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이탈리아 요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식용 꽃잎을 잘 활용하면 식탁이 우아하고 화려하며 맛깔난다!!
본문에 등장한 알록달록한 꽃들은 요즘 자주 눈에 띄는 식용 허브 나스투르티움(한련화, Nasturtium officinale)이다. 사진은 서울에 살 때 이웃 아파트의 텃밭이나 화단을 돌아보면서 기록에 남겨둔 것들이다. 텃밭에는 밥상에 자주 오르는 푸성귀를 심어 먹기도 하지만 주인들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는 허브들도 있다. 밋밋한 텃밭에 생기를 더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녀석들의 몸값은 대단했다.
이탈리아 요리에 입문한 이후 피렌체의 한 근사한 리스또란떼에서 일할 때 녀석들이 나의 몸값을 드높여준 것이다. 셰프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나에게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나는 리스또란떼 텃밭에서 자라던 식용 허브 나스투르티움을 뜯어와 인살라타(Insalata)와 아뮤즈 부쉬(Amuse-bouche)를 만들었던 것이다. 접시와 작은 돌 받침대에 만들어진 작품이 당장 손님들의 눈에 띈 것이다.
어느 날 만찬이 이어지던 저녁시간에 까메리에레(cameriere, 웨이터)가 황급히 주방을 찾아왔다. 그리고 다급히 "프란체스코, 이 꽃 이름과 원산지 좀 알려주세요. 손님이 급히 물었습니다." 나는 이 허브의 원산지가 남미이며 먹어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왜 그러냐"라고 물었더니 "너무 아름답고 감칠맛이 난다"는 것이다. 손님은 거의 허브 감별사와 다름없는 미식가였다.
이 일화는 자랑질이 아니며 실제로 일어났던 사실이다. 나는 이때부터 주가가 치솟으며 인살라따와 아뮤즈 부쉬를 책임지게 됐다. 따라서 리스또란테에서 가꾸는 텃밭의 허브와 채소 등의 채집은 나의 소관이 되었다. 아울러 셰프는 나의 창조적 작품 때문에 놀라워하며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셰프는 독일인 미혼여성이었다. 그녀는 이탈리아 요리에 일가견이 있었다. 특히 빠스티체리아(Pasticceria)에 관한 한 달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 가지 부족했던 게 접시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이었다. 초보 요리사가 셰프와 단짝을 이루게 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셰프는 코스요리가 요리사들로부터 만들어진 직후 손님 상으로 나갈 때 내게 눈짓을 했다. 장식은 나의 몫이 된 것이다. 내가 일고 있던 식용 허브가 나의 존재감을 살리며 우쭐하게 만든 것이다.
식용 허브 나스투르티움을 잘근잘근 잘 씹으며 맛을 보면 겨자맛이 우러날 것이며 미네랄 향이 느껴질 것이다. 어떤 요리의 장식에도 잘 어울리며 요리와 함께 먹으면 색다른 풍미가 느껴지는 것이다. 이탈리아 요리 혹은 요리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챙겨놓고 잘 황용해 보시기 바란다.
아울러 요리에 입문하신 분들은 장차 당신이 사용하게 될 식재료 등에 대해 광범위하게 맛을 보고 공부해야 함은 물론이다. 요리란 단지 식재료를 지지고 볶고 삶는 등의 조리 절차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당신의 가슴속에 풍성한 미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평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보통 이탈리아 요리사들의 경력은 10년이 넘은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우리나라의 전문학교 수준의 교육을 7년 동안 마치고 다시 요리에 입문하기 때문에 20대 초반의 나이면 요리 경력이 10년을 넘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이 요리와 직접 관련이 있는 조리학과, 호텔외식조리과 등을 졸업할 때쯤의 나이가 되면.. 겉보기에 그들은 배테랑인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직접 겪어본 그들의 실력은 생각보다 뒤떨어지는 수준이었다. 특히 철학과 미학 등에 대해서는 '빵점'이었다. 하지만 장차 그들이 정진을 거듭하여 한 단계 더 성숙하면 누구도 넘보기 힘든 일류 요리사가 될 게 분명했다. 그들은 아직도 청춘이고 꿈을 펼칠 시간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이포스트는 이탈리아 요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드리는 글이다. 이탈리아 요리를 꿈꾸시는 분들은 요리에 앞서 이탈리아어 습득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 생각 보다 매력 넘치는 나라이다.
Un bel fiore da mangiare_Nasturtium officinale
il 03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