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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02. 2021

호감 가는 남자

-이탈리아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브런치를 열자마자 맨 먼저 한 사내가 빵을 먹는 모습이 등장한다. 빵에 잘 구운 말고기를 싸서 먹는 모습이다. 그의 이름은 니꼴라 아모루소(Nicola Amoruso).. 니꼴라를 알게 된 건 이곳에서 만난 친구 프란체스코 부따리(Francesco Buttari)와 마릴레나 미똘로(Marinella Mitolo)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부부로 한 분은 건축을 전공한 연로하신 분이고 당신의 아내는 소아과 의사였다. 


우리는 어느 날 아드리아해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서 만나게 되면서 금세 친하게 됐다. 프란체스코는 형님벌이고 미똘로는 누이 벌이었다. 우리는 만나지 15일 만에 당신의 친구였던 니꼴라 집으로 초대를 한 것이다. 니꼴라가 사는 곳은 뿔리아 주의 주도 바리의 작은 항구 도시 산토 스피리토(Santo spirito)라는 곳이었다. 아담하고 아름다운 항구 바로 곁에 니꼴라가 살고 있었다.



호감 가는 남자_이탈리아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니꼴라의 집은 항구로부터 100여 미터 떨어진 아파트의 3층(한국은 4층에 해당)을 통째로 사용하고 있었다. 베란다와 옥상에는 잘 가꾸어 놓은 화초들이 이방인을 맞이했으며 프란체스코와 마리넬라와 함께 도착한 시간은 저녁 9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그때까지도 아드리아해 너머 해넘이는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니꼴라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뿔리아 주 레체(Lecce)에서 밀라노(Milano)까지 가는 기관차를 운전했으며 지금은 정년퇴직을 한 상태이다. 그는 짬짬이 작은북(tamburo)을 연주하는 등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내곤 했다. 당신의 아내는 화가였는데 애석하게도 얼마 전에 타계했으며, 그의 집안 가득 당신의 작품들이 빼곡하게 걸려있었다. 그에게 덩치가 산만한 아들 루까(Luca) 하나가 있었다. 



니꼴라는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나를 매우 친하게 대해주어서 우리는 금방 친하게 지내게 됐다. 



말고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말고기는 뿔리아 주에서 매우 일반적인 식재료로 대형마트는 물론 정육점 곳곳에서 말고기로 만든 살시챠 등이 판매되고 있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이 담백한 게 일품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뿔리아, 만토바, 사르데냐, 에밀리아 로마냐, 시칠리아의 까따니아에서 많이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것은 아름다운 해넘이가 한몫 거들었지만 니꼴라가 손님들에게 내놓는 말고기 구이 때문이었다. 소금 후추만으로 간을 한 말고기 구이가 구미를 당긴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니꼴라의 쾌활한 성격이 좌중을 압도했다. 아내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손님을 초대해 놓고 당신은 물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처음 방문하는 집이 전혀 낯설지가 않었다. 니꼴라의 배려 때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옥상과 발코니를 오가며 아드리아해의 해넘이에 빠져들곤 했다. 그리고 이곳 뿔리아 주에서 가끔씩 먹게 된 말고기가 뷔노 로사또(Vino rosato)를 마구 당기게 만들었다.



말고기는 한 때 교황청으로부터 소비가 금지된 것으로, 기독교인들이 교황(papa Gregorio III (731-741))에게 간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이교도들이 먹어왔으므로 금기(tabù, 터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음식의 속성상 한 번 맛을 들인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고기의 맛에 빠져들었을 게 틀림없다. 그게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랄까..



이날 니꼴라가 손님들에게 대접한 말고기 요리의 리체타는 매우 간단하다. 



얇게 저민 말고기에 소금과 후추만 뿌리고 바비큐 통 위에서 구워낸 것이다. 사진과 영상을 통해 확인되지만 말고기에는 대리석 무늬를 뜻하는 이른바 마블링(marbling)이 보이지 않는다. 기름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맛을 보면 고소하고 육즙이 촉촉하게 묻어나는 것이다. 교황청까지 나서서 말렸지만 말을 듣지 않는 백성들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영상, SANTO SPIRITO_말고기 요리 이렇게 먹었다




이날 나는 잘 구워낸 말고기를 먹으면서 김치를 생각해 내고 있었다. 김치 하나면 그 어떤 고기도 환상적인 궁합을 이루는데.. 어느 날 계곡에서 편평한 돌판 위에 돼지 목살을 놀려놓고 함께 구워 먹었던 맛을 생각해낸 것이다. 아마도 말고기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김치 맛을 안다면 교황청이 아니라 할애비가 말려도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니꼴라가 손님에게 대접하고 있는 말고기는 이렇게 구워졌다.



따뜻하게 데워진 빵과 함께 먹는 말고기 구이.. 



니꼴라의 나이는 금년에 67세이며 아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당신의 아내가 부재중임에도 그의 얼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전혀 눈에 띄지 않는다. 매우 쾌활한 성격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 친구들을 꼬이게 만드는 것인지.. 



나는 단박에 호감을 느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프란체스코로부터 전화가 왔다. 다음 주 중에 다시 만나자는 신호가 온 것이다. 어느 날 바닷가 언덕 위에서 만나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사람들..



이날 나는 기분이 좋아져서 대중들 앞에서 목청껏 산타루치아를 불렀다. 박수가 쏟아졌다.


Sul mare luccica / L'astro d'argento / Placida e' l'onda / Prospero e' il vento / Venite all'agile / Barchetta mia / Santa Lucia / Santa Lucia..



니꼴라는 두 번째 만난 후 헤어지는 인사를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자(ci vediamo presto)"라고 말했다. 먼 나라에서 만난 인연의 사람들.. 



니꼴라를 만난 첫날.. 말고기 구이 버거를 먹는 장면을 연출했다. 기꺼이 응해준 니꼴라.. 너무 고맙다.



영상, SANTO SPIRITO, le belle persone che ho conosciuto in Italia

_이탈리아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위 영상은 프란체스코와 마리넬라 그리고 내가 니꼴라 집을 다녀오면서 남긴 기록이다.



좋은 친구를 만나면 술이 모자라는 법이지.. ^^


Le belle persone che ho conosciuto in Italia_SANTO SPIRITO
il 02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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