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26. 2021

향초(Mentha)에 빠지면 몽롱

-우리 집에 찾아온 귀한 꿀벌 손님

무엇이든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니지..?!!



   이틀 전의 일이다. 아침 운동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현관 앞에 놓아둔 화분에 물을 주려던 참에 꿀벌 한 마리가 날아와 멘따(Mentha, 민트, 박하꽃) 주위를 부지런히 비행하고 있었다. 꿀벌의 비행.. 바실리코와 멘따 화분에 물을 주고난 다음 꿀벌의 비행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녀석의 특이한 행동이 나의 호기심을 부채질한 것이다. 녀석은 멘타 꽃무리를 이리저리 오가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영상, BARLETTA, Una preziosa api mellifera che è venuta a casa mia_향초에 빠지면 몽롱




나는 속으로 "녀석이 멘따 향에 취한 나머지 본연의 작업(꿀이나 화분 채집)을 잃어버린 것"이라 생각했다. 인간이든 그 무엇이든 사랑에 빠지면 제정신이 아닌 것이다. 오죽하면 라틴어 명언에 "당신과 함께 살고, 당신과 함께 죽기를 원한다"라고 말했을까.. 곁에서 지켜보니 녀석의 비행은 멘따와 함께 살고 멘따와 함께 죽고 싶어 환장을 한 표정이랄까.. 



향초(Mentha)에 빠지면 몽롱




카메라를 지참하고 접사를 시도했다. 촬영을 끝내고 살펴본 멘따꽃은 어디론가 멀리 떠날 차비를 하고 있었다. 최초 높이 30cm에 지나지 않던 멘따는 가슴 높이만큼 자랐고 파릇한 잎사귀는 군데군데 말라가며 앙상한 속살을 내놓고 있었다. 손에 잡히지도 않은 앙증맞은 작은 꽃무리들이 한데 뭉쳐.. 하나의 꽃술을 이루고 있는 멘따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니 신기했다. 



나는 녀석의 코 앞에서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데 녀석은 날 본체만체.. 당신과 함께 살고, 당신과 함께 죽기를 원한다는 일념으로 멘따에 푹 빠져있는 것이다. 이런 걸 몽롱한 상태라고 말해야 하나. 영상을 열어보시면 꿀벌과 멘따의 사랑의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단박에 알 수 있는 것. 



멘따의 전설에도 비슷한 사정이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에 요정 멘따가 사랑을 하다 발각되어 죽은 후 땅에서 돋아난 게 멘따라는 향기로운 풀이란다. 하여튼 동서고금의 꽃에 얽힌 전설은 누군가 죽어야 꽃이 피든지 꽃말이 생기곤 한다. 



꽃말도 그러하다. 멘따의 꽃말은 "다시 한번 더 사랑하고 싶다"라고 한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그런 법이다. 그래서 그럴까.. 꿀벌 한 마리는 다시 한번 사랑할 기회가 없음을 알고 부지런히 날갯짓과 비행을 번갈아 하며 멘따꽃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는 것이다. 



이날 내가 궁금했던 건 멘따에 푹 빠진 꿀벌 한 마리가 아니라 녀석이 이곳을 어떻게 알고 왔을까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집은 대리석으로 만든 구도시 중심에 있고 근처에 공원이 있으며 풀밭도 있긴 하다. 그런데 요렇게 생긴 꿀벌을 만난 건 처음있는 일이었다. 어떤 때는 작은 벌들이 몇 마리 날아와 멘따꽃 주변을 맴돌았는데 이날은 녀석들보다 덩치가 보다 큰 꿀벌이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면 꿀벌들은 어떻게 향기로운 멘따꽃을 찾아오게 되었을까.. 나의 티스토리 블로그에서 장수말벌 시리즈로 써 두었던 자료를 소환했다. 대략 10년 전에 써 두었던 자료가 꿀벌 한 마리 때문에 빛을 본 것도 재밌는 일이다. 시제가 다른 글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꿀벌들의 쾌속질주 진귀한 '낮 놀이' 포착 

-honeybee festival




꿀벌들의 축제를 보신 적 있나요?



꿀벌들이 벌통 입구 한 곳에 잔뜩 모여 있는 이 모습은 꿀벌들이 장수말벌에 맞서 싸운 직후 출입구를 철통같이 봉쇄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무시무시한 장수말벌에 대항하며 싸운 후 용케도 살아남은 녀석들이죠. 작년 가을 동두천에 있는 지인의 양봉농장에서 촬영한 모습입니다. 그곳에는 장수말벌 때문에 양봉 농사에 큰 지장을 초래하며 농사를 망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꿀벌들에게 장수말벌의 침입은 곧 죽음과 다름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양봉 중에는 무시로 장수말벌들의 침입에 대비하여 단물 등으로 유인책을 사용하거나 장수말벌이 나타나면 즉시 파리채로 잡는 모습을 봤습니다. 파리채로요. ^^



그렇게 해서 장수말벌이 사라지거나 꿀벌들이 장수말벌을 물리치고 난 이후에는 잠시 긴장하여 꿀벌들이 무리를 지어 입구를 여전히 봉쇄하고 있었는데 한순간 녀석들은 꿀벌통 주위를 맴돌며 빠른 속도로 와글와글 거렸습니다. 그저 꿀벌들은 늘 그렇게 비행을 하며 꿀벌통 주변을 맴도는가 싶었지만 지인의 설명이 재미있었습니다. 꿀벌들이 '낮 놀이'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를 테면 '꿀벌의 축제 honeybee festival'였습니다.



