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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01. 2021

처음이자 마지막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결혼식 축하 장면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지난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 중심에 위치한 유서 깊은 교회(Tesoro della Basilica del Santo Sepolcro)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은 볼 일 때문에 바빴는데 교회 앞을 수놓은 아름다운 꽃들이 눈에 띄어 몇 장의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을 이용한 장식은 아름답고 고귀하며 순결한 의식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이곳은 볼 일을 볼 때나 재래시장으로 장을 볼 때마다 늘 지나치는 곳이다. 이날은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나에게 필요한 서류를 만들기 위해 세 차례나 왕복을 했다. 한국에서 보내온 관공서의 파일을 복사하는 일인데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에서 보내온 파일은 이탈리아 현지의 컴퓨터 시스템과 달라서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글 파일을 이탈리아 컴퓨터가 인식을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따끈따끈한 날 세 차례나 오고 가면서 생각 끝에 해결책을 찾아냈다. 한글 파일을 이미지 파일로 바꾸어 복사를 하게 된 것이다. 반나절이 소요되었다. 땀은 삐질삐질.. 그리고 오후 6시가 다 된 시각에 다시 이 교회 앞을 지나며 결혼 미사가 언제쯤 끝날지 행사 관계자에게 물었다. 그는 신랑 신부를 모처로 데려갈 차량 운전사로 싹 웃으며 "6시 30분경 쯤요.."라고 말했다. 



그런 잠시 후 나는 볼일을 마치고 다시 교회 앞으로 왔다. 예식이 끝날 때쯤이어서 신랑 신부의 가족과 친지들이 여럿이 모여 미시가 끝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교회의 입구가 빤히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잠시 후면 일생일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두 사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던 것이다. 가끔씩 결혼식 장면을 목격했지만 이번에는 목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사진과 영상을 남기고 싶었다. 



결혼식 축하 장면은 오후 6시 30분경에 시작되었다. 하객들이 빙 둘러선 곳으로 신랑 신부가 등장하는 즉시 환호성이 터졌다. 꽃 세례가 이어지고 축포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진심으로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모습이었다. 신랑과 신부는 하객들 앞에서 뜨겁게 포옹을 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는 아름다웠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하객들은 물론 행인들까지 "너무 아름답다!"며 탄성을 자아냈다. 사람들의 표정은 환하게 웃으며 마치 자신이 주인공인 것처럼 좋아했다. 그 장면들을 영상에 담았다.



영상, Scene di celebrazione del matrimonio in Italia_이탈리아 결혼식 축하 장면





처음이자 마지막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 결혼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해외토픽에 올라오던 시대도 있었다. 결혼하고 이혼하고 결혼하고 또 이혼하고 결혼하고.. 그렇게 별난 사람들도 있지만 대체로 결혼은 한 번이며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행복해야 하는 게 결혼이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부의 연으로 만나 살아가면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사랑의 농도는 점점 더 희미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농도가 빛이 바랠 때쯤이면 "닭 소 보듯 소 닭 보듯.." 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처음 만나 죽자살자 할 때는 까마득히 잊고 사는 것이다. 한 통계를 보니 부부가 금슬이 좋은 이유(결혼 만족도) 중에 돈이 끼어들었으며, 육아와 가사 분담이 등장했다. 맞벌이 부부에게 치명적인 일이 육아와 가사분담이었지만, 남자는 여전히 육아와 가사에 대해서는 냉담했다. 식사 준비와 설거지 집안 청소는 여자의 몫이었다. 그동안 남자는 돈벌이에 목숨을 걸고 있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라고 말한다.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 것이다. 남자 사람들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는 즉시 "아내와 새끼들에게 구속을 당하는 삶"이라고 말한다. 평생을 통해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을 지는 것이다. 신혼 초에는 전혀 알 수 없거나 모르는 일이다. 최소한 3년은 지나 봐야 하고 30년은 살아봐야 한다. 그때까지도 사랑이 식지 않았다면 당신은 하늘이 점지한 매우 행복한 사람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다. 남자와 여자.. 한글 파일을 이탈리아 컴퓨터로 열 수 없는 것처럼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세상 참 희한하다.


Scene di celebrazione del matrimonio in Italia_Barletta
il Primo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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