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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31. 2021

누이가 화장을 고치던 날

#15엘 찰텐, 라구나 또레 가는 길

누가 신(神)을 보았는가..?!!



처음에는 낯선 풍경들이 거센 바람에 못 이겨 껍질이 뜯겨나가 하얀 속살을 드러냈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모습들은 신의 그림자가 깃든 것이라는 생각으로 변하는 것이다. 신께서 지으신 생명을 보다 더 아름답게 만드는 작업을 바람이 거들고 나선 것이랄까.. 내가 이 산중에서 환청(세상에 단 하나뿐인 황홀한 해돋이)을 듣게 된 것도 세찬 바람 속이었다. 



신의 간섭이 시작되고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과 함께 한다면 어디서부터 생긴 힘인지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충만해짐을 알게 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잠시 열어본 사진첩 속의 '신이 사랑한 땅'에서 나를 이끌어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곳이 파타고니아 땅이었으며 장차 머리를 뉘고 싶은 곳이었다. 우리의 목적지인 라구나 또레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만년설과 빙하의 나라.. 신의 그림자가 도처에 널린 곳이다. 산께서 얼마나 사랑하셨으면 이런 풍경을 내놓고 기다리실까..


지난 여정 PATAGONIA_신(神)이 사랑한 땅에서 이렇게 썼다. 계속 이어지는 여정이다.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여행자를 반기는 라구나 또레..



누이가 화장을 고치던 날_바람과 신(神)이 만든 걸작




밋밋해 보이는 풍경 하나.. 잘 들여다보면 이 산중에 살고 있는 수목들의 형편을 헤아리게 된다. 이곳은 바람의 땅.. 건기가 끝나가고 있고 곧 우기가 시작될 것이다. 땅의 표면과 풀꽃들은 타들러 가는 목마름을 견디다 못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곧 우기가 닥쳐야 해갈을 할 것이며 그때까지는 라구나 또레에서 한 점씩 날려 보내는 실낱같은 이슬에 의지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떨기나무들이 고개를 잘 못 드는 일이 생기면 당장에 목이 날아가거나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 같은 일이 어디서부터 발현되는지 너무도 잘 안다. 바람과 신의 조화.. 



하니와 함께 마음먹고 떠난 라구나 또레의 산길은 수많은 여행자들이 다녀간 흔적이 오롯이 남아있었다. 처음에는 오솔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기가 찾아들고 비바람이 몰아치면 오솔길은 도랑이 되고 천이 되어 산중 곳곳을 헤집어 놓는다. 그뿐만 아니다. 힘들게 자란 나뭇가지를 마구 할키며 바람의 존재감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거세게 몰아붙이는 바람 속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고 하지 않거나 모른 척 넘어가고 만다. 실바람처럼 살랑대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 태양계의 작은 행성 지구의 청정지역 파타고니아는 바람과 신이 함께 만든 걸작이다.



우기가 다가오시면.. 바람과 신이 함께 협력하여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때쯤 이 산중에는 푸르던 잎이 화려한 옷을 입고 꽃단장을 하고 먼 여행에 떠나게 된다. 우리가 이 산중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는 화장대 앞에 앉은 누이를 보는 듯했다. 



거울을 빤히 들여다 보고 토닥토닥.. 말끔하게 씻은 민낯의 얼굴에 스킨로션 에센스를 톡톡 바른다. 선크림과 베이스를 손등에 적당히 덜어 섞은 후 톡톡.. 비비크림을 얇게 펴 발라 톡톡.. 파우더로 톡톡.. 눈을 지그시 감고 아이라이너 깨작깨작.. 입을 오물거리며 립스틱 뭉기적 뭉기적.. 그다음 거울을 빤히 들여다 보고 얼굴을 좌우로 돌려본다. 그리고 씩 웃어본다. ^^



이 산중에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화장을 고치는 요정들이 눈에 띈다. 그동안 이슬만 먹고살았던 기생식물도 곧 다가올 우기가 되면 촉촉이 젖을 것이다. 비에 젖고 바람에 젖고 눈에 젖는 등 신의 지휘에 따라 새단장을 마치게 될 것이다. 



