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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8. 2021

요리만큼 빡쎈 이탈리아어

#2 이탈리아요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왜 이탈리아어 배우세요..?!!


오랜 침묵을 깨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왜 이탈리아어 배우세요?라는 제하의 글을 쓴 적 있다. 나의 이탈리아 이름은 '프란체스코'였는데 어느 날 문법 시간에 한 어학원의 담당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프란체스코, 왜 이탈리아어 배우세효? ^^"


나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즉각 대답했다.


"앞으로 10년만 잘 살고 싶습니다. 10년만.." 



그 후로 나는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했으며 죽기 전에 꼭 한 번만이라도 살아보고 싶었던 르네상스의 고도 피렌체에 둥지를 틀었다. 꿈같은 일이 실현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 살고 있다. 나는 스스로에게 반문해 봐도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서두에 소환한 글은 이탈리아 요리 혹은 이탈리아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전에 당신의 목적에 걸맞은 동기부여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만약 동기부여가 부족하거나 잘 못 되었을 경우 낭패를 당하는 경우의 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랄까.. 



영상, PARMA, LA MEMORIA DEL COLORNO_꼴로르노의 추억



*이탈리아 요리 유학 중 저녁나절에 망중한을 즐긴 꼴로르노의 아련한 농촌 풍경. 세월은 가고 오는 것. 달리는 시간은 그 누구도 멈출 수 없다. 영상을 편집하면서..



요리만큼 빡쎈 이탈리아어


내가 이탈리아어를 배우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이탈리아에서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며,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에 작은 음식점(Trattoria)을 경영하고 싶었다. 인생 후반전을 이탈리아에서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이탈리아어를 말할 줄 몰랐다면 이탈리아에서 브런치에 글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설령 불법체류자로 살아남았다면 더 큰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처음부터 단추를 잘 못꿴 경우에 해당하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안감은 옥죄어 올 것이다. 피렌체서 사는 동안 이런 분들을 적지 않게 만났다. 그들의 동선은 제한되어 있었으며 언제 불심검문에 걸려들지 모를 불안함을 토로했다. 그들은 부적절한 경로를 통해 이탈리아에 머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세월만 축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를 생략한 경우의 수였다. 참 안타까운 사람들이었다. 



이렇듯 나쁜 경우의 수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나 조직이 있다. 한국이나 이탈리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꼬드겨서 비용을 뜯어내는 것이다. 나는 그들이 누구인지 어떤 조직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이를 테면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예비학교나, 이탈리아에 있는 어학당 혹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처음 공개하는 비밀(?)이다.



전자의 경우가 한국에서 일반적인 것으로 비용만 뜯어내고 아무런 책임의식도 없는 사람들인 것이다. 후자의 경우도 거의 그런 부류들이다. 나는 그들의 행위를 속속들이 다 꿰뚫고 있었지만 입을 꾹 다문채 내 앞에 주어진 목적지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그들은 나로부터 한 차례 경고를 받았고, 그 이후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그들 스스로 자기 검열에 들어간 결과 업계(?)에서 손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한 때 유명한 요리학교의 유학 시스템이 엉망진창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그동안 학생들에게 저지른 나쁜 짓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들에게 아무런 무기도 지급하지 않고 맨몸으로 싸우라"는 것이었다.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요리를 배워보신 분들은 잘 알 것이다. 이른바 3D 직업군(어렵고(Difficult) ,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에 속하는 게 요리사란 직업이다. 주방은 한여름에도 선풍기나 에어컨을 틀 수 없는 곳이며, 출근을 하면 퇴근을 할 때까지 좁은 공간에서 머물러야 하는 것이다. 조리복이 땀에 젖어 몸에 달라붙는 모습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뜨거운 음식 등이 이동하다가 데는 일도 부지기 수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말은 간결(명령법) 해야 하며, 주방의 질서에 따라 상호 협조적인 일이 일상이 된다. 그 지휘를 셰프가 하는 것이며 요리사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공간인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예술혼까지 불태워야 하므로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러 간다는 학생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자 남의 일 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최소한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안 되면 그때부터 철저히 왕따를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더 웃기는 일은 예비학교에서 선생님 혹은 셰프로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어 공부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그들은 마치 훈련소처럼 3개월 동안의 코스로 이탈리아 요리 과정 일부를 가르친 뒤 학생들을 이탈리아의 요리학교로 보내는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이렇게 보내진 학생들이 어느 날 나와 함께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하게 됐으며 90%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실패를 맛본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직후부터 1년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이탈리아어 공부에 몰두한 것이다. 그 기간은 스스로 혹독할 정도로 다잡았으며 매일 코피를 쏟아가며 이탈리아어 공부를 했던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는 물론 이탈리아에 살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가 언어 습득이라는 점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에서 최소한 B2과정(livello Due-B2)을 거친 후에 이탈리아로 넘어가야 한다. 혹시라도 이탈리아로 넘어가서 이탈리아어를 배우겠다는 사람들은 선배들이 겪은 경우의 수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랄까.. 



이탈리아의 매력에 빠져 언어 건축 음악 패션 미술 요리 디자인 등 유명한 관련 분야를 공부하러 갔다가.. 10년 동안 이탈리아어에 빠졌던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들은 그 아름다운 청춘을 언어 공부로 다 써버린 것이다. 한국에서 사전에 문법 등을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 경우의 수가 숱한 것이다. 



이 포스트는 그런 낭패를 당한 경우의 수를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어 준비되지 않으면 절대로.. 절대로 이탈리아를 넘보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드리고 싶다. 본문에 등장한 사진들은 5월 어느 날 저녁 숙소를 떠나 꼴로르노 근처의 농촌을 둘러보며 남긴 기록들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학교가 위치한 렛지아 디 꼴로르노 궁전(Reggia di Colorno)까지 천천히 한 바퀴 돌며 아직 몸에 덜 익은 언어를 주절대며 걷는 것이다. 다시 한번 더 충고하지만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탈리아에 발을 디디는 순간부터 공부할 시간이 전혀 없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계속>


A chi è interessato alla cucina italiana_Colorno PARMA
il 27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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