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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02. 2021

중독_피는 못 속여

-세계 최고의 대한민국 바다 맛

세상에는 참고 견디지 못하는 게 있다..?!!



   서기 2021년 6월 2일 아침(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날이 밝았다. 매우 화장한 날씨로 한낮이 되면 여름 날씨를 방불케 할 것이다. 간밤에는 잠시 문을 열어놓은 사이 모기 한 마리가 침투해 손목을 물었다. 녀석은 머지않은 시간에 목숨을 잃었다만.. 이제부터 집콕은 보다 답답해졌다.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기 위해 창문에 모기장을 두를 때가 다가온 것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녀석이 나를 귀찮게 하는 모기이다. 



그런 반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의 바다에서 사시사철 제공되는 해산물이다.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선조님들 조차 해산물의 맛에 관한 한 일가견을 가진 분들일 것이다. 우리에게 너무 흔했던 음식이 해산물이랄까.. 


내륙 지방에서는 고등어 조차 귀해서 간고등어를 먹었다면 네 고향 부산에서는 흔해 빠진 게 고등어였다. 오죽하면 광복동에 고갈비라는 희한한 구이가 등장했을까.. 친구들과 연탄불 위에서 구워 먹는 고갈비는 최고의 소주 안주이기도 했다.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건 자갈치 시장의 곰장어 구이도 빼놓을 수 없다. 지금은 지난 철이지만 기장 멸치회는 서울에서 일부러 멸치축제에 참가할 정도로 나의 식욕을 돋운 바다가 내어준 보물이다. 


아무튼 한국의 해산물 이야기는 하루 종일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대도 끝이 없을 듯싶다. 갑자기 한국의 해산물 타령을 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니다.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나의 블로그에서 친구들과 함께 출사를 나가 저녁에 먹은 멸치회 자료 사진이 아침부터 껄떡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노트북 자판 하나를 누르면 침 한 방울이 묻어날 정도로 침샘에 고통이 전해진다. 다른 건 몰라도.. 웬만한 일은 참고 인내할 수 있다만, 세상에서 도무지  참을 수 없고 견딜 수 없는 중독 현상이 멸치회를 담은 사진 몇 장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것이다. 그곳에는 소주잔과 이스리도 있었다.(이런 덴장..ㅜ)



멸치회를 소환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이틀 전에 우연히 바를레타 바닷가 언덕에서 이곳에 사는 노부부를 만나면서 해산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바닷가에 위치한 이 도시에서 해산물이 나름 유명했지만 내 앞에서는 주름잡을 형편이 못됐다. 따라서 프란체스코 형(나 보다 나이가 위였다)의 해산물 자랑에 일침을 가한 게 나였다. 

이탈리아에는 유명 리스또란떼에서 고급 해산물 요리를 선보이고 있지만, 가성비 조차 도무지 나의 성에 차지 않는 것이다. 이곳에도 유명 리스또란떼가 있고 사람들의 발길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다. 하지만 이들의 식탁에 올려진 요리는 근사하지만 먹을 게 너무 빈약했다. 최소한 1인당 100유로를 지불해야 맛볼 수 있는 요리들은 한국에서 아무 때나 마음만 먹으면 싱싱한 해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을 수 있는 것이랄까..


본문에 등장하는 멸치 미나리 무침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리체타이다.ㅜ


야채와 과일 가격은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가격이지만 해산물은 가격보다 선도가 떨어지고 맛짜가리 조차 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프란체스코 형의 자랑에 부연 설명을 하자 그는 더 이상 해산물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그는 요리와 건축을 공부한 이탈리아인이었다. 그런 그가 나의 이력을 알아보며 입을 다문 것이다. 

아무튼 해산물 요리에 관한 한 한국이 최고라는 걸 확실하게 인식시켜 준 날이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부터 노트북 앞에 앉아 중독현상의 발원지를 찾아서는 것이다. 그 종점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이며 고향이 부산이라는 점이었다. 내 속에는 나의 DNA 속에는 절대로.. 절대로 지울 수 없는 해산물 게놈(개놈 아니다. ㅜ)이 꼭 달라붙어있는 것이다. 다른 건 몰리도 피는 못 속여..!!


Il miglior sapore del mare coreano al mondo_COREA
il 02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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