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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Aug 06. 2021

D-6, 슬퍼하지 마세요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사랑하면 눈빛만 봐도 안다..?!!



   서기 2021년 8월 5일,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하늘은 흐렸다. 여느 때와 같이 집을 나섰지만 이날은 후텁지근한 날씨가 새벽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대략 새벽 5시가 되면 먼동이 터오지만 이날은 아드리아해 위로 영화관에서 보던 검은 커튼을 드리운 것 같은 풍경이 연출됐다. 살짝 열린 틈새로 해돋이를 알리고 있었지만 반환점까지 가는 동안 해님은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해님이 삐쳤을까..



반환점에서 바라본 풍경은 변함없었지만 하늘 위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있었다. 해님이 얼굴을 내밀 시간이 이미 지났다. 당신이 늘 얼굴을 내밀던 곳을 뚫어져라 바라봤지만 해님은 나타나지 않으셨다.



나는 반환점에서 자리를 뜨지 않고 해님이 커튼을 열고 빼꼼히 내다보시던 그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수평선 너머로 발그레한 빛만 보일 뿐이었으며 해님이 나타날 시간은 어느덧 10여분이 지나고 있었다. 결국 자리를 옮기기로 작정을 하고 돌아서는 순간 수평선 너머에서 희미하게 해님이 보였다. 베일에 가린 해님..



영상,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05 Agosto 2021 슬퍼하지 말아요




해님이 슬퍼하고 있는 얼굴을 처음 만난 것이다.



나는 그제사 당신께서 슬퍼하신 이유를 알게 됐다.



해님은 나의 마음을 꽤 뚫고 계신 것일까..



다음 주에 하니가 한국에서 다시 이탈리아로 돌아오게 된다.



그녀와 나눈 대화를 해님이 엿들으셨던지.. 슬퍼하는 표정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대략 5분여 동안만 얼굴을 보여주고 커튼을 닫아버렸다.



사랑하는 사람은 눈빛만 봐도 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지 등에 대해서.. 관계를 맺고 길들여지면 더더욱..



그녀와 나눈 대화는 이랬다.



"이탈리아에 도착하면 사흘만 쉬고 돌로미티로 떠나욤..! ^^"



해님은 알고 계셨다. 우리가 돌로미티로 떠나게 되면 당분간은 해님과 만나지 못할 것이다. 하늘도 그걸 아셨는지 이날은 바람도 불지 않고 서핑 교실의 깃발도 축 늘어졌다. 이별을 예고하는 것만큼 반갑지 못할 일이 또 있을까.. 


"해님, 영영 떠나는 것도 아닌데 슬퍼하지 마세요. 알쬬? ^^"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Non essere triste
il 05 Agost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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