누가 신을 보았는가..?!!



세상에는 신의 존재를 말하는 사람들이 숱하지만 그들은 신을 봤다고 할 수 없다. 신은 지식으로 알 수 없는 존재이며 바람의 현상을 과학으로 말할 수 있어도.. 그 속에 신이 내재되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느 날 신의 존재를 알게 됐다. 우리 독자님들이나 이웃은 너무도 잘 알 것이다. 중남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브리엘라 미스뜨랄로부터 신의 모습이 드러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의 종교가 해결하지 못한 신의 존재를 <예술가의 십계명>에 담아 발표한 것이다. 이랬다.



예술가의 십계명 

-가브리엘라 미스뜨랄


첫째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사랑하라. 

둘째, 무신론적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창조주를 사랑하지 않을지라도 그와 유사한 존재를 만들어 놓고 그를 섬기라.

셋째, 아름다움을 감각의 미끼로 주지 말고 정신의 자연식으로 주어라.

넷째, 방종이나 허영을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신성한 연습으로 삼아라.

다섯째, 잔치에서 너의 작품을 찾지도 말 것이며 가져가지도 말라. 아름다움은 동정성이며 잔치에 있는 작품은 동정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섯째, 너의 가슴속에서 너의 노래로 끌어올려라. 그러면 너의 가슴이 너를 정화할 것이다.

일곱째, 너의 아름다움은 자비라고 불릴 것이며 인간의 가슴을 기쁘게 해 줄 것이다.

여덟째, 한 어린아이가 잉태되듯이 네 가슴속 피로 작품을 남겨라.

아홉째, 아름다움은 너에게 졸림을 주는 아편이 아니고 너를 활동하게 하는 명포 도주다.

열째, 모든 창조물 중에서 너는 수줍어할 것이다. 너의 창조물은 너의 꿈 보다 열등했으며 동시에 경이로운 신의 꿈인 자연보다도 열등하기 때문이다.



우주 위에 존재하는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



라구나 또레로 가는 길에는 신의 그림자가 충만했다. 우기가 되면 바람과 함께 만든 작품이 지천에 널려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학문과 철학과 예술 등으로 포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신의 그림자에 다가설 수 없었다. 



그중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수의 예술가들이 음악과 미술과 조각 등으로 신과 함께 동행한 바 있다. 그게 다 언제 적인가.. 르네상스 시대 이후 바로크 시대(초기 바로크 1580~1630년, 중기 바로크 1630~1680년, 후기 바로크는 1680~1750년) 때를 제외하면 최소한 300년 동안 그들이 남겨둔 유산을 야금야금 맛보고 있었을 뿐이다. 메마른 현대인의 가슴..



파타고니아의 엘 찰텐에 발을 들여놓은 여행자들은 이때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한다. 말이나 글로 형용할 수 없는 신의 그림자와 동행하는 동안 메마른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세상살이에 지친 당신의 영혼을 해맑게 정화시켜 주는 것이다. 그런 어느 날 면경 앞에 쪼그리고 앉은 누이.. 해마다 한차례씩 화장을 고치는 것이다.



거울을 빤히 들여다 보고 토닥토닥.. 말끔하게 씻은 민낯의 얼굴에 스킨로션 에센스를 톡톡 바른다. 선크림과 베이스를 손등에 적당히 덜어 섞은 후 톡톡.. 비비크림을 얇게 펴 발라 톡톡.. 파우더로 톡톡.. 눈을 지그시 감고 아이라이너 깨작깨작.. 입을 오물거리며 립스틱 뭉기적 뭉기적.. 그다음 거울을 빤히 들여다 보고 얼굴을 좌우로 돌려본다. 그리고 씩 웃어본다. ^^


Il tesoro nascosto di El Chalten in Patagonia_LAGUNA TORRE
il Nostro viaggio in sudamerica, patagonia ARGENTINA
il 30 Maggio 2021,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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