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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2. 2021

맛을 창조하는 미학

#4 이탈리아 요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예비 요리사 혹은 요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 미리 알아두면 매우 유익한 정보..!!


브런치를 열자마자 등장하는 표지 사진 한 장이 시사하는 바 크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담는 카메라맨이 갑자기 내 앞에 등장하여 순간 포착에 성공했다. 먹느냐 먹히느냐.. 브런치에 처음 공개하는 사진들은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짬짬이 기록해 둔 것들이다. 


거대한 걸개그림이 걸려있는 곳은 이탈리아 에밀리아 로마냐 주(Emilia-Romagna)의 파르마(Parma) 시에 위치한 오래된 병원 건물을 이용하여 거리미술전(MOSTRA DI STREET ART 2016)을 열었다. 그때가 2016년 6월 5일.. 해마다 열리는 이 전시회를 찾아 파르마 시내로 향했다. 



이날 초대형 작품들을 둘러보는 동안 처음으로 부러운 생각이 스쳤다. 드넓은 공간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공간이자 상상력 풍부한 작품들이 전시 공간에 걸려있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공간의 선정이 남다른 전시회의 모습이었다. 나는 이 전시회를 보면서 유소년기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우리 집 뒤뜰 가까운 곳에 모 대학을 졸업한 '형아'의 화실이 있었던 것이다.



그곳은 호기심 가득한 공간이었다. 학교를 파하고 형아의 화실에 들르면 그곳에는 석고상과 그림들이 여기저기 물감과 뒤섞여 있었다. 그중에 내 눈에 띈 것은 프레스코화로 그린 벽화였다, 추상화로 그려진 벽화는 난해했지만 화려한 물감들이 춤을 추듯 그려져 있어서 꼬마 녀석의 고민을 깊게 만들곤 했다. (이하 작품을 감상하면서 글을 이어가도록 한다)



작품, "FUTURE SEA"





녀석은 "왜 저런 그림을 그릴까" 싶은 생각이 퍼뜩 드는 것이다. 작가들의 수많은 상상력은 물론 미술의 장르를 전혀 모를 때였다. 집 옆에 위치한 화실은 내게 영향을 미쳐 우등상은 받아보지 못해도 예체능 분야는 눈에 띄게 도드라졌다. 중고등학교까지 이 분야는 100점이었다. 글쎄 그게 언제 적 이야기인가.. 



작품, "HEADS JUICE"









서기 2021년 6월 초하루(현지시각), 내가 사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에서 오래된 사진첩을 열어봤다. 예비 요리사 혹은 요리에 취미를 가지고 계신 분들에게 작은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요리는 입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눈으로 먹고 마음으로 먹는 등 오감이 총동원되는 예술분야이다. 리스또란떼의 코스 요리에서 맨 먼저 제공되는 요리는 손님들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며 식욕을 돋구워야 한다. 



음식을 입에 가져가기 전부터 침을 삼키게 만드는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요리사들은 수십 년 동안 요리를 했다며 이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오랜 경력이 무색할 것이다. 거의 똑같은 리체타를 동원하여 비슷한 음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대 이탈리아 요리에서는 그런 풍경을 인정하지 않는다. 요리에 당신의 철학과 미학이 깃들어야 하는 것이다. 매우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요리 조차 당신의 요리 철학이 깃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 "FAST, GOURMET & LIGHT"






이건 나의 주장 사실이 아니다. 이탈리아 현대 요리의 아버지로 불리는 괄띠에로 마르께지(Gualtiero Marchesi) 선생께서 내게 전해준 매우 간단하고 심오한 비법이다. 당신께서는 여행을 다니실 때 늘 수첩을 가지고 다니셨다. 여행을 하는 동안 눈에 띈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는 즉시 메모를 하거나 삽화를 기록하는 것이다. 



작품, "ARE WE REALLY THAT HUNGRY"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접시 위에 당신만의 작품을 내놓으시는 것이다. 요즘 이탈리아에서 날고 기는(?) 유명 요리사들이 당신의 제지들이며, 그분들의 접시 위에는 선생이 강조한 철학이 담겨 예술작품으로 식탁에 오르는 것이다. 본문에 등장한 작품들은 길거리 예술 작품으로 불리지만, 이런 작품을 통해서 영감을 얻게 되면 요리에 응용해 보시라는 것이다. 



당신의 제자 중에 '허접한' 요리사도 있었다는 말일까.. 요리사는 요리법만 배우는 게 아니라 미학은 물론 철학 등을 꾸준히 공부하라고 선생께서 말씀하셨다. 거기에 외국인 학생들은 이탈리아어까지 공부해야 하므로 이중고를 겪는 것이다. 매일 자기 자신을 점검해야 한다. 나의 경험칙이다.



B


bacinella 양재기 
badare ①주의하다  ②주목하다  ③조심하다 주의하다, 조심하다 
bagnare ①씻기다  ②목욕시키다  ③젖다 적시다, 담그다 
bagnomaria ①찜통  ②증기 가마  ③보일러 중탕하다 
basilico 바질  
bastare ①충분하다  ②넉넉하다  ③… 하기에 족하다 충분하다, 넉넉하다 
bastoncino 가는 막대기 
battere ①때리다  ②치다  ③두드리다, 두들기다 
batticarne 고기 무두질 치는 기구 
bicchiere 컵 
bilancia 저울 
bollire 끓이다 
bollitore 주전자 
branchia 아가미 
brevemente 짧게, 단시간에 
brodo 스탁 
brodo vegetale 야채 스탁 
bucare ①뚫다  ②발굴하다  ③개찰하다 (구멍) 뚫다 
buccia di limone 레몬 껍질 
burro 버터 
burro chiarificato 정제 버터 
burro spumeggiante 버터를 거품일 게 하다 
buttare ①던지다  ②팽개치다  ③~에 몸을 던지다, 버리다



오늘도 지난 시간(이탈리아 만두 라비올리의 대답)에 이어 이탈리아어 단어를 주절주절.. 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얼렁뚱땅 하는 습관으로 일을 하면 얼렁뚱땅한 결과가 나오는 법.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게 되면.. 당신의 삶은 천년을 살 것처럼 풍요로움으로 넘칠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독백중 가장 많이 알려진 대사가 "죽느냐 사느냐 이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였다. 바꾸어 말하면 "먹느냐 먹히느냐"라는 뜻. 이탈리아어 공부 혹은 요리공부가 당신을 잡아먹지 않기를 학수고대한다. ^^



영상, PARMA, MOSTRA DI STREET ART 2016, 파르마 거리미술전



A chi è interessato alla cucina italiana_Colorno PARMA
il 02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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