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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15. 2021

이탈리아서 가장 비싼 오이

-일타이피(一打二被)_오이김치 담그면서닭봉 요리

우리가 잘 모르는 식재료의 세계..?!!



지금 보고 계신 자료사진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오이의 일종이며, 이탈리아 이름은 체뜨리올로 디 뽈리냐노(Cetriolo di Polignano)란 녀석이다. 이름은 약간 까칠하지만 엄청나게 착하다. 녀석의 크기는 반뼘이나 될까.. 대략 8~10cm로 손아귀에 잡힌다.



아침운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맨 먼저 지근거리에 위치한 과일 채소 가게를 살핀다. 이 가게의 주인은 젊은 사람으로 30대 초반 혹은 중반의 청춘들이 운영하고 있다. 대체로 오전 6시가 되면 가게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데 첫 손님은 주로 나였다. 



어느 날 운동을 끝마치고 돌아오면서 과일을 주워 담다가.. 가게 바깥에서 샛노란 꽃을 달고 나타난 녀석을 발견하게 됐다. 냉장 보관을 하고 주인을 만나러 온 녀석들의 피부에 송골송골 땀(?)이 묻어있었다. 이탈리아 혹은 내가 살고 있는 바를레타의 재래시장에는 여러 종류의 제 철 오이가 판매되고 있는데 녀석을 처음 만난 것이다. 짧고 통통하고 귀연 녀석.. 



돌아서서 녀석을 가리키며 가격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1kg에 2.5유로라고 했다. 보통의 오이들은 1kg에 1유로 혹은 1.5유로였는데 녀석의 몸값은 두 배나 됐다. 희한한 녀석.. 2킬로그램을 5유로에 구입하고 집으로 돌아와 시식을 했다. 녀석의 몸값이 왜 두 배나 되는지 단박에 알아챘다. 껍질이 매우 얇고 수분이 많으며 오이 향기가 매우 짙었다. 녀석은 이탈리아서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체뜨리올로 디 뽈리냐노..



아침운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허기가 나를 부른다. 그 즉시 오이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사 온 자색 양파와 오이를 잘 버무리면 아싹아싹.. 적당히 매콤한 맛이 오이 향기와 양파로부터 입안을 천국으로 만들 것이다. 오이를 천일염에 절이는 동안 닭봉 요리를 동시에 진행했다. 노트북을 열어 아바(ABBA의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요리에 들어갔다. 요리하는 시간은 모름지기 즐거워야 한다. 했다!!



눈으로 먹는 닭봉 요리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의 딝봉요리 리체타는 간단하다. 먼저 팬 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 적당량을 투입한 후 마늘 기름을 만든다. 센 불이다. 그리고 준비한 닭봉을 올려놓는다.(치익~~) 그다음 쏭쏭 총총 썰어둔 청양고추를 식 미 껏 흩뿌린다. (지글지글~) 여전히 센 불이다. 그다음 준비해 둔 뷔노 비앙꼬 반 컵 분량을 붓고(치익~~) 뚜껑을 덮는다. 가끔씩 고루 익도록 뒤집어준다. 그런 잠시 후(대략 1분 경과) 오리가노를 흩뿌리고 닭봉이 다 익었을 즈음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끝! 이런 과정 일부를 뚜껑을 열어 영상에 담았다. 



영상, 눈으로 먹는 닭봉 요리




오이김치가 천일염에 절여지는 대략 10여분 사이에 닭봉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 그동안 뷔노 비앙꼬 한 잔을 곁들여 허기님을 달랬다.



눈으로 먹는 닭봉 요리의 비주얼




닭봉 요리의 연출은 멘따와 호두와 양파김치 묵은지가 거들었다. 양파김치 묵은지.. 요거 정말 맛있다. 리체타는 오이김치와 대동소이하다. 그다음 냉장고 속에서 오래 묵히는 것이다. 녀석의 나이는 3개월이 넘었다. 냉장고 속에서 숙성을 거친 정말 맛있는 녀석이 닭봉과 꼴라보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풍경들..



그다음 최고의 가격에 걸맞은 자색 양파를 깍둑깍둑.. 잘 썰어서 오이와 함께 뒤섞었다. 글을 쓰는 도중에 침이 잴잴.. 최고 가격의 오이김치 맛을 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맛의 세계이다.



양파를 썰다 보니 녀석들의 영혼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누군가는 의혹에 대해서 "양파껍질 벗기듯.."말하고 있지만 양파의 영혼은 이런 모습이며 신의 그림자가 그 속에 깃든 것이다. 소중한 것이야..!



대략 10여분 천일염에 절여진 오이와 자색 양파를 뒤섞어 보니 자체로 예술이 되었다. 요리는 창조의 세계..!



하니가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아껴먹었던 고춧가루를 듬뿍 뿌렸다. 크 나무 주걱 세 큰 술.. 그리고 마늘도 듬뿍 찧어넣었다. 오이 2킬로그램에 자주색 양파 큰 거 세 통에 마늘과 고춧가루.. 그리고 두 큰 술의 육젓을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올리브유 큰 다섯 숟가락을 넣고 버무리기 시작했다. 올리브유는 잠시 후 모두 오이 속으로 사라지며 몸값 비싼 오이의 풍미를 더해줄 것이다. 이날 나는 닭봉 요리와 함께 오이김치 겉절이를 함께 먹어주었다. 아침운동에 지친 허기란 녀석이 순식간에 시시덕 거린다.



이탈리아서 가장 비싼 오이가 김치로 둔갑하는 순간부터 닭봉이든 그 어떤 음식이든 게눈 감추게 된다..!!


Il cetriolo più costoso della mia città_Cetriolo di Polignano
il 15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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