기엔 철옹성 같지만 작은 생명까지 보듬은 바를레타 성.. 어쩌다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의 바를레타까지 진출한 덕분에 아름다운 볼거리 앞에서 배가 부른 것이다. 



나는 관련 포스트 뒤를 돌아볼 수 없는 운명의 경기 편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께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감이 생길 때 하늘 어딘가에 작은 탈출구를 만들어 놓는다고 했다. 속담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그저 된 게 아니다. 쉽게 포기하고 쉽게 절망하는 사람 앞에는 남아있던 라이터돌 20% 혹은 50개의 성냥개비는 무의미하게 된다. 수로 계산된 시간은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된다는 말일까..



생명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돌 틈바구니에 신의 그림자가 빼곡히 드리운 현장이었다. 


Volkswagen Barletta Half Marathon 2021_COVID 19
IL 27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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