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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May 29. 2021

가슴에 묻은 신(神)의 그림자

#26 남미 여행, 또레스 델 파이네 처음부터 끝까지

떠나기 싫어도 떠나야 하는 게 운명이란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장면이 또레스 델 빠이네(Torres Del PaineChile)의 정상이다. 정상에는 바람이 쉼 없이 불었다. 하니는 바위를 등지고 바람을 피하고 신의 그림자가 드리운 호수와 암봉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단 한 번 밖에 없는 기회를 놓칠세라 호수 곁으로 다가가 손을 담갔다. 전율이 일었다. 다시 손바닥으로 만년설이 녹아 만든 호숫물을 떠 마셨다. 입안이 얼얼했다. 속은 또 얼마나 시원했는지.. 



영상, PATAGONIA, LA STRADA PER TORRES DEL PAINE_토레스 델 파이네 가는 길




영상은 또레스 델 빠이네로 가는 길에 짬짬이 기록한 것이다. 우리에게 매우 소중하고 귀한 기록으로 현재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은 상상 조차 하지 못했다. 영상을 열어보면 포스트의 흥미가 배가될 것이다. 언제인가 당신께서 이곳을 여행할 날이 도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영상, PATAGONIA, TORRES DEL PAINE_토레스 델 파이네를 떠나며




신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돕는 사람들을 도와준다고 한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무슨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세상의 많은 지식을 쌓아도 책상머리에 앉아 주절대기만 하면 아무 소용도 없다는 말이자, 당신이 쌓은 수많은 지식도 실천이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말이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촌음을 아껴 쓰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천년을 살 것처럼 귀히 여기면 보다 나은 삶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실천하는 것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천년을 살 것처럼..!"




가슴에 묻은 신의 그림자


   지난 여정 천년을 살 것처럼 편을 잠시 돌아봤다. 오늘(28일 저녁 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여름 날씨를 방불케 했다.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샤워를 해야 할 정도로 따끈따끈한 것이다. 시민들은 무슨 볼 일이 그렇게 많은지 떠들썩하고 자동차는 쉼 없이 거리를 내달린다. 당신에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히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를 붙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브런치에 쓰인 글(별리(別離) 150일에 꾼 이상한 꿈)이 언급됐다. 브런치의 글을 나의 페이스북에 공유한 내용을 봤다고 했다.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별리(別離) 150일에 꾼 이상한 꿈 내용



그녀와 통화가 끝난 후에야 아점을 먹었다. 피로와 식곤증이 동시에 몰려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와 나는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작은 산꼭대기로 올라갔다. 그곳은 모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잠을 청하기에 마침맞은 장소였다. 나는 그곳에 텐트를 쳐 놓고 잠자리를 살폈다. 그런 잠시 후 텐트 바깥에서 서성거리는 그녀를 불러 잠자리에 들라고 말했다. 

그녀는 공간이 좁은 텐트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곧 편안해했다. 나는 당신이 불편하지 않도록 텐트 한쪽에 거꾸로 누웠다. 텐트 입구가 낭떠러지였기 때문에 당신을 위한 배려였다. 우리는 불편한 잠자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잠이 들었는가 싶었는데 나는 자꾸만 텐트 바깥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잠결에 일어나 텐트 바깥을 살폈더니 그곳에 나의 보조 배낭이 굴러 떨어져 있었다. 좁은 공간에 연출한 야영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을까.. 배낭을 챙기는 동안 주변에는 여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들도 우리처럼 야영을 할 생각이었다. 나는 다시 그녀가 누워있는 텐트로 다가갔다. 그런데 당연히 잠들어 있어야 할 그녀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깜짝 놀랐다. 그리고 주변을 살펴보니 내 몸이 침대 끄트머리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것이었다. 그녀 꿈에 내가 보인 것일까.. 



그녀가 괜한 딴지를 건 내용은 다름이 아니었다. 왜 텐트 속에 있어야 할 당신이 보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참 살다 살다 별일 다 겪는 것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느냐고..ㅜ 나는 나름의 해몽을 내놓았다. 별리 150일이 만든 그리움이 투영됐을 거라는 것. 당신도 그러했나 보다고 혼자 생각했다. 그런 한편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줄줄이 보고되는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이 나타났다. 서울에서 지인의 그림 전시회에 들른 이야기였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 그녀가 짧은 기간 동안 맛본 이탈리아의 작품 세계가 전시회에 출품된 그림과 비교가 되더라는 것이다. 나는 그녀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단박에 이해가 갔다. 한 때 친근한 화우들이 주로 출품한 작품들은 그동안에 변화가 없었음은 물론 오히려 퇴보한 모습이라고 했다.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지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화백들과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면서 한국화단이 가진 문제점 등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보통 화실의 구성원들은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거나 젊은 분들 중에는 미대를 졸업하고 순수미술을 하고 싶은 분들도 있었다. 그분들은 주로 취미반이었므로 전문 분야와 거리가 멀었다. 이분들의 가장 큰 문제는 기초과정이 부실한 것이었다. 따라서 열심히 그린다고 그렸지만 허전한 구석이 너무 많이 노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전시회에 앞서 그림 선생님의 도움을 받게 된다. 작품의 완성은 선생님의 몫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 화실의 제자들의 작품을 일일이 손을 봐주다 보니 어느덧 작품은 비슷한 화풍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이런 작품을 '공장 그림'이라고 부른다. 좀 더 심하게는 '이발소 그림'이라 부르며 폄훼하는 것이다. 그녀의 한 마디 언급으로 '안 봐도 비됴'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참 아쉬운 부분인 것이다. 



이분들은 이른바 강남의 노른자위에 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며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이 잘 사는 사람들이다. 그런 분들이 늘그막에 취미생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나는 다시 화우들과 하니를 비교해 보고 있다. 그녀도 공장 그림에 넌더리가 난 사람이다. 그게 어느덧 20년이 더 넘은 것이다. 당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려야만 직성이 풀리는데.. 전시회를 앞두면 공장 그림이 되어 불만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이곳 바를레타로 이사를 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작품이 사상 루각이 되지 않도록 기초 과정을 잘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코로나 19를 피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그녀는 그런 수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백신 접종이 끝나고 나면 재개될 그림 수업에 설레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뱅기 한 대가 또레스 델 빠이네 상공을 날아간다.


파타고니아의 또레스 델 빠이네 정상의 풍경을 펴 놓고 그림 이야기에 잠시 빠져든 건 다름 아니다. 세상의 눈높이를 정하는 것은 신의 그림자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사는 동안.. 살아가는 동안 신의 그림자인 아름다움을 가슴에 많이 품은 사람들은 세상을 보는 눈이 남다르다. 당신의 의지라기보다 신이 당신의 가슴에 오롯이 새겨져 있으므로 눈높이가 달라지는 것이다. 마치 간유리를 통해 세상을 보는 것과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보석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랄까.. 



천신만고 끝에 우리가 발을 들여놓은 곳은 신의 그림자가 충만한 신성한 장소였다. 또레스 델 빠이네 여행기를 끼적거리는 동안 어느덧 하산할 시간이 도래한 것이다. 떠나기 싫어도 떠나야 하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이미 지난 과거의 시간이지만, 어떤 운명이든지 별리를 말하는 건 서운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해지는 것은 신의 그림자 때문이다. 한 번 가슴에 각인된 당신의 그림자는 영원히 함께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보는 눈높이는 신의 그림자가 좌우한다. 행복해지고 싶으시면 신의 그림자를 품으시라..!


Il Nostro viaggio Sudamerica_Torres del Paine, Patagonia CILE
Scritto_il 28 Magg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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