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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30. 2021

그대를 극락의 품으로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5월의 풍경

극락 혹은 천국으로 가고 싶으세요..?!!



   이곳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위치한 바를레타 두오모(Basilica Cattedrale Santa Maria Maggiore)와 바를레타 성(Castello di Barletta) 앞에 있는 공원이다. 바를레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이곳은 우리 집에서 150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짬만 나면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는 곳이다. 한 때 코로나가 창궐할 때는 공원을 폐쇄했지만,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가 나아지면서 공원을 개방해 놓고 있다. 



오늘자(29일 현지시각) 신규 확진자 수(3,351명)와 사망자 수(83명)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Bollettino Coronavirus Italia, oggi 3.351 contagi su 247.330 tamponi e 83 morti: i dati di sabato 29 maggio) 따라서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주 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 앞으로 신규 보건부령을 통해 지역별 방역 등급 재지정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쏘나 비앙까(Zona Bianca (White Zone)) 지역은 몰리세(Molise) 주, 사르데냐(Sardegna) 주,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Friuli Venezia Giulia)로 지정됐다. 코로나로부터 안전지대로 지정된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17개 지역은 쏘나 지알라(Zona Gialla (Yellow Zone))로 분류됐다. 코로나 19로 하여금 여전히 조심하라는 경고이다. 



사정이 그러해도 이곳 바를레타의 주말 표정은 사실상 코로나로부터 독립(?)된 것 같은 매우 자유로운 표정이다. 코로나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를 되찾은 것이랄까.. 비록 마스크는 착용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표정은 매우 밝고 활기찬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5월 중순 이후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탈리아에서만도 수많은 희생자를 낸 코로나 시대가 서서히 마감되고 있는 시기에 집 앞의 공원에는 극락조 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그대를 극락의 품으로




세상일은 참 오묘하다. 이런 일이 있으면 저런 일이 있고 행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불행을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쪽저쪽 늘 상대적이다.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느 날 자취를 감춘 사람도 있는 것이다. 사랑이 있는 곳에 미움도 있고, 찌질대는 사람과 히히덕거리는 사람도 있는 법. 거기에 신의 그림자도 있고 사악한 풍경도 존재하는 것 등등 조화로운 세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동안 폐쇄되었던 공원이 개방되면서 맨 먼저 눈에 띈 게 작은 원형극장 주변에 심어둔 극락조 꽃이다. 극락조 새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 꽃은 우리나라에서 관상용으로 기르긴 하지만 흔히 볼 수 없는 꽃이다. 그러나 지중해성 온화한 기후의 이곳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다. 보통의 꽃과 생김새도 다르고 분위기는 그야말로 누군가를 꼬드겨 극락으로 보낼 듯하다.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나는 어느 날 극락조((極樂鳥, Paradisaeidae_birds of paradise))의 모습을 기막히게 담아낸 다큐(EBS 다큐프라임 - Docuprime_천국의 새)를 보며 감탄을 한 바 있다. 극락조과(極樂鳥科, Paradisaeidae)에 속하는 조류를 모두 이렇게 부르는데 풍조(風鳥), 풍조과(風鳥科)라고도 부른다. 



이들 대부분은  뉴기니 섬과 그 인근 도서의 밀림 속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말루쿠 제도와 오스트레일리아 동부 지역에서 발견되며, 14개 속에 41종으로 다양하다. 극락조는 파푸아 뉴기니(Papua Nuova Guinea)의 상징으로 사용된다며 위키피디아가 전하고 있다. 



위의 영상을 열어보시기 바란다. 우리는 조류를 말할 때 가끔씩 별로 아름답지 못한 표현을 하게 된다. 머리가 둔한 사람을 일컬어 '새대가리'라 말하는 것. 그러나 인간들의 이 같은 표현은 매우 부적절하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극락조 흉내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극락조 수컷은 수태를 위해 현란한 방법을 동원하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암컷을 꼬드기는 것이다. 이들 극락조의 세계에서도 '콩깍지'가 존재하는 것이랄까..



라틴어의 명언 중에는 "영혼은 사랑을 포기하는 것 대신, 사랑을 결심하는 것을 선택한다.(Amor animi arbitrio sumitur, non ponitur)"는 말도 안 되는 말도 있다. 이른바 새대가리로 불리는 아름다운 녀석이 배우자를 선택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말도 안 되는 말'과 같은 희한한 계획을 통해, 이 땅에서 살아남는 법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경을 동양에서는 꽃과 나비라 부르며 꽃은 여성 나비는 남성으로 표현한다. 꽃의 향기에 매료되어 나비가 날아드는 형국이다. 그래서 그런지 여성들의 치장은 화려하다 못해 극락조를 닮았다. 그래서 역사에서는 여성을 잘 이용하여 상대를 농락하는 '미인계(美人計)'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아름다운 여자를 이용해 상대의 전의를 상실케 하는 계략이며 그 유명한 중국의 병법서 36계(三十六計)의 31계에 속한다. 그런가 하면 향기가 없는 꽃(목단)을 부귀화라 불렀는데 향기는 중생들의 탐욕을 상징했다고 한다. 



그러나 똑같은 꽃이나 나비라 할지라도 이탈리아로 건너가면 양상이 전혀 달라진다. 꽃과 나비가 극락조처럼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탈리아어로 나비를 라 파르팔레(la farfalle)라 부른다. 여성 정관사 (La)를 사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꽃은 일 퓌오레(il fiore)로 부른다. 남성 정관사 (il)을 사용하는 것. 따라서 꽃은 남성을 상징하고 나비는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나는 이탈리아 혹은 서양의 이 같은 표현이 옳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출산의 위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 여성들이 화장을 짙게 하고 남성들의 눈에 띄려는 노력은 눈물겹도록 가혹한 게 아닌가.. 



세상의 동물들이나 식물들의 암수를 관찰하면 동물들 중에도 화려한 쪽이 수컷이며, 식물들도 이탈리아인들의 표현처럼 화려한 쪽이 남성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사자를 보라 닭을 보라 극락조를 보라 세상에 널린 아름다운 꽃들을 보라..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정화 아담의 창조(Creazione di Adamo)를 보시라. 여성이 등장하지 않는다.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도 남성의 모습이며, 여성을 위한 세상의 화려한 장식이다. 여성은 그 자체로 신의 그림자이며, 조물주가 천지를 창조하고 난 다음에 아담을 짓고 맨 나중에 이브를 지은 까닭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브를 향하여 '돕는 배필'이라 부르며 남자는 주연 여자는 조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도 까마득한 여필종부(女必從夫)의 문화에 사로잡힌 안타까운 남자 사람들..



다시 파퓨아 뉴기니에 사는 극락조로 돌아가 보자. 어떤 인간들로부터 새대가리라는 오명을 통째로 뒤집어쓴 극락조의 행동을 보면 세상의 남자 사람들이 배울 점이 많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바를레타 만 해도 남성과 여성은 양성평등을 따로 말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적극적으로 여성을 보살피고 여성들은 자녀양육에만 주로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업무를 빼면 남자 혼자서 외출하는 경우가 드물며 온 가족이 함께 길을 나선다. 



이탈리아의 코로나 시대가 끝나가는 주말의 풍경도 그러하다. 연인이나 가족들이 한데 어울려 지낸다. 이런 풍경은 이들에게 너무 자연스럽다. 남자 사람이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여자 사람의 극락과 천국이 결정되는 것이다. 당신이 꽃이라면 나비를 고이고이 잘 모시기 바란다. 씩~^^


Una bella vista del nostro villaggio_BARLETTA
il 29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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