꿀벌들이 축제를 벌이는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지인의 설명을 듣고 보니 거의 일상적인 놀이가 꿀벌들의 낮 놀이며 축제로 보였습니다. 아마도 녀석들은 이 축제를 통해서 여왕벌을 중심으로 모여사는 그들의 정체를 확인하는 등 그들만의 소통 수단으로 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까이서 확인해 보니 대단한 비행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이었죠. 녀석들은 꿀벌통을 중심으로 무리를 지어 빠른 속도로 일정한 간격을 두며 서로 부딪치지도 않고 잘도 비행했습니다. 굉장한 날갯짓이었습니다. 이런 꿀벌들의 비행 원리 등에 대해서 연구한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더글러스 앨트 슐러' 등 연구진은 벌들의 나는 동작을 여러 시간 동안 연속 촬영하고 동작의 강도를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된 로봇 벌들에게 비행 동작을 모방하도록 하는 일련의 작업 끝에 벌들의 특이한 비행 원리를 밝혀냈는데요.


앨트 슐러 연구원은 "꿀벌들은 날갯짓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몸집이 8분의 1인 과실파리가 초당 날갯짓을 200번 하는데 비해 훨씬 몸집이 큰 꿀벌들은 초당 날개를 230번씩 퍼덕인다"며 이 같은 모습은 예상외의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곤충은 몸집이 작아질수록 공기역학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보상하기 위해 잦은 날갯짓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앨트 슐러는 벌들이 단지 공중에 머물러 있기 위해서만도 이 정도 날갯짓을 해야 하며 무거운 꽃가루나 꿀을 먼 거리로 날라야 하고 짐의 크기가 때로는 자기 몸집과 맞먹을 정도라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보신 위의 그림에 나타난 꿀벌들은 빈 몸이지만 꿀이나 꽃가루 같은 물체를 탑재(?)하면 당연히 날갯짓이 그 무게만큼 비례하여 퍼덕이는 횟수가 늘겠지요.



앨트 슐러 등은 그걸 이용하여 항공기 개발 등에 이용하고자 연구한 모습인데 그가 관찰한 꿀벌들의 모습에서 놀라운 모습 하나가 보입니다. "벌들은 마치 경주용 자동차처럼 움직인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쾌속질주를 한다는 것이죠. 동두천의 양봉농장에서 본 꿀벌들의 축제에서는 그런 모습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는데 얼마 전 다녀온 오대산 자락 하늘 아래 첫 동네인 부연동에서 진귀한 토종 꿀벌들의 축제와 함께.. 정말 경주용 자동차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우연히 마주치며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래 영상을 한번 열어 보실까요? 정말 놀라운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  



영상, honeybee festival 꿀벌들의 쾌속질주 진귀한 '낮 놀이' 포착




꿀벌들의 쾌속질주 진귀한 '낮 놀이' 포착


영상은 위 자료사진 뒤편에 있는 골짜기 곁에 만들어 둔 토종꿀 벌통 위에서 꿀벌들이 무리를 지어 매우 빠른 속도로 축제를 벌이고 있는 장면들입니다. 녀석들의 비행 모습을 보면 보통 속도가 아니라 쾌속 질주하는 경주용 자동차처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모습인데요. 이때 녀석들의 날갯짓을 계산할 수만 있다면 230번/sec이 아니라 2,300번에 가까운 RPM(엔진의 분당 회전수)으로 비행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서 그런 초강력 파워가 나오는지 너무 신기하더군요. 카메라로 촬영하는 동안 더욱더 놀라웠던 모습은 이들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추돌 내지 충돌과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이날 아침 내가 만난 꿀벌 한 마리에 대한 호기심은 낯 놀이나 속도 등이 아니었다. 녀석들은 단체로 움직였지만 우리 집에 날아든 귀한 꿀벌 손님은 혼자였다. 그렇다면 녀석은 도시 한가운데 꼭꼭 숨어있는 멘따를 찾아올 수 있었을까.. 미국의 한 연구진은 꿀벌이 대화를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화는 벌들이 춤을 통해 상대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 수가 1500여 가지라고 한다. 


그들은 꼬리로 8자 춤을 추면서 꽃의 위치를 찾아 떠난 정찰 꿀벌들의 총 1528개의 꼬리춤 동작을 통해 얼마쯤 가다가 좌회전 혹은 우회전을 할 것인지 등을 소통하게 된다는 것이다. 어느 날 우리 집에 찾아온 귀한 손님도 그러했을 것이다. 그들의 대화 중에는 수십 종이 더 되는 멘따의 종류는 물론 그곳에는 착한 백성이 살고 있다는 정보까지 전달했을 것이다. 그러하지 않았다면 녀석은 접사 촬영 도중에 어디론가 사라졌을 게 아닌가.. 씩~ ^^


Una preziosa api mellifera che è venuta a casa mia
il 25 Luglio 2021. La Disfida di Barletta in Puglia

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매거진의 이전글 니가 왜 거기에 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