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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 꿈꾸는 그곳 Jul 30. 2021

매일 꽃단장하시는 님

-전설의 바다 아드리아해의 해돋이

자연을 쏙 빼닮은 우리들의 일상.. 그 속에 꽃단장이 있다!!



   서기 2021년 7월 29일 오전 05시 25분경, 나는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주 바를레타의 바닷가 산책로 끄트머리에서 이날의 인증숏을 날렸다. 매일 아침 오전 04시 30분이면 집을 나서 목적지인 반환점을 돌아오는 것이다. 목적지까지 거리는 대략 5km에 해당하는 거리로 아침마다 10km 이상을 걷게 되는 것이다. 



나의 브런치에 그 과정 등을 상세히 기록해 두었다. 아드리아해 너머에서 해돋이가 시작되면 새까맣던 주변이 서서히 밝아지면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대략 1시간여 만에 세상이 빛 가운데 드러나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평소 찜해 두었던 뷰포인트에서 기록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사진은 빛의 예술이다. 자연에 충만한 신의 그림자를 찾아 셔터를 누르게 되는데.. 인위적으로 프레시를 터뜨리면 자연의 모습을 잃게 된다. 다년간.. 정확히 사진을 취미로 한 세월이 50년이 되어도 변함없는 습관이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대자연의 모습이 뷰파인더에 담기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매일 같은 장소를 방문해도 비슷할 망정 전혀 다른 풍경들이 뷰파인더를 자극하며 행복한 순간을 만드는 것. 



자연은.. 빛의 세기는 물론 채색과 보색 등으로 매 순간 변화를 하며 우리 행성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희로애락으로 몰아넣는다. 빛의 마술.. 나는 매일 아침 운동을 떠나며 만나는 해돋이를 통해 매일 화장을 고치는 해님을 만난다. 매일 꽃단장을 하는 해님.. 



그때마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곤 하는 것이다. 까마득한 그 기억 속에 어머니와 누님이 계셨다. 당시 우리 집안은 할머니와 부모님 그리고 7남매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요즘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어떤 집은 9남매 혹은 한 다스(?)가 넘는 집도 있었다. 농경사회도 아닌데 아이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엮어져 있는 것이다. 요즘은 아이들이 한 둘만 있어서 먹고 입히고 교육시키는 일이 버거운데.. 7남매를 둔 가정은 도대체 어떻게 생존이 가능했을까.. 



내가 사랑했던 어머니께서는 돌아가실 때까지 당신을 위한 시간은 전무해 보였다. 어쩌다 친목회에서 야유회가 있으면, 그때 어머님의 환한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어머니는 7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부엌을 벗어나지 못하셨다. 금남의 공간 부엌.. 



어머니께선 평생 그 공간을 벗어나지 못했는데 어느 날 밖에서 잘 놀던 내가 집으로 돌아와 큰방 문을 여는 순간, 그곳에 어머님과 누님이 면경 앞에서 분을 토닥 거리고 계셨다. 누님은 아직 시집을 가지 않은 상태여서 그런지 면경 앞에 있는 모습은 호기심 가득했다. 마구 들떠 있는 풍경 곁에 어머님이 꽃단장을 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꽃단장.. 생얼 보다 더 낫게 생얼 보다 더 섹시하게 생얼 보다 더욱 아름답게.. 그런 누님이 어느 날 사모관대(紗帽冠帶) 차림으로 나의 곁을 떠날 때.. 나는 어머님과 누님이 정성 들여 가꾸던 화단 옆에 쪼그리고 앉아 시무룩했다. 어머니께서는 "금이야 옥이야 길렀더니..ㅜ"라며 눈물을 연신 흘리셨다. 마당에서 혼례식이 거행되는 내내 나는 연지곤지 찍어 바른 누님의 꽃단장을 바라봤다. 



꽃단장은 아름다워야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꽃단장이 슬퍼 보이는 것이다. 내 위로 형님이 두 분 계셨고 누님이 맏이셨다. 아래로 남동생 둘 그리고 여동생이 있었다. 나는 한가운데 셋째였다. 집안에서는 어머니처럼 우리를 보살폈던 누님이 시집가던 날.. 두 번 다시 못 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자꾸만 슬퍼지는 것이다. 



7월 29일 해돋이,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매일 꽃단장하시는 님





매일 아침 운동을 떠난 직후 해돋이가 시작되면 어머님과 누님이 번갈아 소환되는 것이다. 해님 때문이었다. 



어떤 때는 아드리아해에 드리운 짙은 안개 때문에 해님의 두 눈은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누님이 시집가던 날.. 어머님과 누님의 눈을 닮은 것이다. 



꽃단장을 마친 신부는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그러나 당신의 눈을 보면 여전히 어머니 곁에서 머물며 면경 앞에서 분을 토닥거리던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한 며칠 미루어 두었던 해돋이 장면을 편집하면서.. 



매일 꽃단장을 하시는 해님과 지금은 볼 수 없는 어머님과 누님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집을 나설 때마다 화장을 고치는 그녀를 떠올리는 것이다. 모두 해님을 닮았다.



 내 사랑 해님..!!



7월 24일 해돋이,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24 Luglio 2021







7월 25일 해돋이, 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il 25 Luglio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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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ba del leggendario Mare Adriatico_riparare il trucco ogni gior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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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to e scritto di YOOKEUN CHANG_GEOGRA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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