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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n 27. 2021

1분 만에 사라진 무지개

-바를레타 평원의 무지개

행운이 나타날 징조일까..?!!



   서기 2021년 6월 25일 오전 6시경, 나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아침운동을 시작한 지 대략 1시간 반 만에 목적지 부근에 도착한 것이다. 집에서부터 바닷가에 도착하면 그곳으로부터 4.5킬로미터 지점에 위의 풍경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아드리아해가 펼쳐지고 있다. 이날은 당장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것 같은 날씨로 비를 부르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멀리 수평선 위로 먹구름이 끼었고 가르가노(Gargano) 반도 위로 비가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산을 지참하지 않았으므로 만약 비라도 오시면 생쥐꼴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서둘러야 했다.



산책로 끄트머리 반환점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이곳까지 대략 5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이며 어떤 때는 바닷가를 따라 운동량을 늘릴 때도 있다. 이곳은 한국에 가 있는 하니와 자주 다녔던 곳으로 바를레타와 마르게리타 디사보이아(Margherita di Savoia (Italia)) 해변과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반환점을 돌면 집까지 최소한 10킬로미터가 이어지는 것이다. 바쁜 걸음으로 2시간 30분은 족히 걸어야 아침운동이 끝나게 된다.



서둘렀다. 생쥐꼴을 면하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바다를 왼쪽에 끼고 오른쪽에는 바를레타 사구의 평원이 길게 이어지고 있는데.. 이때 갑자기 평원 위로 무지개가 나타났다. 금방 소나기를 퍼부울 듯한 하늘에 무지개가 나타난 것이다. 화들짝..



무지개가 내 앞에 등장한 시간은 불과 1분 남짓했다. 맨 처음 만났을 때 진한 색을 지닌 무지개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서히 지워지고 있었다. 평원에서부터 훈풍이 불어왔다. 대략 오전 6시 30분경, 잠시 한눈을 팔았다면.. 바다를 응시하고 걸었다면 무지개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타났다 사라졌을 것이다. 비는 오시지 않았다. 집으로 도착해 샤워하고 오이김치를 담그는 준비를 할 동안 한국에 가 있는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8월 초나 되어야 이탈리아로 오게 될 그녀의 수다가 시작됐다. 하늘이 내게 보여준 행운의 신호였을까.. 평범한 일상 속의 행운은 그런 것이었다. 비를 만나지 않고 희망을 이어가는 것. 참 신묘한 아침이었다.


Mattina di un piccolo pianeta_La spiaggia della citta' di Barletta
il 26 Giugn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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