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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15. 2021

아드리아해 해돋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6월

해님이 달님과 번갈아 가며 뜨고 지는 시간이 어느덧 45억 번이라 했던가..?!!



   서기 2021년 6월 14일 오전 4시 30분경(현지시각),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는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해돋이는 오전 5시 21분이었으므로 최소한 50분 후에 아드리아해의 해돋이를 보게 될 것이다. 이날은 동선을 바꾸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구도시는 깜깜했다. 동선을 살짝 바꾸어 두오모 앞으로 걸어갔다.



조명이 환하게 밝혀진 두오모는 마치 황금 벽돌로 쌓아 올린 듯 화려하다. 신께서는 아직도 주무시고 계시는지.. 아무런 할 일도 없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다시 한번 더 기회를 달라며 무릎 꿇고 조아리고 있는데.. 조용하기만 하다. 당신께서는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 위를 바라보고 있겠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바닷가에 다다랐다. 가로등 불빛이 졸고 자빠졌다. 곧 그들의 쓸모가 없어질 차례..



바닷가에 다다르자 저만치 바를레타 항구 너머로 붉은 기운이 넘쳐난다.



머지않은 시각에 해돋이가 시작될 것이라는.. 신의 그림자가 납실 거라는 팡파르가 울리고 있는 것이다.



바닷가 산책로에 들어서자 흔치 않은 붉은 기운이 아드리아해 위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부지런히 앞만 보며 걸으면서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된다. 그리고 휴대폰의 시간을 들여다보며 해돋이 시간을 계수하고 있는 것이다. 


영상, BARLETTA, L'ALBA SULL'ADRIATICO_해돋이 처음부터 끝까지




희한한 일이다 해님이 45억 번 이상을 출몰할 때까지.. 유년기 때부터 지금까지 봐 왔건만 여전히 신비스러운 것이다. 나는 마침내 가던 길을 멈추고 신비스러운 장면 앞에서 붙들리고 말았다.



참새들 소리가 요란한 산책로 위에서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며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신의 그림자 앞에서는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법. 해님이 45억 번 뜨고 지는 동안 수많은 꿈들이 피고 지고 달님은 다시 토닥토닥..



마침내 해님이 아드리아해 너머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하늘로 두둥실..



나는 이날 아침 아드리아해 너머로부터 시작된 일몰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구름 한 점 없는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 상공.. 



해님 앞에서 전설은 온 데 간데없다.



내 속으로 불덩어리가 살며시 안긴다.



희한한 일이다. 뜨겁지도 않다. 다만, 희망이 솟구친다. 나는 어느덧 45억 번을 계수하고 있다. 영원히..



*참고로 내가 살고 있는 아드리아해의 매우 특별한 도시 바를레타를 소개한 영상을 첨부해 드린다.

Dall'inizio alla fine dell'alba sull'Adriatico_BARLETTA
il 15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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