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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5. 2021

니가 왜 거기에 있어?

-이탈리아 버전 니가 왜 거기서 나와?

그곳에 가면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이틀 전(23일 해돋이 직후)의 일이다. 이날은 평소보다 대략 2.5 킬로미터를 더 걸었다. 위 자료사진을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가 수평선 위에 걸린 듯하다. 현재 위치에서 대략 7.5킬로미터나 떨어진 거리이다. 집으로 돌아가면 왕복 15킬로미터가 되는 것이다. 



이날 나의 몸상태가 좋아 바를레타 경계지점에서 마르게리타 디 사보이아(Margherita di Savoia)의 바닷가까지 진출한 것이다. 이날 해돋이 시간은 05시 41분이었으므로 아직 시간이 남아 이곳 바닷가의 사구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바닷가 오른쪽 사구 너머에는 풀들은 마르고 대부분의 풀꽃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바다와 사구는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는 곳. 



사구에는 이곳에 살고 있는 농부들이 야채 등을 재배하는 곳이다. 나는 이곳에서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풍경을 기억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메라에 담고자 했다. 그 풍경은 이른 새벽이어서 어둠에 가려있었다. 따라서 해돋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그곳에 있으면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누군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저질러 놓은 현장..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풍경을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며 키득 거리곤 한다. 보통 사람들의 상식을 넘은 행동이 이웃들을 키득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곳은 집에서부터 대략 3킬로미터 지점 산책로 옆이자 사구가 위치한 곳이며 차선 반대방향이었다. 위 자료사진은 매일 아침 산책하는 길이며 사진 좌측으로 아드리아해가 펼쳐져 있고 우측은 바를레타 평원이 펼쳐진 곳이다. 찻길 좌우로 사구가 나뉘어 있는 것이다. 깜깜한 새벽.. 이 길을 따라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다. 이때 만난 자동차 한 대.. 발견하셨는가..



도로 우측에는 바를레타 평원이 길게 이어지고 있고 사구의 모래더미가 쌓여있다. 농부들은 이곳으로 트랙터를 몰고 밭을 일구거나 수확 등 농사일을 하는 것이다. 산책길에도 이곳에 발을 함부로 담그지 않는다. 모랫더미에 푹 빠지는 것이다. 따라서 농부들은 평소 꼭꼭 다져놓은 길을 통해 트랙터나 자동차를 몰고 당신의 농지로 향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이곳 사람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



"ㅋ 니가 왜 거기에 있어..?"


나는 속으로 웃었다. 출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지프 한 대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진로를 바꾸어 사구의 모래 구덩이에 빠진 것이다. 지프 앞바퀴 절반이 모래 속에 파묻혔고 앞 범퍼 한쪽이 충격으로 망가졌다. 가까이 다가가 그 장면을 여러 컷 담았다.



지프가 4륜 구동이었으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상대로 보아 이 자동차는 전륜구동이 분명해 보였다. 뒷바퀴는 용을 쓴 흔적이 없는 것이다. 황당했을 것이다. 차선을 다시 확인해 볼까..



지프가 허우적거린 장소 뒤편 가로수가 서 있는 곳이 바다이며, 지프는 차선 반대방향으로 이동하여 이곳까지 진출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ㅋ 니가 왜 거기에 있어..?)



조심조심 사구 위를 걸어서 자동차를 한 바퀴 돌았다. 나는 이 자동차가 왜 이곳에 있는 천천히 생각해 보는 것이다. 자동차는 흠집 하나 없이 뺀질뺀질.. 출고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 차가 틀림없어 보였다. 보통은 바닷가 쪽으로 자동차를 주차하거나 정차를 하는데 농부도 아님시롱 엉뚱한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보고 또 보고.. 내가 차주였다면 정말 짜증 날 일이었다. 지가 저지른 일에 지가 열 받을 수 있는 상황..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얼마나 용을 썼는지 바퀴가 뺀질뺀질.. 범퍼는 우지끈.. 이런 상황은 간밤에 일어났을 것이며, 날이 밝으면 견인을 할 요량이었는지 자동차만 홀로 밤을 지새운 흔적..



누가 봐도 들어가지 말아야 할 곳에 지프 한 대가 빠져있는 것이다. 그 뒤로 갈대가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니 제정신이 아니었을까.. 나는 사이비 탐정이 되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자동차 범퍼가 찌그러진 것은 경계석을 들이받아 생긴 흔적일 수가 있다. 나의 그림자가 있는 방향으로 돌진 혹은 전진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차선 반대 방향이었으며 밤중에 일어나 일이라면 전조등 불빛에만 의존하였을 것이므로, 높은 운전석에서 미처 장애물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차주는 신차를 과신한 나머지 편평해 보이는 농지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순간 엉망진창으로 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 그렇다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바로 곁에 위치한 농지를 보면 이해할 수 있을까.. 보통은 바퀴가 산더미(?)만 한 트랙터가 밭을 일군다. 트랙터 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트랙터 바퀴의 무게와 저항을 늘려야 사구 너머로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그러나 자동차 바퀴는 반대의 경우의 수에 해당한다. 이곳에 발만 들여놔도 푹푹 빠져드는 것이다. 지프가 이곳으로 진출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차주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 건 다름 아니다.



매일 아침 산책로를 따라 운동을 하면 산책로 주변에는 먹다 버린 술병과 휴지 등 오물이 군데군데 버려져 있다. 이곳을 매일 아침 청소하는 분에 따르면 "청춘들의 짓"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 밤을 지새우거니 그들만의 은밀한 사랑을 즐기는 것이다. 어떤 때는 해님이 둥실 떠오른 아침까지 자동차 속은 뜨거워 보인다. 산책로 주변은 은밀한 데이트 장소였고, 목적지가 끝나는 지점까지 그런 모습이 발견된다. 더군다나 이번 주부터는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이 시작된다. 바닷가에는 깜뻬르(Camper, 캠핑카)들이 즐비하다. 



그들이 이곳까지 진출한 이유 증 하나는 시원한 바닷가.. 그리고 사랑에 빠진 청춘들.. 오늘 아침(24일) 다시 그 자리에 가 봤더니 누군가로부터 구원을 받은 흔적이 남았으며 탈출에 성공했다. 최근에만 세 차례 넘지 못할 선을 넘은 자동차를 목격한 적 있다. 모두 청춘들이었다. 아마도.. 아마도 차주는 사랑에 빠진 나머지 판단력을 잃어버렸을 것이며, 그녀 앞에서 우쭐대다가 쓸데없는 용을 쓰는 이유가 생겼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는 것이다. 지프를 만난 시각은 해돋이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그건 그렇고..


"ㅋ 니가 왜 거기에 있어..?"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Perché sei lì?
il 24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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