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1. 2021

시민들 표정 어떻게 알까

-5월 말,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시민들의 표정

우리는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지난 5월 30일(일요일) 저녁나절,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시민들로 붐볐다. 성모 축일(31일)을 앞두고 시민들이 거리로 대거 몰려나온 것이다. 이들은 주로 바를레타 성과 두오모로 이어지는 구도시 중심 거리 뷔아 델 두오모(Via del Duomo)를 꽉 채웠다. 기나긴 행렬은 두오모 앞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시민들은 성모 축일을 앞두고 성모 마리아 앞에서 기도를 올리기 위한 사람들이었다. 



영상, BARLETTA_시민들 표정 가린 바를레타 풍경




이날 두오모의 한 관계자는 "한 사람의 기도 시간은 10초"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 성모 앞에서 당신의 소원을 알리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의 소원은 어떤 것들일까.. 시민들의 표정은 마스크에 가려 알 수 없으나 당신들을 갑갑하게 만들고 있는 마스크를 벗는 게 가장 큰 소원이 아닐까..



두오모 근처를 가득 메운 인파들의 표정을 위 영상에 담았다. 인구 10만 명이 채 안 되는 도시라면 믿기지 않을 것이다. 이곳 바를레타 시민들은 행사가 있는 날이면 시민들 거의 대부분이 행사에 참여하므로 100만 명이 사는 도시보다 활기가 더 넘쳐난다.



시민들 표정 어떻게 알까



우리 집 앞의 풍경이다. 골목길을 점령한 리스또란떼를 지나면 두오모가  위치해 있다.


한걸음 더 들어가면 나타나는 풍경 뒤로 두오모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왼쪽은 리스또란떼 오른쪽은 젤라떼리아(젤라도 가게)이다.


손님들이 젤라또 주문을 하고 있다. 두오모 덕을 본 것이랄까.. 이곳은 바를레타에서도 꽤 유명한 젤라떼리아이다. 


두오모 바로 곁에 위치한 한 리스또란떼.. 곧 어둠이 내리면 발 디딜 틈이 없을 것이다. 바를레타에서만도 분위기 넘치는 이런 리스또란떼가 널려있다. 대부분 '대리석으로 만든 도시' 위에 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찾기 힘든 곳이자, 세계를 통틀어 이곳뿐일 것이다.


이탈리아 남부는 기독교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로 가족은 물론 시민들이 신앙공동체로 어울리고 있는 모습이다. 아이들도 여성들도 모두 하나의 인격체로 사랑받는 곳이다. 양성평등이라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


바를레타 성 앞 공원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성모 축일을 앞두고 시민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그와 함께 최근의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는 괄목할만하다. 이틀 전(31일) 이탈리아의 코로나 성적표는 신규 확진자 수(1.820명)와 사망자 수(82명)가 크게 좋아졌다. (Bollettino Coronavirus Italia, 1.820 contagi su 86.977 tamponi e 82 decessi: i dati di lunedì 31 maggio)


그래서일까.. 마스크에 가린 사람들의 표정은 알 수 없지만 활기찬 모습에서 머지않은 시간에 코로나 시대가 종식될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묻어난다.


바를레타 성 앞 공원을 가득 메운 시민들..


두오모 앞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몇몇 사람들은 마스크를 내리고 있지만 다수의 시민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우리 동네 바를레타의 명물 중 하나가 두오모 종탑의 터널이다. 땅의 사람들을 하늘로 이어주는 것 같은 신비로운 체험이 짧은 시간 동안 이어진다. 


한 때 마차가 다녔던 이 길은 바를레타 성으로부터 이곳을 지나 구도시(Centro storico)로 이어지고 있다. 주로 신분이 높았던 사람들이 이 도로 곁에 살고 있었다. 그들이 살고 있는 도로는 검은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있다.

바를레타 시민들은 물론 인근의 도시 안드리와 뜨라니(Provincia di Barletta-Andria-Trani)에서도 이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두오모 앞에 줄지어선 시민들.. 마스크에 가려 얼굴은 볼 수 없지만 희망에 들뜬 표정들이었다. 이분들은 두오모 내에서 성모를 알현하고 단 10초 동안 기도를 할 사람들이다. 기나긴 줄 서기가 전혀 피곤하지 않은 듯 여유가 넘쳐난다. 참 느긋한 사람들이며 질서를 잘 지키는 사람들이다. 이날 몇 분에게 인터뷰를 시도하자 그들은 성심껏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곳 시민들의 특징은 착하고 겸손하며 정직하고 친절하다.


이날 두오모 근처를 돌아보고 하니와 함께 걸었던 바닷가 언덕으로 나가봤다. 그곳에는 어느덧 마른풀들이 언덕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해넘이 구경을 나온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나이가 나 보다 조금 더 드신 그분들은 부부였는데 남편(Francesco Buttari)은 건축가 출신이고 아내(Marinella Mitolo)는 소아과 의사였다. 그분들은 언덕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내 곁으로 다가와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의 문제점을 물어왔다. 렌즈에서 반사된 빛이 사진에 찍힌 것이라는 등의 설명을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대화는 결국 어둠이 내릴 때까지 계속되었고, 바를레타에 얽힌 또 다른 역사를 알게 되었다. 하니와 함께 자주 다녔던 언덕에 남은 유적은 7세기 때 지어졌고, 11세기 때 다시 증개축되는 등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 

프란체스코는 신나게 떠들어댔다. 마리넬라는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내게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우리는 결국 삣싸를 앞에 놓고 맥주를 마시다가 늦은 시간에 헤어졌다. 나의 휴대폰에는 그녀의 전화번호가 찍혀있다. 이날 새로운 찬구를 만나게 된 것이다. 서기 2021년 6월 1일 오전(현지 시각) 하니와 나는 평소처럼 긴 통화를 나누었다. 일상다반사와 함께 백신 접종 시기 등 머지않아 재회할 수 있는 준비를 확인했다. 그때가 7월쯤이나 될까.. 표정을 잃은 사람들의 소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L'espressioni dei cittadini di Barletta_alla fine del COVID-19
il Primo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그대를 극락의 품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