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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30. 2021

피렌체, 알록달록 행복한 풍경

-피렌체 산타 암부로지오 재래시장의 6월

행복하고 싶으세요.. 생기 넘치는 재래시장으로 가 보시기 바랍니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즐비한 이곳은 피렌체의 바실리까 디 산 로렌조(Basilica di San Lorenzo) 교회 앞이다. 우리가 피렌체서 살 때 장을 보러 가면 주로 이 길을 이용하곤 했다. 우리 집은 엎어지면 코 닿을 때 위치해 있었다. 코로나 시대 이전이었으므로 집콕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언제 어디를 다녀도 심심한 풍경이 없는 곳이 미켈란젤로의 도시 피렌체이다. 



한 해 수백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불러 모으는 곳.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도시 어느 곳을 찔러봐도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지는 곳이다. 우리는 죽기 전에 살아보고 싶은 이 도시에서 거의 매일 거리로 나서거나 르네상스의 유물들을 살펴봤다. 



피렌체는 르네상스 시대 당시의 유물 외에 유명 브랜드가 즐비한 곳으로 한 번 나서면 배가 고파야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게 아쉬우면 유명한 수제버거집에서 버거를 사들고 싸돌아 다니곤 했다. 죽기 전에 살아보고 싶은 도시에서 본전(?)을 뽑겠다는 게 아니라 피렌체가 우리를 들쑤셔 놓는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피렌체의 재래시장 산타 암부로지오(Mercato sant'ambrogio)였다. 



그곳에 가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무슨 까닭인지는 모른다. 그런데 알록달록한 풍경을 만나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우리 몸의 구조는 알록달록함에 길들여져 있다고 한다. 음식 색깔이 건강을 좌지우지한다는 것. 음식의 색깔이 주목을 받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야채와 과일에 포함된 색소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이라는 성분이 인체에 유익하다는 것. 이 성분은 화려하고 짙은 색소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비타민과 무기 염류가 풍부하다고 한다. 따라서 항산화 작용은 물론 암 예방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염증을 감소시킨다는 것. 



파이토케미컬은 화학물질을 의미하는 케미컬과 색깔 있는 야채와 과일에 함유된 천연 생체 활성 화합물질을 일컫는다. 이들 야채와 과일은 외부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 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며, 항산화, 항암, 해독, 항염, 항균 등은 물론 자연치유가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다양한 색소의 야채와 과일을 하루 200그램 이상 꾸준히 섭취하면 무병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하므로 눈여겨볼 일이다. 



하니와 함께 재래시장에 들러 눈여겨본 알록달록한 야채와 과일들.. 이날이 6월 4일이었으므로 햇과일이 좌판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이 가운데 납작 복숭아와 살구가 한눈에 쏙 들어왔다. 유년기 때부터 먹어왔던 익숙한 과일이었다. 알록달록 새콤 달콤.. 야채들에서 느낄 수 없는 그 맛이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피렌체의 산타 암부로지오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과일과 야채 다수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뿔리아 주 혹은 시칠리아 등 남부지방에서 공수되어온 것들이었다. 피렌체서 발품을 팔아 재래시장에 들른 주요 이유는 가격도 착하고 싱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 바를레타 재래시장의 야채와 가격은 절반 혹은 1/4에 해당하는 품목이 수두룩했다. 예컨대 요즘 바를레타 재래시장에 출하가 한창인 칠리에지아(버찌, 체리)는 1킬로그램에 1유로인 반면, 피렌체 재래시장에서는 4유로에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 비용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비싼 가격인데 그땐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뭘 잘 모르거나 몰랐을 때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 법이지.. 히히 ^^



당시 풍경을 끼적거린 글 명물시장의 단골이 된 몇 가지 이유를 다시 열어보니.. 재래시장이 안겨준 행복은 가격이 아니라 알록달록한 분위기였을까.. 이랬다.



작은 손수레를 끌고 공방을 훑어보면서 시장에 도착하는 순간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시장은 참 묘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신선한 야채와 과일은 물론 발효 저장식품을 맛을 보지도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힐링이 되는 것. 또 산타 암부로지오 시장의 단골이 된 이유 중에는 값을 치르지 않아도 절로 즐거워지는 활기찬 분위기가 한몫을 한다.



아울러 단골 야채가게 아주머니는 항상 웃는 모습으로 슈퍼마켓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가격으로 단골을 대한다. 그녀는 오후 2시경 장이 파할 때까지 거의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손님을 대하지만,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다. 서울의 모 재래시장에서 이런 장면이 목격된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이탈리아인들이 건강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배경에는 지중해와 아드리아해를 낀 지리적 위치가 한몫한 게 사실인 것 같다. 더불어 신선한 야채와 과일 및 세계적인 유제품과 올리브유 등을 꾸준히 섭취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 보다 스트레스로부터 멀어진 이들의 기질이 크게 한몫했음을 부인할 수 없겠다. 우리 장바구니에는 시칠리아 산 아란치아와 뽐뻴모 및 토스카나에서 생산된 싱싱한 딸기, 계란, 사과, 마늘 등이 수북 담겼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만치 두오모(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가 두 눈을 부릅뜨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하니가 앞서 걷고 있고 내 손에는 작은 손수레가 들려있다. 이때 끼지만 해도 코로나 시대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었다. 다행인지 이탈리아 코로나 성적표가 날로 좋아지고 있다. 머지않아 피렌체는 물론 이탈리아 전역이 코로나로부터 해방되면 다시 사람들이 북적일 것이다. 그때 알록달록한 풍경이 즐비한 재래시장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행복이 배가될 것이다.



저만치 조또의 종탑(Campanile di Giotto)이 보인다. 종탑을 돌아서면, 바실리까 디 산 로렌조 교회가 나타날 것이다. 바로 그 곁 메디치 예배당(Cappelle Medicee) 앞이 우리가 살았던 집이 위치해 있었다. 서기 2021년 5월 30일 아침나절(현시시각)에 열어본 피렌체 재래시장의 풍경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세월 참 빠르다. 이틀 후면 6월이다. 6월이 오시면 알록달록한 풍경이 절정을 이룰 것이다. 그때가 그리운 것이다.



Veduta di giugno del mercato tradizionale di Sant'Ambrogio
il 30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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